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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39 vote 0 2021.12.05 (17:47:24)

    나는 과학자들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나 뉴턴도 영원불변의 우주관을 믿었다고. 정상우주론이니 하는 것은 그냥 얼버무리는 말이다. ‘조또 알게 뭐냐.’ 이런 거다.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는건 괜찮은데 그걸 이론이라고 하면 안 된다. '잘모름이론.' 말이 돼? 어차피 인간이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는 데까지는 알아봐야지. 자연의 모든 변화를 한 방에 설명하는 보편적 원리에 대한 탐구를 포기하면 안 된다.


    기독교인이 쓰는 '신의 전지전능'과 비슷하다. 깊이 파고들면 전혀 말이 안 되는 헛소리다. 신은 '1+1=3'으로 만들 수 없다. 신은 자살할 수 없다. 신은 신노릇을 그만둘 수 없다. 전지전능은 초딩들이 생각 없이 떠드는 말이다. 그래도 느낌은 전달된다. 영원불변이니 무한이니 하는 알쏭달쏭한 말로 좋은 시를 쓸 수는 있지만 문학과 과학은 다른 거다.


    구조론은 사건으로 본다. 사건은 시작과 끝이 있다. 영원한 시공간이라는 것은 없다. 자연에 물질운동이 있을 뿐이다. 공간과 시간은 물질의 변화를 설명하는 언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있고 '분다'는 없다. '분다'는 바람의 이동을 설명하는 말이다. 중력이니 인력이니 하는건 얼버무리는 말이다. 그냥 '차가 가네. 가는구나.' 하면 무식을 들킨다. 글자 배운 사람이라면 '파워트레인'을 설명해야 한다.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설명해야 한다. 그냥 바람이 부는게 아니고 낮에 공기가 데워져서 팽창했다가 밤에 공기가 수축하므로 공기가 이동하여 계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합당한 메커니즘이 있다.


    이쪽으로는 파인만 형님의 동영상이 유명하다. 과학자는 파인만처럼 줄기차게 설명해야 한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이다.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전제로 계속 추궁해 들어가야 한다. 지구 위의 모든 물체는 중력의 영향 아래 무게중심을 가지는데 무게중심의 아래쪽과 위쪽이 싸워서 아래쪽이 이기는게 중력이다. 무게중심이 지구중심과 대칭을 이룬 상태에서 이기는 쪽으로 축을 이동시킨다. 지구가 이기므로 지구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는게 중력이다. 부력은 위쪽이 이긴다. 불을 붙이면 불꽃이 위로 올라간다. 그런데 우주정거장에서는 성냥불이 꺼진다. 이산화탄소가 위로 빠져나가고 산소가 밑으로 들어와야 연소반응이 지속되는데 그러한 순환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위에서 물체의 무게중심은 가운데인데 중력이 작용하면 보다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내부의 활발한 상호작용 속에서 아래쪽이 이겨서 무게중심이 아래로 이동할 때보다 안정되며 그렇지 않으면 외력의 작용에 흔들린다. 불안정하게 된다. 불꽃은 왜 위로 오르는가? 물체는 왜 아래로 향하는가? 정확히 같은 메커니즘이다. 흔들면 덜 흔들리는 쪽이 이긴다.


    화살은 꼬리깃이 뒤로 간다. 더 많이 바람을 맞아서 더 많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만약 화살을 거꾸로 쏘면? 촉을 활시위에 걸고 깃을 앞으로 보내면? 꼬리깃이 공기를 맞아서 화살이 텀블링을 한다. 총알도 강선이 없으면 흔들리면서 변화구처럼 휘어져 간다. 라이플은 강선이 있고 머스킷은 강선이 없다. 머스킷 유효살상거리는 50미터다. 총알이 날아가며 흔들리므로 롯데의 최동원 선수가 폭포수 커브를 던진 셈으로 되므로 총알의 위력이 라이플의 1/10로 감소한다.


    물체가 가진 소립자 단위의 고유한 각운동량이 무게중심의 이동을 따라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중력이다. 사람이 갑판 위에 서 있는데 파도가 쳐서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쪽으로 몸이 쏠린다. 물체가 낙하한다는 것은 로터리에서 버스가 커브를 돌 때 관성력에 의해 몸이 쏠리는 것과 같다. 유체의 몰아주는 성질에 의해 무게중심이 안정된 쪽으로 이동한다.


   이긴다는 것은 다른 쪽의 영향력을 무시한다는 말이다. 투수의 공과 타자의 배트가 충돌하면 투수의 4에 타자의 6이 싸워서 타자가 2만큼 이긴다. 공은 타자가 이긴 2만큼 전진한다? 천만에. 이긴 쪽이 10을 전부 가져간다. 투수의 힘을 타자의 배트가 흡수하여 타자가 10의 힘으로 공을 날려 보낸다. 유체의 몰아주는 성질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보면 그 안에 엔진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구조론은 중력의 엔진을 모른다. 자동차 내부를 뜯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진이 거기에 있다는건 안다. 그 엔진이 증기기관인지 전기모터인지 가솔린기관인지 모르지만 후드를 열어보면 뭔가 있다. 자원의 각운동량을 몰아주는 것이 내부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공간의 곡률로 표현한다. 중력은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공간을 타고 전달된다는 점이 각별하다.


    구조론은 척력이 먼저라고 말한다. 고유한 각운동량이 물체를 흔들어댄다. 흔드는게 척력이다. 흔들면 안정되려고 한다. 안정된 쪽이 이기는게 인력이다. 한 뼘이라도 지구에 가까운 쪽이 이긴다. 무게중심이 가운데보다 아래쪽에 형성되는게 중력이다. 원심분리기를 돌리면 무거운 것이 가운데로 모인다.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에 따라 관성력과 중력은 같다. 원심분리기는 모터로 돌린다. 중력은 고유한 각운동량의 수렴으로 물체를 흔든다. 실제로 물질을 흔드는 주체는? 힘을 전달하는 매개는? 과연 중력자를 교환하고 있는지는 구조론으로 알 수 없다. 그런데 분명히 흔든다. 흔들리는게 있으면 흔드는게 있는 거다. 햇볕이 공기를 흔들어서 바람이 불게 하듯이 물질을 흔들어 중력을 만드는게 있다. 공간을 타고 전달되므로 공간에 뭔가 있다고 보는게 자연스럽다.


    구조론의 의미는 이런 것을 개별적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의사결정 메커니즘 하나로 전부 설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중력과 관성력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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