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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14 vote 1 2021.01.21 (16:33:48)

    진보는 에너지의 수렴이다


    에너지는 통제가능성 개념이다. 에너지가 있다는 것은 통제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엔트로피 증가는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감소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통제가 된다는 말이다. 인간이 만든 도구는 통제수단이 있다. 망치나 칼을 쓰려면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손잡이가 통제수단이다. 자연은 손잡이가 없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면 어디를 잡지? 못 잡는다. 미꾸라지는 손잡이가 없다. 인간을 위한 손잡이야 당연히 없지만, 미꾸라지 자신이 자기 몸을 통제하는 손잡이는 있지 않을까? 있다. 자연의 손잡이는 대칭이다. 구조다.


    구조의 대칭성이 자연의 손잡이다. 말 안 듣는 노예를 통제하는 방법은 일부 순종하는 노예에게 완장을 채워 권력을 주고 다른 노예를 관리하게 하면 된다. 노예는 노예로 통제한다. 미꾸라지는 미꾸라지로 통제한다. 미꾸라지를 한곳에 모아놓으면 통제된다. 


    양 한 마리는 통제가 안 되지만 1만 마리 양떼는 통제가 된다. 숫자가 많으면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을 통제하는 방법은 서로 경쟁시키는 것이다. 선착순 한 명에게 주말외출권을 준다고 선언하면 된다. 고분고분해진다. 사람은 모아놓고 통제한다. 


    에너지는 통제가능한 상태다. 일단 모아야 통제된다. 칼이나 망치나 연필은 손잡이가 달려있다. 물은 손잡이가 없다. 컵에 모아야 한다. 밀가루는 손잡이가 없다. 밀가루를 모아서 반죽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는 방향성을 가진다. 통제가 되는 형태가 방향성이다.


    에너지는 에너지로 통제한다. 모아야 통제된다. 에너지가 모이는 것은 수렴이다. 수렴은 통제된다. 에너지가 흩어지는 것은 확산이다. 확산은 통제되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에너지가 자연상태에서 확산된다는 의미다. 에너지는 모여있음을 전제로 한다.

 

    에너지라는 말에는 모여있다는 의미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여있는 상태에서 있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흩어지거나다. 이미 모여있으므로 더 모일 수는 없다. 흩어질 수는 있다. 구멍이 뚫려 주머니에 든 동전들이 흩어질 수는 있다. 


    주머니 안으로 모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주머니에 든 동전만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2가 1+1로 나눠질 수는 있다. 2가 3으로 늘어날 수는 없다. 왜냐하면 2만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가되는 수는 출발선에 서지 않았으므로 자격있는 선수가 아니다. 


    에너지의 방향은 둘뿐이다. 확산과 수렴이다. 의사결정은 확산을 수렴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외에는 없다. 그것이 방향인 이유는 통제되기 시작하면 계속 통제되고 통제되지 않기 시작하면 절대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이면 모일수록 더 모으기다는 거다.


     부자가 부자되기 쉽다. 돈을 모아놓으면 흩어지기 힘들다. 병목현상 때문이다. 버스에 승객이 다섯 명 있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다. 승객이 100명이나 타고 있다면 서로 밀어대서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문을 열지도 못한다. 에너지는 모일수록 통제가 쉽다.


    한 명은 도망치지만 백만 명은 도망칠 수 없다. 노무현을 괴롭히려면 노무현 주변 사람을 수사하면 된다. 검찰이 쓰는 기술이다. 장군에게 병력을 딸려줄 때는 가족을 인질로 잡아놓아야 한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하면서 자기 가족을 몰래 빼돌렸지만 말이다.


    이는 관측이라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관측하려면 관측대상과 연결되어야 한다. 연결이 손잡이다. 그런데 자연에는 인간을 위한 손잡이가 없다. 대상과 연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관측하지? 고정되어 있는 것은 분해하면 된다.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추적하지? 


    추적할 수 없다. 주체와 객체가 연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관측하지? 이미 연결되어 있음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구조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연결구조를 내부에 갖추고 있다. 모든 존재는 연결된 존재이므로 내부의 연결상태를 추적하면 알 수 있다. 


    모여야 연결된다. 밖에서 집적대지 말고 내부의 모여있음을 추적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어떻게 모이는가? 대칭으로 모인다? 투수가 공을 던지려면 자세를 모아야 한다. 흩어지면 힘을 가할 수 없다. 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다. 상체를 움직이려면 하체가 받쳐야 한다.


    왼발을 내딛으려면 오른발을 반대쪽으로 밀어야 한다. 50을 움직이려면 반대쪽 50이 필요하고 100을 움직이려면 이전 100이 필요하다. 공간의 좌우대칭과 시간의 전후대칭이다. 50을 움직일 때는 공간의 좌우대칭을 쓰고 100을 움직일 때는 시간의 선후대칭을 쓴다.


    블랙아웃과 같다. 전기가 나가면 발전기를 돌려야 한다. 발전기를 돌리려면 모터가 필요하다. 모터를 돌리려면 발전기가 있어야 한다. 그 발전기를 돌리려면 또 모터가 있어야 한다. 딜레마다. 왼쪽 모터로 오른쪽 발전기를 돌린다. 50을 돌리려면 50이 더 필요하다. 


    어떤 모터 100을 1시간를 돌리려면 50짜리 모터를 두 시간 돌려서 전기를 모아야 한다. 큰 모터를 한 시간 돌리려면 작은 모터를 두 시간 돌려야 한다. 원전을 돌리려면? 디젤모터를 돌려야 한다. 디젤모터를 돌리려면 작은 디젤 모터를 한 시간 이상은 돌려야 한다. 


    그사이에 후쿠시마 원전은 터져버린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에너지는 다섯 번 증폭된다. 거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일은 선과 악 중에서, 진보와 보수 중에서, 대승과 소승 중에서, 공자와 노자 중에서, 율곡과 퇴계 중에서, 집단과 개인 중에 나타난다.


    합리와 실용 중에서, 긍정과 부정 중에서, 자유와 억압 중에서 머리와 꼬리 중에서 일어난다. 사건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방향성이 있다. 한 번 방향이 틀려버리면 계속 잘못된다. 우리는 머피의 법칙을 우스개로 알지만, 사실은 이것이 꽤 중요한 이야기다. 


    에너지의 방향성 때문에 한 번 잘못되기 시작하면 죄다 잘못되고 만다. 첩첩산중이 된다. 환경이 우호적인가 적대적인가다. 우호적이면 수렴이고 적대적이면 확산이다. 우리는 우호적인 환경에 익숙해 있다. 가족이든 동료든 회사든 사회든 국가이든 우호적이다. 


    그러나 한 번 방향이 틀어지면 적대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그때부터는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모두가 한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진중권이 변절하는 시점이다. 환경이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할 때부터 타락이 시작되는 것이다. 


    선과 악 중에서는 선이 수렴이다. 악은 확산이다. 악당들끼리 모여서 의기투합 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악당들끼리 서로 총질하는 것이다. 자유는 수렴이고 억압은 확산이다. 진보는 수렴이고 보수는 확산이다. 대승은 수렴이고 소승은 확산이다. 


    긍정은 수렴이고 부정은 확산이다. 공자는 수렴이고 노자는 확산이다. 우리는 확률이 다양하다고 믿지만 게임은 승리 아니면 패배다. 주사위 눈은 여섯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에너지가 수렴되면 승리하고 에너지가 확산되면 패배하며 그 외에는 경우의 수가 없다. 


    도박꾼은 승부가 운에 달렸다고 믿지만 타짜가 기술을 거는 타이밍은 무수한 판을 거쳐서 호구가 충분히 속아 넘어갔을 때다. 지금까지 있었던 무수한 판이 마지막 큰 한 판을 위한 설계였던 것이다. 이 한 판에 모든 판돈이 수렴된다. 올인을 하고 오링되는 것이다.


     인간은 수렴과 확산을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수렴만 결정한다. 확산은 다른 사람이 결정하거나 혹은 환경이 결정하는데 인간이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다. 돈을 모으거나, 힘을 모으거나, 사람을 모으거나, 물고기를 모으거나, 곡식을 모으는 것은 인간의 결정이다. 


    세금을 뜯기거나 화장실에서 배설을 하는 것은 나의 결정이 아니다. 인간은 세금납부를 미루거나 화장실 가기를 참거나 하며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지구에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죽는다. 자선사업을 하는 빌 게이츠는 뭐냐? 명성을 모으는 거다.


    빌 게이츠는 재산을 확산하는게 아니라 명성을 수렴하고 있다. 익명기부자는? 자긍심을 수렴한다. 도박으로 날려먹는 것은? 호르몬 분비의 쾌감을 수렴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수렴하면 거기에 대칭되는 확산부분은 내가 나서지 않아도 언젠가 청구서가 날아온다.


    무덤에 가는 날짜에 가장 많은 것이 청구된다. 진보는 에너지를 수렴하는 의사결정이고 보수는 에너지를 확산하는 속도조절이다. 세상에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있는 것은 모든 의사결정의 단계마다 50 대 50의 밸런스를 도출하기 때문이다. 수렴하는 절차이다. 


    만약 7 대 3이 되어 있다면 위태로우므로 다시 5 대 5로 만들었다가 움직인다. 7로 모여있다가 5로 감소하므로 확산처럼 보인다. 행군할 때의 선두반보와 같다. 머리가 멈추고 꼬리만 움직이므로 때로는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앞으로 가기 위한 절차다. 


    우리는 사건이 개별적으로 일어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연동되므로 에너지로 보면 확산이 아니면 수렴이다. 이기거나 지거나다. 다양한 확률들은 중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용해되어 사라진다. 우리는 오로지 에너지 확산이냐 수렴이냐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일어난다. 대개 확산이 수렴이고 수렴이 확산이므로 헷갈릴 수 있다. 돈을 확산하면 명성이 수렴된다. 돈을 움켜쥐고 있으면 비난을 받는다. 내 주머니에서 확산된 돈은 아들 주머니에 수렴된다. 중요한 것은 수렴만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렴에 대해서만 계획을 세우면 확산은 환경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밥 먹는 시간만 내가 결정하면 화장실에 가는 시간은 가만있어도 아랫배가 신호를 보내준다. 수렴은 적극 통제하고 확산은 시장에 맡겨라. 주택정책은 공급정책과 수요정책 양쪽에서 조여야 한다.


    그것이 수렴이기 때문이다. 시장에 맡기면 다된다거나 혹은 수요만 조절하면 된다고 믿는 것은 확산이므로 무조건 틀린 것이다.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확산은 무조건 답이 아니라니깐. 이게 에너지라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하나의 대상은 에너지가 아닌 것이다.


    자동차가 있다면 그게 자동차이지 에너지가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가 두 대 있다면 에너지다. 하나의 주차장에 모아야 관리비를 아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온갖 사건이 일어난다. 그 하나하나에 대책을 세우기가 피곤하다. 그렇다면 모아야 한다. 깔때기로 모은다.


    진보와 보수
    선과 악
    합리와 실용
    대승과 소승
    공자와 노자
    긍정과 부정
    집단과 개인
    머리와 꼬리
    전체와 부분

    자유와 억압


    진보는 지식을 모으고, 세금을 모으고, 사람을 모으고, 뭐든 모으는 것이다. 보수는 중국인 꺼져. 조선족 꺼져. 성소수자 꺼져. 이러면서 흩는 것이다. 선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 악은 사람을 피하게 한다. 합리는 잘 모르면 일단 모아놓고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실용은 모으면 똥 되니까 빨리 써먹자는 주의다. 대승은 광장에 사람을 모으는 것이고 소승은 각자 토굴에 흩어져서 수행하는 것이다. 공자는 사람을 모아 권력을 만들고 노자는 사람을 피하여 자기 몸을 보존한다. 긍정하면 모여서 결혼하고 부정하면 커플이 깨진다.


    집단과 개인이든 머리와 꼬리든 전체와 부분이든 모으기와 흩어지기다. 자유를 주면 도시에 사람이 모이고 억압을 하면 사람이 시골로 흩어진다. 모여야 할 때도 있고 흩어져야 할 때도 있다. 진보가 옳은게 아니고 진보를 판단하는 것이다. 보수는 판단하지 않는다.


    보수는 현상유지다.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판단이 불필요하다. 그냥 가만있으면 된다. 시집을 가려면 판단을 해야 한다. 신랑감을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 시집을 안 가려면? 안 가면 된다. 판단은 필요 없다. 그냥 안 가는 거다. 진보와 보수는 옳고 그름이 아니다.

 

    진보가 틀릴 때가 더 많다. 보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오류가 없다. 조선왕조 오백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잘못될 일이 없다. 무엇을 하면 잘못될 수도 있고 잘될 수도 있다. 우리가 진보하는 이유는 진보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수는 하지 않는다.


   진보할 것이냐 보수할 것이냐는 물음은 잘못된 말이다. 진보할 것이냐 죽을 것이냐가 맞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가만있으면 죽는다. 숨을 쉬지 않으므로 죽는다. 인간은 잘못하기도 하고 잘하기도 하면서 진보하거나 아니면 죽거나뿐이다. 보수는 길이 아니다.


    진보는 길이지만 틀린 길도 있고 바른길도 있다. 일단 가야 한다. 가다가 보면 익숙해져서 바른길을 찾게 된다. 처음부터 답을 알고 가는 사람은 없다. 유일하게 알고 가는 답은 가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뿐이다. 시행착오가 필요하므로 진보는 틀려도 된다. 


    일단 가서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며 혼자 가면 안 되고 보수를 달고 가야 하므로 때로는 기다려줘야 하는 것이다. 보수는 판단을 안 해도 어차피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오므로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단 이쪽을 진보하기 위해 저쪽을 보수하는 바꿔치기는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진보를 판단하는 것이다. 


    1) 진보는 틀려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므로 일단 가봐야 한다. 

    2) 보수는 내가 안 해도 청구서가 날아오므로 신경 쓸 이유가 없다. 

    3) 진보하기 위한 밸런스의 조절로 잠정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4) 이쪽의 진보를 위하여 다른 쪽을 보수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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