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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56 vote 0 2021.07.08 (12:34:00)

    과학의 힘은 재현에 있다. 같은 것을 복제해내면 믿을 수 있다. 공간은 재현이고 시간이면 예견이다.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여 맞춰야 한다. 심리학, 진화생물학, 사회학이 유사과학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재현과 예견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설명만 하는 것은 점쟁이도 할 수 있다.


    성선택이든 자연선택이든 비과학적인 언술이다. 선택은 동사다. 명사를 찍어야 한다. 그 선택의 주체는? 의사결정 주체를 특정해야 한다. 자연선택은 우연선택이니 결과론이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다. 예견할 수 없고 재현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모르겠다는 말이다. 모르는건 과학이 아니다.


    모든 존재는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절차가 있다. 의사결정의 자궁이 반드시 있다. 내부에 축과 대칭의 구조가 갖추어져 있다. 조절장치가 있고 에너지의 입력부와 출력부가 있다. 톱니가 맞물리는 정도를 조절하여 피드백을 결정한다. 그것을 찾아야 무언가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배는 키가 있다. 방향타가 있다.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든 배는 앞으로 간다. 키가 힘의 방향을 무효화 시키기 때문이다. 조절장치는 외력의 작용을 무효화 시킨다. 극장가의 입소문은 제작사의 홍보를 무력화 시킨다. 선거판의 바람은 기득권의 역성들기를 무력화 시킨다. 촛불의 기세는 조중동의 편파왜곡을 무효화 시킨다.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성선택이니 자연선택이니 하는건 비과학적인 언술이고 외력의 작용을 무효화 시키고 특정한 방향으로 결과를 이끄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진화의 주체는 유전자다. 진화는 유전자의 전략에 달렸다. 전략은 전술을 무효화 시킨다. 전투를 이겨봤자 전쟁에 지게 되는 것이 전략이다. 항우가 무수히 이겼는데 유방이 그 성과를 가져갔다. 그것이 전략이다.


    배의 키는 바람을 무효화 시키고, 극장가의 입소문이 제작사의 홍보를 무력화 시키듯이 우연 속에서 필연을 끌어내어 특정한 방향으로 결과를 유도하는 유전자의 조절장치가 있는 것이다. 자연선택이니 성선택이니 하며 황당한 말을 하면 안 된다. 과녁이 총알을 선택한게 아니고 유전자가 과녁을 조준한 것이다.


    전략은 큰 결정으로 작은 결정을 무효화 시킨다. 바둑의 사석작전과 같다. 작은 것과 큰 것의 바꿔치기다. 미래를 받고 현재를 준다. 실리를 주고 명분을 얻는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싸움판을 얻어낸다. 바꿔치기를 계속하면 특정한 결과가 유도된다. 거기에 방향성이 있으므로 재현과 예견이 가능하다.


    유체와 고체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다. 유체가 전략이면 고체는 전술이다. 에너지는 유체의 성질을 가지고 유체는 몰아주기를 한다. 조각가는 고체로 된 돌을 깬다. 깨면 깨는 만큼 깨진다. 나무를 깎으면 깎는 만큼 깎인다. 유체는 외력을 흡수한다. 전체를 이기지 못하면 유체를 막는 힘은 오히려 수압을 높여서 역효과가 난다. 벌집을 건드린 결과로 된다. 치수는 둑을 막아서 안 되고 물길을 내서 성공하는 이치다. 풍선효과와 같다. 이쪽을 누르면 저쪽에서 반발한다. 이쪽에서 쉽게 이겼다고 착각했다가 저쪽에서 뒤통수 맞는다.


    고체와 유체의 차이는 사물과 사건의 차이다. 사건은 유체의 성질을 가진다. 베르누이 정리로 나타나는 바람이나, 물의 성질이나, 극장가의 흥행이나, 주가의 오르내림이나, 바이럴 마케팅이나, 정치판의 바람에도 적용된다. 탄력을 받으면 악재도 호재가 되고 반대로 기세를 잃으면 호재도 악재가 된다. 사건에는 핵심이 되는 키가 있다. 키를 망가뜨리면 순식간에 제압된다. 주변부를 때리면 오히려 세력이 커지고 중심부를 때리면 의외로 한 방에 넘어간다. 전투에서 적의 지휘관을 저격하는 이유다.


    사건 - 유체 - 전략 - 큰 것 한 방에서 승부가 난다.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사물 - 고체 - 전술 - 작은 것이 누적되어 승부가 난다. 산술급수로 증가한다.


   
    사물로 보는 학계의 관점 - 우연히 진화한다. 예측할 수 없다.
    사건으로 보는 구조론 관점 - 환경과의 상호작용 게임에서 이기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도록 유전자에 전략적 조절장치가 있다. 방향성이 있으므로 예측할 수 있다.


    전술은 고체를 깨뜨리고 전략은 유체를 틀어 잠근다. 수도꼭지를 잠그면 간단히 해결된다. 지휘관을 저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적군이 쫓아오면 노략질한 보물을 길바닥에 뿌리면 된다. 적군은 보물을 줍다가 망한다. 둑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 작은 구멍을 뚫어두면 구멍이 점점 커져서 순식간에 둑이 터져버린다. 일점을 타격할 뿐인데 전체가 무너진다.


    자연에 작위적인 목적과 의도는 없지만 전략적인 방향성이 있다. 고체는 아무데나 부순 만큼 이득이지만 유체는 길목을 쳐서 한 방에 숨통을 끊어야 한다. 아군을 유체로 만들고 적군을 고체로 만들면 이긴다. 반대로 적군의 어떤 핵심을 제거한 다음 유체로 만들면 이긴다. 대장 잃은 병사는 유체에 가까울수록 망한다. 반대로 대장이 있는 병사는 유체에 가까울수록 흥한다. 유격전은 유체로 고체를 이긴다. 포위전은 유체로 고체를 이긴다. 반대로 그리스식 팔랑크스는 방진을 치고 고체로 유체를 이긴다. 전술의 발전은 결국 유체가 고체를 이긴다.


    엘리트는 고체와 같다. 못해도 자기 자리는 지킨다. 도망가지 않고 죽어도 제자리에서 죽는다. 민중은 유체와 같다. 바람처럼 흩어지고 바람처럼 모여든다. 풀잎처럼 눕고 파도처럼 사납다.


    유전자는 자극과 반응이라는 환경과의 상호작용구조 안에서 이기는 패턴을 획득한다. 그것은 전략이다. 변이는 원래 불리하다. 돌연변이가 도움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운 좋게 환경변화와 맞아떨어지면 커다란 이득을 얻는다. 백인의 흰 피부와 노랑머리는 생존에 도움이 안 된다. 수탉의 화려한 깃털도 포식자의 눈에 띌 뿐이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는 유전자의 전략이다. 생존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지능의 발달과 맞아떨어져서 상호작용의 증대에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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