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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입니다. 그의 지지율은 지난 봄 한 때, 10%대로 추락한 적이 있어요. 물론 노무현의 지지율이 55%를 상회하면서 그야말로 '노풍'이라는 폭풍이 몰아칠 때였지요. 조중동이 총력전을 펴다시피해서 노무현을 집중 공격하고 이회창을 방어했지만, 그의 지지율은 10%대였고 노무현은 50%대 이상으로 솟구쳐 올랐지요.

민주당 국민경선이 끝남과 동시에 김대통령 아들들의 비리가 줄줄이 터져나오고, 이 결과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했을 때, 노무현의 지지율을 10%대였지요. 물론 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정국을 최전방에서 이끌었던 집단이 바로 조중동이었습니다. 더불어 한나라당이 제기한 '노무현 DJ양자론'을 의제로 설정해서 노무현에게 집단폭행을 가했던 것도 조중동이었지요. 그 때도 노무현의 지지율은 15%를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 당시, 노무현은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일이 매우 적었을 뿐만 아니라 설령 노출이 된다손치더라도 철저하게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노출되었지요. 이 또한 조중동의 장난질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기자가 현장 취재를 하지 않고, 오로지 연합뉴스만을 받아서 기사를 쓰면서도 왜곡을 저지르는 기사를 써내고 있었지요. 정치인이라는 게 언론에서 보도를 해 주지 않고 감춰버리면, 제아무리 기를 써도 국민들과 접촉할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은 그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었지요.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은 15%를 맴돌았습니다.

반면 이회창 후보, 조중동의 집중적인 부각과 방어를 받고도, 김대중 정권의 그렇게 많은 실정을 호재로 하고서도 지지율이 35%를 넘어선 적이 없어요. 그의 지지율은 32%대에서 진즉에 고착화되어버렸지요. 그의 지지율에는 조중동의 전폭적인 지원사격과 더불어 반DJ정서를 거의 통째로 흡수하고 있는 영남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입니다. 자리를 바꿔서 노무현 후보가 조중동과 같은 유력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영남 기반의 지지율을 60%이상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대선 게임은 이미 끝난 셈에 다름아닐 것입니다.

참, 정몽준 변수를 빼먹었군요. 이거 별거 아니라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요. 거품이었다는 게 이제 검증되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먼저 그의 정체성에 관련한 궁금증들이 풀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가 대단한 평화주의자이고 개혁가라고 생각해왔지만, 요 며칠 그의 정체성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는 중이지요. 그의 지지율이 빠져나가는 거, 그거 당연한 것입니다. 나는 그가 대선 후보로 등록을 할 수 있을련지도 모르겠어요. 그의 전매특허, 바로 지지율 때문이지요. 지지율이 높아서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그의 이야기로 미뤄볼 때, 지지율이 낮아지면 꽁무니 뺄 가능성이 높지요.

조금 쉽게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대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세 가지의 핵심적인 무기를 들고 있으면서도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세 가지란 조중동 등의 유력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김대중 정부의 부정부패 의혹, 강력한 영남 지지기반 등이지요. 반면,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가지고 있는 위 세가지의 역풍과 악재를 모조리 견뎌내고서 20%대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어제 폴앤폴에서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23%를 기록했지요. 이로써 노무현 후보의 역량이 거품이 아니었다는 게 입증되었습니다.

이제서야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아직 변수가 몇 가지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확실한 것은 노무현 후보의 대언론 노출이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다는 것과 정몽준 후보가 이끄는 <국민통합21>이 지지부진하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 내 <후단협>의 입지가 대폭 좁아져서 탈당을 하거나 혹은 민주당에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더이상 노 후보의 발목잡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지난 97년에서도 목도한 바이지만 이회창 후보, TV토론만 하면 지지율이 꺾였습니다. 그게 지금 이회창 후보가 극구 TV토론을 피하는 이유지요. 이번 싸움, 아주 볼만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시사저널의 여론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페이퍼신문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어요. 그리고 페이퍼신문의 유력사 조중동이 노골적으로 이회창 편들기를 한다는 것도 다 알려진 사실이지요. 다시말해 조중동이 아무리 노골적으로 이회창 편들기를 한다고 해도 그의 지지율을 당선안정권은 40%대로 밀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회창이 당선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TV토론 등을 통해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 자기에게로 돌려세워야 하는데, 이미 스스로 그런 정치행위는 포기했지요.

이번 폴앤폴 조사결과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정몽준에게서 빠져나간 지지율이 이회창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노무현에게 옮겨온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몽준의 지지율, 그거 노무현에게서 빠져나간 것이었지요. 이 대목이 바로 이회창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될 것입니다. 40대 이하 유권자층 중엔 이회창을 비토하는 층이 두껍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입니다.

장담컨데, 이번 대선은 노무현이 5% 이상의 차로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승리합니다. 지난 봄 민주당 국민경선을 시작할 당시에 제가 장담했던 거, 그거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졌지요. 그 때도 물론 노무현에겐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노무현은 최악의 상황을 이미 지나왔거든요. 자.. 이제 지켜봅시다. ^^


시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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