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15 vote 1 2021.05.16 (16:37:39)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나 증폭되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가?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비효과에 착안한 카오스 이론은 상당 부분 허풍이다. 과학을 농담 따먹기 수준으로 하면 안 된다.


    사라예보에서 한 방의 총성이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그 전에 범게르만주의와 범슬라브주의의 충돌에 의해 냉전이 일어나 있었고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대공 부처의 사살은 열전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강한 긴장이 걸려 있었다. 그 긴장이 원인이다. 그런데 그 긴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 말한다.


    인간은 그냥 말하기 쉬운 것 위주로 말한다. 그래서 거짓이 활개를 친다. 정치인의 프레임 걸기 수법이 그러하다. 낙인을 찍고 이미지를 조작한다. 낙인은 잘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이라는 증폭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탈길에서는 사소한 행동으로도 미끄러질 수 있다. 합기도 고수는 작은 동작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탈길에서 깝치다가 자빠졌다면 원인은 비탈이다. 합기도 고수가 작은 동작으로 쓰러뜨리기 전에 크게 설계한다. 원인은 고수의 작은 동작이 아니라 그 전에 이루어진 큰 설계에 있다. 미리 약점이 드러나게 합을 맞춰놓는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일으켰다면 그 원인은 나비가 아니라 불안정한 대기다. 사람들이 나비는 알지만 대기 불안정이라는 고급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나비효과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로또 당첨은 마지막 번호가 결정한게 아니고, 주사위 게임은 마지막 주사위가 결정한게 아니고, 야구와 축구의 승부는 결승타와 결승골이 결정한게 아니다. 부분은 전체를 결정할 수 없다. 


    빙산의 0.917은 수면하에 잠복해 있고 수면 위에는 0.083이 떠 있다. 수면 하의 92퍼센트를 모르기 때문에 나비효과 착시가 일어난다. 작은 사건이 크게 증폭되는게 아니라 큰 사건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착각하게 된다. 눈을 떠라. 눈을 크게 떠야 수면 하의 진실이 보인다. 눈을 감고 나비 탓을 한다면 한심한 거다.


    벼룩이 코끼리를 물었다. 벼룩에 물린 코끼리가 옆에 있는 다른 코끼리를 공격했다. 벼룩 때문에 코끼리 싸움이 난 것인가? 아니다. 원래 그 코끼리가 난폭한 코끼리다. 벼룩은 단지 타이밍을 결정했을 뿐이고 코끼리의 쟁투는 확률 형태로 잠복해 있었다. 언제 터져도 터질 일이었다. 


    나비효과가 진실이려면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비 한 마리로 북경의 날씨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나비 한 마리가 움직일 때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것은 포착되지 않는다. 인간은 단지 포착되는 부분만 가지고 멋대로 떠들어대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하기 좋으니까. 나비효과라고 비유로 말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스개에 불과하다. 가장 큰 나비효과는 나비효과라는 말 때문에 생겨난 여러 가지 헛소동이다. 


    나비효과는 우리가 인과율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하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언제나 큰 것이 작은 것을 결정한다. 그 큰 것은 대개 이름이 없다. 인간은 추상적 사고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은 것에 화를 낸다. 작은게 만만하기 때문이다. 비겁한 짓이다.


    조선족을 공격하고 소수자를 탓하는 이유는 만만하기 때문이다. 그게 교양없음을 들키는 행동이다. 인간은 그저 말하기 편한 대로 말할 뿐이다. 인지부조화 행동의 일종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565 중국인들이 씻지 않는 이유는? 김동렬 2023-11-08 1633
6564 다윈의 실패 image 김동렬 2023-02-15 1634
6563 국힘의 컨닝실패 2 김동렬 2023-11-05 1635
6562 진리의 기쁨 김동렬 2022-05-02 1636
6561 구조론의 균형감각 김동렬 2022-05-25 1642
6560 구조주의 진화론 김동렬 2023-10-24 1642
6559 한국인들에게 고함 1 김동렬 2023-11-22 1642
6558 메커니즘 김동렬 2023-08-27 1643
6557 엔트로피 2 김동렬 2023-02-20 1646
6556 진리충격 김동렬 2023-01-18 1647
6555 왜 사느냐? 김동렬 2023-08-29 1648
6554 삼국사기 초기 기록의 신뢰성 문제 김동렬 2023-07-28 1651
6553 철학의 탄생 김동렬 2022-03-26 1660
6552 권력과 본질 김동렬 2022-07-05 1662
6551 도구주의 철학 1 김동렬 2022-07-04 1664
6550 인생의 전부 김동렬 2023-01-24 1666
6549 민주주의를 직시하자 김동렬 2023-08-14 1670
6548 게임에의 초대 김동렬 2022-06-23 1673
6547 초심자를 위한 구조론 3 image 김동렬 2022-05-22 1675
6546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04-30 1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