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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66 vote 0 2020.11.22 (22:39:48)

    다윈이 틀렸다.


    뉴턴이 틀렸고 아인슈타인이 옳다. 아인슈타인이 틀렸고 보어가 옳다. 그렇다고 해서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과학의 발전은 이런 식이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거친다. 베게너의 구체적인 이론은 틀렸지만, 그의 대륙이동설은 옳다. 


    세부적으로는 틀렸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판단은 옳다. 먼저 온 자가 큰 틀거리를 정하면 뒤에 온 자가 세부를 채워 넣는다. 공자의 가리킨 방향이 옳을 뿐 세부적인 지식은 틀렸다. 2500년 전에 온 할아버지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마찬가지로 다윈은 틀렸다.


    진화론은 옳지만, 그의 자연선택설은 틀렸다. 틀렸다기보다는 이론적으로 빈곤하다는 말이 적확하다. 다윈의 진화론은 우연론이다. 진화는 우연이 아니라 수학적 필연이다. 유전자 시스템의 한계다. 지구에 처음 유전자가 출현했을 때 종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의미 없다.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적 다양성의 크기가 종의 진화범위를 결정한다. 지구가 더 크고 대륙이 지금보다 넓고 지형이 복잡했다면 진화의 양상이 달랐을 것이다. 유전자를 조합해 확률을 만든다. 그 확률범위 안에서 진화한다.


    그런데 충돌한다. 외부환경과 충돌한다. 신체구조가 내부적으로 충돌한다. 양자역학이 적용된다. 세상은 불연속이다. 띄엄띄엄하게 간격을 두고 존재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합의되는 부분만 실행한다. 침대는 부부에 의해 공유되지만 화장실은 교대로 쓴다. 


    동시에 같은 화장실 변기를 이용할 수는 없다. 진화에 중간은 없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진화는 불연속적이다. 세상은 대칭이다. 대칭은 둘이다. 둘이 짝을 맞추어야 한다. 둘 중에서 어느 쪽 기준에 맞출까? 한 방향으로 간다. 아기가 어른 기준에 맞출 수 없다. 


    어른이 아기에 맞춘다. 어른이 기저귀를 가는 시간에 맞춰 아기가 똥을 싸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응가를 하는 시간에 맞춰 어른이 기저귀를 교체한다. 러므로 불연속이다. 그래서 방향성이 있다. 대칭이면서 동시에 비대칭이어야 한다. 대칭이 효율적이다. 


    비대칭은 에너지 손실로 인해 도태된다. 한쪽 팔이 큰 게는 있다. 한쪽 팔이 큰 사람은 없다. 사슬은 약한 고리에서 끊어지기 때문이다. 팔이 짝짝이면 불편하다. 두 팔이 똑같은 사람도 없다. 왼손잡이는 왼팔이 더 크고 오른손잡이는 오른팔이 조금 더 크다. 


    류현진 팔뚝을 보면 알 수 있다. 투구를 하는 왼팔이 더 굵다. 남자와 여자의 크기는 비슷하다. 그런데 남자가 더 크다. 초등학교 6학년은 여자가 더 크다. 차이가 나면 안 된다. 아주 똑같아도 안 된다. 이건 순전히 수학이다. 자연의 법칙이므로 어쩔 수가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대칭이면서 동시에 미묘하게 비대칭이라야 의사결정을 잘한다. 거기에 미학이 있다. 동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래야 의사결정을 잘하기 때문이다. 새는 수컷의 깃이 아름다워야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다. 포유류 동물은 색이 화려하지 않다. 


    호르몬으로 수컷이나 암컷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새는 호르몬을 쓸 수 없다. 공중을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허공에 호르몬을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모든 동물과 식물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보다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신체구조를 만든다. 사람은 침팬지나 고릴라보다 잘 생겼다. 달리기를 잘하려면 신체균형이 맞아야 한다. 목이 짧고 턱이 돌출하면 머리가 흔들려서 달리지 못한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는 말처럼 뛰지 않는다. 확실히 말이 더 잘생겼다. 물고기도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아름답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물고기는 못생겼다. 광어나 도다리는 뻘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못생겼다. 심해어는 눈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못생겼다. 박쥐도 같다. 


    박쥐는 대부분 장님이다. 잘생긴 박쥐도 있는데 그 경우는 장님이 아니다. 태즈메니아 데빌은 못생겼는데다가 교미과정이 난폭하다. 암수가 서로 싸운다. 이런 식이면 도태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생존해 있는 이유는 고립된 섬이라서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은 잘생긴 동물만 살아남았다. 모든 동물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따른다. 그리고 신체구조의 효율성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따른다. 그런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환경과 일치하고 의사결정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너무 일치해도 안 된다.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모두 수학적으로 판단된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수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아름답다. 인간이 대표적이다. 


    인간은 추워도 살고 더워도 산다. 북극에서 정글까지 고루 산다. 그만큼 아름답다.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으므로 팔근육만 발달해서 아름답지 않다. 인간 중에도 신체는 흑인이 아름답다. 피부를 노출하고 더 많이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왜 이 부분이 중요한가? 진화원리는 생물의 진화뿐 아니라 우주의 진화, 문명의 진화, 정치의 진화, 문화의 진화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이 살아남고 어떤 정당이 도태되는지는 수학적으로 정해져 있다. 이념이니 노선이니 정책이니 대개 개소리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인종주의를 촉발시켜 인류를 전쟁으로 내몰았다. 양차 세계대전은 다윈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 보수주의 사상의 이면에 비뚤어진 다윈주의가 숨어 있다. 잘못된 진화론과 그 해석이 전쟁과 인종주의를 조장했다. 


    바른 진화론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기는 넘이 장땡이다 하는 식의 자본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미학적 인간상을 추구해야 한다. 외부환경과의 접촉면이 넓은 쪽이 아름답다. 그리고 이긴다. 내부에서도 균형을 갖춘 쪽이 아름답다. 그래야 이긴다. 편협하면 진다.


    반미, 반일, 반자본에 매몰된 진보 일각의 쇄국주의, 고립주의 퇴행을 극복해야 한다. 보수의 반북, 반중 책동도 마찬가지다. 성소수자 공격이나 다문화 공격, 성차별은 종의 생존확률을 낮추는 자살행동이다. 잘못된 진화론이 20세기 전쟁의 비극을 잉태했다. 


    올바른 진화론이 올바른 정치를 만들고 좋은 사회를 만든다. 진화가 수학에 지배되듯 정치도 수학에 지배된다. 사회에는 미학으로 나타난다. 아름다운 정치가 이기는 정치다. 물론 후진국은 다르다. 후진국은 착취로 이윤을 내고 선진국은 창의로 이윤을 낸다. 


    선진국은 다수가 참여하는 문화가 경쟁력이고 후진국은 왕이 혼자 먹는 독재가 경쟁력이다. 무엇이 옳으냐가 아니라 진화의 어느 단계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른 전략이 채택되는 것이다. 선두주자는 존중, 배려, 합의가 경쟁력이고 후진국은 복종이 경쟁력이다.


    철학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대중은 시큰둥하다. 탈근대 사상이 신자유주의를 부추겼다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윈주의는 치명적이다. 다들 눈에 핏발이 선다.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죽고 사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진화는 곧 변화이고 변화는 액션이다. 


    뭔가 행동하라고 하면 인간은 반드시 나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행동은 동료들과 손발이 맞아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의리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의해야 의리가 선다. 의리는 가르쳐야 한다. 올바른 진화이론이 아니면 안 된다. 


    가장 크게 부딪히는 부분은 구조론이 원인론인 데 비해 다윈주의가 결과론이라는 점이다. 결과론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이고 원인론인 싹수가 노란 것은 미리 알 수 있다는 거다. 결과론은 현재 승자는 무조건 옳은 것이 된다. 새치기를 해도 이기면 된다. 


    비판할 수 없다. 그게 정글의 생존원리라면 말이다. 구조론은 미리 예견한다. 방향이 틀렸다. 51 대 49로 시작해도 점차 간격이 벌어져서 백 대 빵이 된다. 비트코인 원리다. 확률로 겨루는데 49로는 영원히 못 이긴다. 방향이 잘못 정해지면 갈수록 나빠진다. 


   구조론 - 원인론, 필연론

   다윈설 - 결과론, 우연론


    방향이 틀렸는데도 혹시 모르잖아 하고 지갑 주울 궁리로 어긋난 짓을 계속하는 불복왕 트럼프들 많다. 그들은 확률을 오해한다. 확률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주사위를 계속 던질수록 미리 정해진 숫자로 접근한다. 혹시 모르는게 아니다. 안다. 그 결말을.


프로필 이미지 [레벨:10]흑태

2020.11.23 (09:31:28)

질문 올립니다.


다윈과 구조론의 차이를

유전자의 의사결정으로 봐도 되나요?


다윈은 유전자의 존재를 몰랐으므로 

종의 환경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설명하지 못했고

환경의 일방적 선택을 말했다.


구조론은 유전자의 환경 상호작용을 인정하므로

종의 환경에 대한 의사결정이 

진화의 한 축이 됨을 설명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11.23 (10:08:22)

맞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미래에 대한 예측입니다.

유전자만 보면 질병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몇 살 까지 암에 걸릴 확률이 몇 퍼센트다 하고 답이 나온다는 거지요.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당신은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윈주의로 보면 뭐든 결과론이므로 

나는 운이 좋은 놈이야. 암에 안 걸려. 지금까지 안 걸렸잖아. 이러고 뻗대는데

제압할 수 있는 논리가 없습니다.

즉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왜냐하면 다윈주의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와 같은 보수꼴통 행보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놈이 장땡이다 하는 다윈주의 철학이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기독교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쉴드쳐주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다윈을 비판하면 창조과학회 꼴통들이 득세할까봐 못하고 있는 거지요.

진화는 유전자가 백퍼센트 결정합니다.

환경은 그 유전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만 합니다.

그러므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정치도 예측가능하고 자본도 예측가능합니다.

경제는 무한성장하는게 아니고 어느 정도 가다가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탈근대사상은 비뚤어진 역주행입니다.

확률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확률을 오해하기 때문에 혹시 모르잖아 하는데 

비트코인은 원리적으로 해킹이 안 됩니다.

한 번 시도에 해킹될 확률이 49퍼센트라고 치고

무조건 백만번 시도한 후에 결정하도록 해놓으면 해킹될 확률은 0퍼센트입니다.

트럼프도 확률을 헷갈려서 혹시 모르잖아 하고 저러고 있는 거지요.

애비가 산수공부를 시켰어야 했는데.

고립되고 격리된 지역은 예측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지구에 두 명 밖에 없으면 운좋게 해킹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백만 명이 키를 나눠갖고 있다면?

프로필 이미지 [레벨:10]흑태

2020.11.23 (10:32:03)

답변 감사드립니다.

오랜 의문이 해소되는것 같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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