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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152 vote 0 2009.08.13 (16:33:53)

평상심이 도다

말은 쉽지만 바보들의 자기 위안이 되기 십상이다. 이 말의 의미를 바로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듯 하다. 마조도 남전도 알 일 없기는 마찬가지. 결과를 봐야 하는데 천오백년 후에나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산당.’ 적군파 이후 몰락한 일본 좌파들의 70년대 부흥운동 슬로건이다. 대중속으로, 생활속으로 침투하자는 거다. 이 구호는 상당히 먹혀서 지자체 하부조직은 공산당이 장악했다.

그러면 뭐하냐고? 주류를 치지 못하는 비주류는 가짜다. 변방에서의 어설픈 변죽. 일본 좌파는 몰락했다. 중앙에서의 거대담론에 끼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몰락한 구호가 한국에 수입되었다.

탈근대 운운하며 또라이트 떵구멍이나 핥는 김규항류 좌파들의 변명. 이들은 노무현의 등장으로 작살이 났다. 그래서 노무현을 증오한다. 본질은 80년대 주사파 몰락 이후 거대담론 기피증.

쇄말주의, 신변잡기주의, 지엽말단주의, 신세한탄주의로 흘러갔다. 일부는 또라이트로. 은희경, 신경숙류 토 나오는 아줌마군단의 쓰레기 소설을 연상시키는 흐름. 그 최후의 정점은 홍상수 영화다.

김지하, 고은, 박노해도 이 주변에서 얼쩡거리긴 마찬가지. 일제히 문화운동으로 돌아섰는데 정작 생산해낸 콘텐츠가 없다. 주사파 삽질 이후 의기소침해져서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거다.

거대담론에 몰두하던 80년대엔 그래도 뭔가 생산성이 있었다. 콘텐츠가 있었다. 깃발들고 거대정치에 뛰어들 때는 그래도 콘텐츠가 있었는데 깃발놓고 문화운동에 뛰어들자 오히려 콘텐츠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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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이 도다.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고 산중에 앉아있으면 어느 인심좋은 시주가 쌀말이라도 퍼준다던가? 도(道)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기획이다. 평상에 누워 낮잠이나 때리면 세상이 바뀌나?

이 기획은 실제로 세상을 바꾸었다. 도(道)란 세상을 바꾸는 기획이며, 결론적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의의가 있고, 실제로 세상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명석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보들의 자기위안이 아니란 말이다. 비주류의 신세한탄이 아니요, 3류 지식인의 자기연민이 아니다. 지식의 대중화는 미학으로 가능하다. 생활선은 곧 문화운동이다. 대중적인 실천운동이다.  

대중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그 방법으로 권력과 싸우고, 자본과 싸우고, 주류와 싸우고, 제도와 싸우고 물리력으로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모든 힘들에 대해 싸움을 건다. 그것은 처절한 투쟁이다.

근대냐 탈근대냐
거대담론이냐 쇄말주의냐.

진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전면적인 싸움걸기다. 그 싸움에 이겨서 세상을 바꾸었다. 80년대 주사파 삽질도 아니요 90년대 B급좌파의 퇴행도 아니다. 각성된 시민그룹 바로 집단지성의 전면등장이다.

기독교는 신도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불교는 승려와 신도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 신도의 일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불교의 위기로 나타났다. 왕실불교가 귀족불교로 다시 민중불교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고리가 끊어졌다. 왕실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귀족의 시주를 받지 못하는 승려는 무엇으로 사는가? 신도들은 복받는줄 알고 재산을 바치는데 승려는 모른체 하며 딴전이다.

그들이 먹는 밥이 다 가엾은 신도를 착취해서 나온 것일진대 그 밥이 편히 목구멍으로 들어가면 그게 평상심일까? 평상심은 왕실의 후원, 귀족의 후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승려의 독립선언이다.

귀족의 대규모 장원 중심으로 번성했던 당나라가 불교를 흥하게 했지만 선종의 등장은 토지소유구조의 변화를 촉진시켰고 장원경제의 붕괴와 함께 당나라도 망했다. 이런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본질은 대중들에게 참여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귀족들에게는 평상심이 필요없다. 그들은 막대한 시주만 바치면 극락행이 보장되어 있으니까. 누구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기다.

회화도 비슷하다. 인상주의 이전에는 귀족의 초상화 아니면 궁전의 장식화였다. 임금들이 궁성을 짓지 않으면 밥을 굶게 된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카메라가 나타나서 밥줄을 끊어놓았다. 어쩔 것인가?

PS...

'평상심이 도다' ..  상당히 무서운 말입니다. 누구라도 처음 이 말을 들었다면 목에 칼이 들어오는듯한 서늘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180도로 반대로 느끼는 사람도 있더군요. 입 헤벌리고 헬렐레 하며 틈만 나면 눈감으려 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특별한 때가 아닌 평상시, 24시간 도의 상태에 머무르라는 이야기. 도는 책에 있는게 아니라 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말.

먹고 자고 행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 도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는 거. '평상심이 도다' 이 선언은 거대담론 버리고 소꿉놀이나 하자는게 아니라.

거대담론과 실생활의 일치입니다. 집에서는 제멋대로 뒹굴뒹굴 하고 절에서는 엄숙하게 절하고 이게 아니라, 어디서든 내 있는 곳이 곧 절이지요.

 

 

http://gujoron.com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09.08.14 (09:58:47)

저또한, 90년대 말 대학가에서, 김규항류의 신변잡기식 진보를 따르느니,

차라리,

미적분학 문제를 하나 더 푸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지금도, 그것에는 큰 변화가 없는바,

신변잡기, 혹은 생산력없는 그들에게서 크게 바라는 바 없습니다.

막연한 서구 근대 과학 숭배가 아니라,

답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확실히, 미적분학은 미래 (x+dt)에 대한 답을 주었고,

김규항류는 술병밖에 남긴것이 없기에.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09.08.14 (11:16:17)

'바보들의 자기위안이 아니란 말이다. 비주류의 신세한탄이 아니요, 3류 지식인의 자기연민이 아니다. 지식의 대중화는 미학으로 가능하다. 생활선은 곧 문화운동이다. 대중적인 실천운동이다. '... 잘 익은 밤 알이 '톡톡톡' 알차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8.14 (11:21:12)

'평상심이 도다'
이 말은 상당히 무서운 말입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다면
누구라도 목에 칼날이 들어오는듯한 서늘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180도로 반대로 느끼는 사람도 있더군요.
입 헤벌리고 헬렐레 하며 눈감으려 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때가 아닌 평상시

그러니까 24시간 도의 상태에 머무르라는 이야기.
도는 책에 있는게 아니라 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8.31 (01:46:27)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장래희망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숙제를 내 주셨다.
딱히 되고 싶은 것도 없던 차라... 뭐라 쓸까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갑자기 도(道)란 말이 왜 생각이 났을까...
' 뭔가가 되려고 하건 인생은 길이다... 그말은 도란 말일까..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도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것은 자기자신의 도를 발견하고 세상의 도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나의 바른 길을 찾고 싶다...
  어쩌구 저쩌구... '
그냥 생각을 하다보니 그렇게 써내려갔다.
그냥 말이 말을 낳고 그렇게 썼던 글이다...
그 글을 아버지가 보고 이걸 정말로 네가 썼느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했다...  어느날 아버지가 내 글을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다 잊어버렸다.

내 인생은 혼돈과 낭비의 연속.
염세주의와 허무주의, 감상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헤매이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돌이켜보면 용서받지 못할 낭비와 방황같아 자책하기를 얼마나 했던가...
여전히 안좋은 습이 엄청 많이 남아 있지만......
다시 떠올리게 하는 동렬님의 죽비에 깨어나고 이끌릴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추종자가 되는 것은 생리에 맞지 않는 인간이다.
스스로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깨달아 나갈 수 밖에 없을 터인데...
부끄러운 자화상에 매달리지 않으면서... 그저 나의 진도를 느리더라도 나갈 수 밖에...

도는 책에 있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말.
거기까지의 과정은 생과 사, 생각과 몸, 거대담론과 실생활의 깨달음과 일치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이야기같다... 마구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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