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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467 vote 0 2020.11.22 (18:55:14)

 

     방향성을 판단하라

 

    암스트롱은 왼발을 먼저 내디뎠다. 왜 하필 왼발인가? 힘이 센 오른발로 버티고 힘이 약한 왼발로 조심스럽게 내딛어보는 것이다. 처음 가는 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땅이 푹 꺼져버릴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재빨리 내밀은 왼발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힘이 센 오른발로 버텨야 한다. 권투선수가 왼손으로 잽을 넣는 것과 같다.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치려면 왼손을 내밀었다가 거둬들이면서 반동의 힘으로 쳐야 한다. 여기에는 과학이 있다. 사실 오른발이든 왼발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아니다. 상관이 있다.


    인류의 대표자로 달에 갔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행동은 이러나저러나 상관이 없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 그러나 팀을 이루면 동료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의리가 있어야 한다. 우측통행을 하는 이유는 오른손잡이들 때문이다. 트랙을 돌아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오른쪽 다리가 약간 더 길다. 오른발이 더 힘차게 뻗는다. 혼자라면 상관없다.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나 트랙은 여러 사람이 공유하므로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역주행하면 충돌한다. 왼손잡이가 손해 본다. 수류탄은 오른손잡이에 맞추어져 있다.


    왼손잡이도 적응되면 양손잡이나 마찬가지라서 망설이게 된다. 교관이 왼손잡이들을 따로 불러내지만 응하지 않는다. 무슨 커밍아웃할 일 있나? 확실한 결정을 못 하고 있다가 헷갈려서 사고가 난다. 개인의 행동은 여러 가지 선택이 주어져 있지만 집단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생물의 진화도 같다. 구조론에서 진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증명이 쉽기 때문이다. 진화가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구조론만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다윈은 진화를 이론적으로 납득시키지 못했다. 화석증거가 없으면 곤란해진다. 이 부분은 대륙이동설과 비슷하다.


    대륙이동은 명백하지만 지질학자도 아니고 기상학자였던 베게너는 확실한 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륙을 이동시키는 막대한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지? 모른다. 베게너는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을 돌아다니며 화석을 수집했다. 명백한 증거가 나왔지만 학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이론이 받쳐줘야만 한다. 그런데 다윈은 반대로 이론이 허술한데도 화석증거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형편이다.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이론이 허술해도 큰 틀에서는 인정을 해야 한다. 진화문제는 당장 종교세력과 싸워야 하므로 이론이 허술하지만 학자들이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지만 실제로 채택되는 것은 정해져 있다. 여기에 방향성이 있다. 방향성은 수학이 정한다. 첫째는 신체를 이루는 각 부분과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둘째는 환경과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이렇게 어긋난 것들을 하나씩 추려내다 보면 중간단계가 없다. 


    이 환경과 저 환경 사이에 중간환경이 없다. 물론 중간환경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충하는 말이고 이론적으로는 중간이 없다. 양자역학과 같다. 대칭원리가 작동하므로 홀수는 없다. 언제나 짝수라야 한다. 불연속적이라는 말이다. 사하라사막과 정글의 중간지는 사헬 지대다. 


    만약 중간이 있으면 그 경우는 독립적으로 이름이 붙는다. 하마는 뭍에 살고 고래는 바다에 산다. 고래의 조상이 하마다. 고래와 하마의 중간쯤 되는 고래의 조상은 천해에 살았다. 대륙이동의 결과로 지금은 천해가 없다. 천해가 없으므로 고래와 하마의 중간 동물이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천해가 있었으므로 중간이 있었다. 이런 식이다. 어떤 경우에도 불연속성은 보존된다. 그것이 방향성이다. 중간이 처음에는 있지만 점차 사라지는게 방향성이다. 민주당과 국힘당의 중간당이 원래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수학원리로 중간당은 없어지게 되어있다.


    중간당은 의사결정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중간자는 상대당에 포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시하는 비용이 든다. 민주당과 국힘당이 양쪽에서 사람을 빼간다. 인간의 조상은 원래 정글에 살았다. 환경이 변했다. 사막에 많은 비가 내려 갑자기 살만한 땅이 생겼다.


    인간의 조상은 나무에서 내려와 나무가 없는 반사막 환경에 적응했다. 두 발로 직립하고 육지를 달린 것이다. 결정적인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러다가 그 지역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데 다시는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이제 인간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다.


    한때 인간은 지구 전체에 1천 개체에 불과할 정도로 절멸 직전까지 몰렸다. 사자에 쫓기면서도 미친 듯이 달려서 겨우 살아남은 것이다. 바늘구멍과 같은 틈을 통과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다. 그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중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은 기적이다.


    환경변화가 진화를 추동한다. 나무에 살면 원숭이가 되고 땅으로 내려서면 사자에게 쫓긴다. 운 좋게 일시적으로 사막이 옥토가 되면 찬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자가 없는 지금이 찬스다. 급격한 진화가 일어난다. 그곳에서는 진화를 방해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없으니까.


    경쟁이 없으면 열성인자가 살아남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갑자기 환경이 좋아져서 열성인자가 살아남으면 급격한 진화가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다시 환경이 나빠진다. 그러므로 중간단계는 없다. 환경변화 때문이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고 중간이 없다. 전혀 없는건 아니다.


    처음 나란히 출발선에 설 때는 중간이 있다. 그런데 미세한 확률이 누적되면서 중간은 급격하게 사라진다. 그게 방향성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여러 가지 중간 선택지가 있지만 집단은 죄다 오른손잡이라야 한다. 왼손에 창을 들면 동료를 찌르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올리는 손이다. 창을 올리는 손이다. 두 사람이 창과 방패를 들고 좁은 길에서 마주친다. 오른손에 창을 들고 왼손에 방패를 들어야 사고를 막는다. 우측통행이다. 오른손이 강하므로 적을 왼편에 둔다. 맞은 편의 적이 사우스포라서 내 오른쪽으로 돌면 스탭이 엉킨다.


    영화 로키에서 왼손잡이로 설정된 실베스타 스탤론이 그 나이가 되도록 권투선수로 출세 못 한 이유다. 사실 별것 아닌데 많이 모이면 확률이 누적되어 커다란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수학적으로 해석된다. 지도자의 역할은 백 년 앞을 내다보고 방향판단을 하는 것이다.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무슨 상관이야 하고 나둬버리면 나중 골치가 아파진다. 미국처럼 홀로 파운드법을 고집하다가 왕따가 된다. 일본처럼 갈라파고스 현상을 일으켜 수출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국제표준을 따라가야 하는 거다. 생물의 진화는 이러한 수학원리가 결정한다.


    작은 차이가 모여서 큰 흐름을 만든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거의 쪽수다. 과거에는 경상도당이 경상도 쪽수로 먹었고, 지금은 수도권당이 수도권 쪽수로 먹는다. 조중동의 이념타령은 거의 개소리고 정치는 그냥 쪽수다. 지금은 큰 차이라도 시작단계에서는 작은 차이다.


    박정희의 호남차별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자본의 효율원리가 가세하여 점점 격차가 벌어졌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은 가만있었지만 가만있은 죄가 크다. 간극이 벌어지기 전에 막아야 했는데 말이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학력격차다. 작은 차이로 보여진다. 


    그런데 그게 모이면 크다. 민주당 의원 한 명과 국힘당 의원 한 명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놈이 그놈이다. 일본인 한 명과 한국인 한 명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일본인 열 명과 한국인 열 명을 세워놓으면? 구분된다. 민주당의원 백 명과 국힘당 의원 백 명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개인은 비슷한데 집단의 방향이 다르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든다. 민주당에도 부자 있고 국힘당에도 빈자 있다. 민주당에도 바보 있고 국힘당에도 똑똑이 있다. 그런데 차이는 갈수록 커진다. 민주당 바보는 똑똑해지고 국힘당 똑똑이는 바보된다. 방향성의 힘이다. 


    흐름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작은 유압이 커다란 기중기를 움직인다. 출발단계는 51 대 49인데 어어 하는 사이에 백 대 빵이 된다. 조국이나 진중권이나 처음에는 비슷했다. 하늘과 땅 차이 된다. 방향성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4]고향은

2020.11.23 (11:17:11)

"방향성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이 지구에서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산다면
어떤 것이 어떠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구에서
한참 동안을, 둥지를 틀었다가 가야 하므로
우리에게 둥지는 소중해진다

부모가 지어준 집에 살 수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집을 건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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