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학문의 첫 번째 임무는 인간의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치’다. 가치에는 힘과 아름다움이 있다. 이에 따라 학문은 힘을 앞세우는 역학과 아름다움을 앞세우는 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역학의 동기부여는 어둡다. 서구문명의 전반적인 특징이 그러하다. 서구의 지성들은 한결같이 비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그들의 철학은 인류의 미래에 관한 걱정거리 모음집이라 하겠다.

미학의 동기부여는 밝다. 동양문명의 전통이 그러하다. 동양의 지성들은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여유와 웃음과 너그러움이 있다. 무위자연의 편안함과 개벽의 밝음과 깨달음의 즐거움이 있다.

서구문명은 한 마디로 쫓겨 다니는 문명이라 할 수 있다. 동양문명은 한 마디로 매혹당하는 문명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서구문명은 겁을 준다. 이는 기독교의 원죄설로부터 확립된 묵은 전통이다. 마르크스가 답습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동양문명은 유혹한다. 이는 노자와 석가로부터 비롯된 전통이다.

도교주의는 개인주의 성격이 강하다. 그들은 조직과 집단과 시스템을 싫어한다. ‘내 몸에 터럭 하나를 뽑아서 천하에 이득이 된다 해도 결코 그 터럭 하나를 뽑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은 노자를 계승한 양주다.

도교전통의 동기부여는 집단이 아닌 개인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친 불교 역시 개인을 향한 동기부여에 충실하다. 반면 모세의 출애굽 사건은 집단적인 구원을 말하고 있다.

● 서구문명 - 쫓겨다니는 문명 : 집단적 구원, 집단의 위험에 대한 경고, 인류의 미래에 관한 부정적 전망. 심판과 종말의 메시지.

● 동양문명 - 매혹당하는 문명 : 개인적 구원, 개인의 상승에 대한 비전의 제시, 인류의 미래에 관한 낙관적 전망. 개벽과 깨달음의 메시지.

기독교적 전통에서 비롯한 서구문명의 아폴론적 속성은 인간들에게 겁을 주는데 충실하다. 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기독교의 종말론에 충실한 즉 미래를 비관하며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자기네의 역할을 삼는다.

그들의 철학은 말 그대로 겁을 주는 것이다. 재앙이 온다, 종말이 온다, 파멸이 온다, 파시즘이 온다고 외쳐대는 거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대부분의 재앙은 그러한 겁주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서구의 철학자는 병약한 몸으로 어두운 서재에 쭈그리고 앉아 창백한 낯빛을 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회색빛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얼굴에 그어진 주름살 숫자가 철학자가 가진 지혜의 깊이를 나타내는 식이다.  

반면 동양 철학자는 건강하다. 공자도 건강하고 노자도, 석가도 건강하다. 그들은 밝은 얼굴에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얼굴에는 주름살이 없다. 그 입가에 스민 미소의 광채가 철학자가 가진 지혜의 깊이를 나타내고 있다.

진정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서구문명이 경고하는 바 시스템의 획일성에서 비롯된 아폴론적 물리력의 위험성이 아니라 동양정신이 예찬하는 바 생명의 다원성에서 비롯된 디오니소스의 활력과 역동성이다.

서구문명은 남성적이다. 그 남자는 부족을 지키는 전사다. 그 남자는 힘이 세다. 반면 동양문명은 여성적이다. 여인은 춤 추고 노래한다. 그 여인은 매력적이다.

바야흐로 문명사의 대전환이다. 전사의 시대가 가고 미인의 시대가 온다. 학문의 근본적인 물음은 진정 무엇으로 인간에게 동기부여 할 것인가이다. 가치로서 동기부여 할 수 있다. 어떤 가치가 있는가? 힘과 미가 있다. 바야흐로 힘의 시대가 가고 미의 시대가 온다.  

서구문명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들이 처음부터 수동적인 것은 아니었다. 부족의 전사들이 숲에서 사슴을 사냥한다. 사냥감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이 시점에서 그들은 갑자기 수동적으로 변한다.

동양문명은 점차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사들이 사냥한 사슴이 마을 공터로 운반되는 시점부터 여인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그들은 사슴을 요리하여 최대의 맛을 이끌어낸다.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성대한 축제를 연다.

한 마리의 사슴만으로도 그들은 한 마리 사슴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 이상의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곤 한다.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숲의 사슴은 남성의 사냥에 의해서 소모된다. 언젠가 그 숲에는 사슴이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이는 소모적 가치다. 아폴론의 한계다. 반면 여성이 주도하는 공동체의 축제는 전파되고 공명한다. 이는 생산적 가치다. 디오니소스의 플러스 알파이다.

● 서구의 힘 -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점차 소모된다.
● 동양의 미 - 상생의 원리에 의하여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남성은 점차 수동적으로 변하여 간다. 여성은 점차 능동적으로 변하여 간다. 이는 본질에서 문명의 성격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능동적인 도전이고 무엇이 수동적인 방어인가? 전사들은 다만 수동적으로 침략해 오는 적을 물리치려 한다. 전사들은 수동적으로 자신의 영토를 지키려 할 뿐이다. 왜인가?

전쟁을 할수록 부족이 통합되어 점차 침략할 적대부족이 존재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을 할수록 정복할 영토가 바닥나서 급기야는 정복하고 개척할 미지의 신대륙이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서구의 남성성은 원래 도전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환경주의를 앞세운 서구정신은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 그들의 임무는 미처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일이었다. 지금 그들의 임무는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로 되었다.

동양의 여성성은 원래 방어적이었다. 여성이 집과 가족을 지키려 하듯이 농경민인 그들은 토지에 붙박혀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동양정신은 점차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동서양이 힘을 합쳐 성대한 축제를 열 타이밍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송이 꽃 향기에 취해 용기있게 다가설 수 있는 사람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세상은 변한다. 문명은 변한다. 오늘날에 와서 바깥으로 열린 창을 발견하고 그어진 금 밖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는 사람은 여성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689 한동훈 패션안경의 비밀 김동렬 2024-03-07 1285
6688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김동렬 2024-03-24 1285
6687 총선이 한 달 앞이다 김동렬 2024-03-11 1287
6686 의사결정 원리 김동렬 2023-11-22 1300
6685 인간에 대한 환멸 2 김동렬 2024-03-04 1304
6684 박용진은 정치를 배워라 2 김동렬 2024-03-20 1309
6683 대한민국 큰 위기 그리고 기회 김동렬 2024-04-09 1313
6682 정의당의 몰락공식 김동렬 2024-03-06 1324
6681 한동훈 최후의 발악 1 김동렬 2024-03-28 1325
6680 왼쪽 깜박이와 모계사회 김동렬 2023-12-04 1330
6679 논리의 오류 김동렬 2024-02-04 1331
6678 배신의 정치 응징의 정치 김동렬 2024-02-28 1345
6677 조국인싸 동훈아싸 image 김동렬 2024-03-22 1345
6676 방향과 순서 김동렬 2023-12-15 1346
6675 인류문명 2.0 김동렬 2024-02-13 1346
6674 윤석열 심판이냐 이재명 심판이냐 김동렬 2024-03-28 1346
6673 희귀한 인류 가설 김동렬 2023-11-30 1353
6672 이종섭이 무얼 잘못했지? 김동렬 2024-03-31 1357
6671 조절장치 김동렬 2024-01-29 1361
6670 공천잡음 비명횡사 김동렬 2024-04-04 1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