글읽기
read 17138 vote 0 2005.09.06 (18:14:49)

 


퇴계는 넘치나 율곡은 없다


퇴계는 풍기군수 등 말직을 전전하다가 곧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조정이 부르면 마지못해 응했다가 곧 핑계를 대고 물러났다. 그러기를 무수히 반복하였다.


말년에 있었던 퇴계의 큰 벼슬은 대개 문서상으로만 이루어진 명목상의 것이다.


퇴계는 조정에서 별로 한 일이 없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훗날 퇴계가 키운 유림이 조정을 장악했음은 물론이다.


반면 율곡은 중앙관서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선조를 다그쳐 무수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불행하게도 그의 개혁안은 대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서 대비되는 두 인물의 정치스타일. 퇴계는 벼슬을 마다하고 물러남으로서 할 말을 했고, 율곡은 적극적으로 개혁안을 제시하고 임금을 가르쳤다.


어느 쪽이 더 나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둘 다 좋지만 율곡이 더 옳다. 참여지성의 전범은 퇴계가 아니라 율곡에 있다.


비록 선조가 율곡의 개혁안을 다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율곡이 끊임없이 조정에 긴장을 불어넣었기에 그나마 조선이 망하지 않고 500년간 해먹은 것이다.


오늘날 지식인 중에 퇴계는 많고 율곡은 없다. 물러나서 뒷말하는 자는 많고 나서서 개혁안을 제시하는 이는 없다.


완고한 원칙가는 많고 유연한 협상가는 없다. 왜인가? 율곡의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대단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긴장의 연속이다.


퇴계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고 자신을 반성하며 물러났다. 율곡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한걸음 먼저 내다보고 문제의 발생지점을 폭파하였다.


정치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정치의 스트레스를 잘도 견뎌내는 뻔뻔스러운 인간들은 죄 악당이고, 그 스트레스를 못견뎌 하는 착한 인간들은 퇴계처럼 도망치고 만다.


퇴계는 쉽고 율곡은 어려운 것이다. 본래 그렇다. 정치 신경쓰다 위장병 걸려버린 필자 역시 퇴계처럼 도망치고만 싶으니.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534 적들의 음모 - 노무현을 무장해제 시켜라 김동렬 2003-01-28 17270
6533 [펌] 윤도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대! 이영호 2002-11-10 17268
6532 아 누가 이리될줄.... 마귀 2002-12-04 17264
6531 (((( 정씨사태 배후는 박태준 )))) 펌 손&발 2002-12-19 17256
6530 평상심이 도다 4 김동렬 2009-08-13 17244
6529 어원지도 계획 image 5 김동렬 2010-04-20 17227
6528 (청주=연합뉴스) 김동렬 2002-12-09 17218
6527 김용갑, 김대중보다 더한 꼴통이 나타났다. 두둥.. 이영호 2002-11-07 17215
6526 어이없는 전쟁 김동렬 2003-03-21 17212
6525 4차원의 이해 image 2 김동렬 2010-07-15 17208
6524 북한의 꼬장은 별거 아님 image 김동렬 2003-08-25 17199
6523 정몽준은 이 쯤에서 철수하는 것이 옳다. 김동렬 2002-10-27 17188
6522 역대 대통령 비교판단 5 김동렬 2010-12-06 17181
6521 골때리는 정몽준식 정치 김동렬 2002-11-12 17178
6520 자본주의 길들이기 김동렬 2009-04-05 17172
6519 일본식 담장쌓기 image 4 김동렬 2009-04-15 17160
6518 김완섭과 데이비드 어빙 image 김동렬 2006-02-23 17154
6517 웃긴 조영남 김동렬 2003-05-24 17142
» 퇴계는 넘치나 율곡은 없다 2005-09-06 17138
6515 Re..초반판세 분석- 예상 외의 대혼전 무림거사 2002-12-02 17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