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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93 vote 0 2019.10.14 (19:34:39)

    심리로 시작하고 물리로 결정한다


    사건은 심리학으로 가다가 갑자기 물리학으로 바뀐다. 심리학은 상대의 태도를 보고 내 입장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성의 공간이다. 집단 안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 자기편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 그런데 한계에 봉착한다. 미국이 가세하는 순간 판은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버린 것이다. 2차대전의 양상이 그러하다.


    판이 작을 때는 심리학이 먹힌다. 미국의 적은 소련이다. 독일은 선택을 요구한다. 미국은 소련을 선택했다. 그리고 독일은 망했다. 독일은 강하고 소련은 약하다. 당연히 독일을 선택하는 게 맞다. 병사가 17만 명밖에 없던 미국이 무엇을 믿고 소련 편에 붙었을까? 독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거다. 쟤들 공산주의 싫어하잖아.


    최종보스가 링에 오른다. 진정한 보스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바둑을 두지만 나중에는 바둑이 사람을 둔다. 게임이 사람을 지배한다. 물리가 심리를 지배한다. 미국이 독일과 소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전쟁이 국가를 선택한다. 전쟁은 국가를 이기고 싶어한다. 전쟁이 전쟁에 개입한다. 전쟁이 전쟁을 하게 된다.


    독일과 소련 사이에서 미국의 중립은 불가능이다. 항상 그렇다. 재판부는 어느 편을 들까?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판결을 한다. 한나라당이 탄핵을 결정하고 헌재가 통과시키면 헌재의 존재감은 0이 된다. 그 경우 헌재는 허수아비다. 헌재는 헌재가 이기는 선택을 한다. 국민은 국민이 이기는 선택을 한다. 국민이 국민을 한다.


    독일이 소련을 침략하고 미국이 승자인 독일의 손을 들어주는 싱거운 그림은 없다. 소련의 편을 드는 것이 더 미국의 존재감이 크다. 기레기가 검찰 편을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권 편을 들면 사건은 조용히 가라앉는다. 취재할 기삿거리는 없다. 기레기와 검찰과 자한당이 편먹고 한쪽 편에 설 때 국민이 어느 편에 설지도 명백하다. 

 

    최종보스는 국민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소련 편에 선 것은 아니다. 다수의 미국인은 소련과 독일이 싸우다가 둘 다 죽기를 바랬다. 미국의 어부지리를 꾀한 것이다. 미국은 간을 보다가 너무 늦지 않게 노르망디에 상륙했다. 최종보스인 국민은 판을 키우기 원하며 검찰과 정권 사이에서 간을 본다. 정권과 검찰의 이전투구를 바란다.


    바야흐로 싸움은 크게 어우러졌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심리학은 싸움을 돋우는 과정이다. 초반에는 판이 커지는 쪽으로 인간은 행동한다. 그 경우 대개 판은 50 대 50으로 가면서 팽팽해진다. 중도적인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 편을 드는 것이 판돈을 올리는 일이다. 정권이 권력의 힘으로 누른다면 싸움은 싱겁게 끝날 테니까.


    초반에 국민은 자신이 판에 낄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것은 심리학의 단계이며 상대적인 공간이다. 싸움을 돋우는 과정에는 상대성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제 판은 커질 대로 커졌다. 국민이 본격적으로 게임에 개입하면? 게임에 참여하기 전에는 일단 발언권을 얻을 수 있는 결정을 하지만 국민이 발언권을 얻은 다음에는?


    국민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한다. 헌재는 노무현의 탄핵을 인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했고 박근혜의 탄핵을 인용함으로써 역시 역사에 남을 명판결을 했다. 첫 번째 판결로 판에 끼었고 두 번째 판결로 의미있는 결정을 했다. 국민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국민이 판에 끼는 절차다.


    국민은 국민을 국민하는 결정을 한다. 국민을 한 덩어리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드는 결정을 한다. 국민이 이기는 결정을 한다. 초반에는 이쪽저쪽을 기웃대며 간을 보다가 막판에 한쪽에 몰아주는 결정을 한다. 국민은 국민 자신을 유지하는 결정을 한다. 검찰과 자한당은 관객인 국민을 그라운드에 끌어내는 나쁜 결정을 했다.


    바보들은 민주당과 자한당 중에 한쪽에 투표하기를 기대하지만 국민은 자기 자신에게 투표한다. 국민은 국민을 지지한다. 누가 국민을 광장으로 끌어냈는가? 국민은 올바른 쪽에 투표하는 것이 아니며 이기는 쪽을 편드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싸움을 돋우는 단계의 일이다. 막판에 국민은 거세게 흘러가는 장강의 강물이 된다.


    장강의 강물을 누가 다스리랴? 누구도 다스리지 못한다. 장강은 장강이 다스린다. 국민은 국민이 해결한다. 그것이 통제가능성이다. 이 지점에서 정치는 심리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다. 답은 기계적으로 정해진다. 국민은 국민 안에서 기세와 방향성과 리더가 나오게 결정한다. 량에서 운동과 힘과 입자를 거쳐 질의 균일에 이른다.


    질의 균일에 이르렀을 때 위대한 사건은 시작된다. 비로소 국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식론이 물러나고 존재론으로 바뀐다. 에너지는 최후에 한 번 크게 방향을 바꾼다. 그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서론에 불과하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15 (02:18:52)

"국민은 국민이 해결한다. 그것이 통제가능성이다. 이 지점에서 정치는 심리학이 아니라 물리학이다."

http://gujoron.com/xe/113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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