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971 vote 0 2005.08.30 (14:04:35)

경주에 세가지 보배가 있으니 이를 신라 삼보라 하자. 그런데 신라 천년의 고도라 하여 이름도 높은 경주를 방문한 사람 중에 신라삼보를 보고 오는 사람은 대개 없다시피 하다.


불국사 석굴암 등지를 찾아다녀 봤자 거기서는 신라인의 숨결을 느낄 수는 없다. 왜인가? 석굴암, 불국사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기염을 토하며 왕조의 권위를 내세운 바가 된다. 그 따위는 진짜가 아니다.


진짜를 찾아야 한다. 머리 굴려서 만든 가짜 말고, 목적과 의도가 개입한 가짜 말고 원형의 진짜를 찾아야 한다. 진짜는 맨얼굴의 신라인이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화장기 없는 그 얼굴이다.


삼국을 통일한 권위의 신라 말고 소박한 우리네 신라를 찾아야 할 터이다.


다르다. 안목 있는 사람이 보는 바는 확실히 다르다. 그렇다면 그대 투덜거리지 말고 배워라. 그대 안목이 없어서는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없다. 안목이 없어서는 좋은 날에 좋은 친구를 당신의 가꾸어진 정원에 초대할 수 없다.


명백한 수준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유홍준이 보는 바는 당신이 보는 바와 다르다. 그렇다면 겸허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봐야 할 것이다.


안목있는 유홍준의 견해를 참고하여 신라삼보를 정하면 첫째 진평왕릉, 둘째 삼화령 미륵삼존불, 셋째 부처골 감실석불이다. 따로 경주남산 삼보를 정하면 진평왕릉을 빼고 보리사 미륵불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삼화령 미륵삼존불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다.


혹여 경주를 들르거든 신라삼보를 찾아보기 바란다. 거기서 무엇이 다른지 느껴보기 바란다. 한국인의 99프로는 거기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유홍준이 미쳤군. 뻥이 세다 말야. 아무 것도 없잖아.”


그렇다.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거기서 당신이 무언가를 느낀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1프로 안에 드는 사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거기서 뭔가를 보아내는데 성공한다면 당신은 제법 뭔가를 아는 사람이다. 그걸로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


경주를 방문할 일이 있거든 신라삼보 혹은 남산삼보를 찾아보기 바란다. 그 중에 하나나 둘만 보아도 무방하다. 대개 기슭에 있으니 발품을 팔 것도 없다. 


당신이 거기서 뭔가를 느꼈다면 그 순간 당신은 나와 통한 거다. 유홍준과 통한거고 대한민국 최고의 심미안과 통한거다. 통하는 0.1프로에 들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진평왕릉,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거기서 뭔가를 보아낸다면, 삼불 김원룡선생이 보았던 것, 그리고 삼불선생의 제자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보았던 것 그리고 필자가 보았던 그것을 당신도 보아낸다면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보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0.1프로가 아닌 나머지 99.9프로에 드는 사람이다. 왜 그러한가?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의 99.9퍼센트는 진평왕릉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볼 것이 없으니까 방문하지 않는 거다.  

 

 

삼화령의 미륵삼존불은 경주박물관에 있다. 아기부처가 특히 인기가 있다. 언젠가 남산 정상에서 용장사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삼화령 연화좌대에 올라 전망을 보기 바란다. 이 불상은 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는 이유로 제법 보고 가는 불상이다.
 

 

부처골 감실석불, 이 불상이 왜 용한 부처님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중요한건 신라인 혹은 조선시대 사람들도 이 작고 보잘것 없는 불상을 제법 쳐주었다는 사실, 당신의 안목이 평범한 신라인들 혹은 조선시대 이름없는 백성들 만큼은 되는지 혹은 그렇지 못한지 비교하여 볼 수 있다.

 

할머니 얼굴을 닮은 부처님, 신라인의 맨얼굴 그대로를 부여준다.
 

 

끝으로 보리사 돌미륵, 권위적인 석굴암 부처님과 비교가 된다. 남산에서 제일 미남 부처님이다. 아들낳기를 기원해서 미륵불의 코를 떼가는 민간의 습속이 있었는데 이 부처님은 너무 미남인지라 코를 떼갈 수 없었든지 잘 생긴 코를 보존하고 있다. 좌대와 광배 세트가 손상되지 않고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덧글..

엊그제 경주를 방문했다. 유홍준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기로 관광객이 제법 늘었겠지 했는데 웬걸 여전히 찾는 사람이 없었다.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알려줘도 역시 보지 못한다. 그들은 대한민국 1프로에 들고 싶지 않은 거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살라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진도 나갈 밖에.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534 적들의 음모 - 노무현을 무장해제 시켜라 김동렬 2003-01-28 17272
6533 [펌] 윤도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대! 이영호 2002-11-10 17272
6532 아 누가 이리될줄.... 마귀 2002-12-04 17266
6531 (((( 정씨사태 배후는 박태준 )))) 펌 손&발 2002-12-19 17261
6530 평상심이 도다 4 김동렬 2009-08-13 17247
6529 어원지도 계획 image 5 김동렬 2010-04-20 17236
6528 김용갑, 김대중보다 더한 꼴통이 나타났다. 두둥.. 이영호 2002-11-07 17223
6527 (청주=연합뉴스) 김동렬 2002-12-09 17220
6526 어이없는 전쟁 김동렬 2003-03-21 17216
6525 4차원의 이해 image 2 김동렬 2010-07-15 17214
6524 북한의 꼬장은 별거 아님 image 김동렬 2003-08-25 17201
6523 정몽준은 이 쯤에서 철수하는 것이 옳다. 김동렬 2002-10-27 17193
6522 역대 대통령 비교판단 5 김동렬 2010-12-06 17185
6521 골때리는 정몽준식 정치 김동렬 2002-11-12 17183
6520 자본주의 길들이기 김동렬 2009-04-05 17175
6519 일본식 담장쌓기 image 4 김동렬 2009-04-15 17163
6518 김완섭과 데이비드 어빙 image 김동렬 2006-02-23 17155
6517 웃긴 조영남 김동렬 2003-05-24 17145
6516 퇴계는 넘치나 율곡은 없다 2005-09-06 17139
6515 Re..초반판세 분석- 예상 외의 대혼전 무림거사 2002-12-02 17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