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49 vote 0 2019.06.27 (17:24:46)

    세상은 사건이다.


    세상은 사건의 연결이다. 사건을 끌고 가는 것은 에너지고 에너지의 진행을 결정하는 것이 구조라면 구조를 연출하는 것은 관계다. 사건은 시공간 상에 펼쳐진다. 그리고 자란다. 기승전결로 가면서 점점 커진다. 생명성을 얻어 진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동시에 사건론, 에너지론, 관계론, 진화론이라고 말해도 된다.


    세상을 사건의 관점, 에너지의 관점, 구조의 관점, 관계의 관점, 진화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코페르니쿠스적 대전환이라 하겠다. 여기에 맞춰 과학의 방법론과 인생을 살아가는 전략과 세상과의 관계설정까지 다 바꾸어야 한다. 귀납적 사고에서 연역적 사고로 바꾸어야 한다. 깨달음이라 하겠다. 


    그래서 무엇이 다른가? 걸쳐져 있다는 점이 각별하다. 사건은 딱 구분되지 않는다. 칼로 도려낼 수 없다. 생명과 같다. 나무는 태양에 의지하고 흙으로 지탱한다. 나무에서 태양을 떼고 흙을 제거하면 유지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10조 개나 되는 세포 중에 6조 개는 미생물이다. 미생물을 제거하면 인간도 죽는다. 


    인간은 인간 안에서 다수파가 아니다. 기생충과 인간을 딱 구분할 수 없다. 생물의 진화원리부터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체내로 침투하여 공생하는 기생원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빌붙어 사는 존재이다. 우주 안에서 딱 분리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유는 서로 붙잡고 서로 침범하고 서로 의지하여 선다.


    서로 겹쳐져 있다. 엮여서 관계를 맺고 있다. 함께 일어서고 함께 쓰러진다.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쓰러지면 저것이 쓰러진다. 서로 대칭된다. 서로를 불러내고 또 불러주니 호응한다. 세상은 공간의 대칭과 시간의 호응에 의해 짝지어져 서로를 불러내고 응답하는 존재다. 널리 연결되어 살살 돌아다닌다. 


    딱 잘라낼 수 없으므로 확률로만 파악된다. 머무르는 강剛의 존재가 아니라 움직이는 유柔의 존재라서 반듯하지 않으므로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대적인 이기느냐 지느냐로 결정된다. 이기면 계속 가고 지면 멈춘다. 이는 관행이론의 고정관념과 다른 것이다. 관행이론으로 보면 세상은 사건이 아니라 사물의 존재다. 


    에너지가 아니라 물질의 존재다. 구조가 아니라 입자의 존재다. 관계가 아니면 속성의 존재다. 진화가 아니라 피조된 존재다. 구조는 둘 이상이 엮인 것이고 입자는 혼자 우뚝하다. 세상을 사건의 구조와 관계가 아니라 사물의 입자와 속성으로 보면 입자의 종류에 따라서 속성이 달라진다. 전혀 다른 규칙이 적용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내 호주머니에 있는 빨간 구슬 속에 다른 은하계가 하나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맨인블랙처럼 말이다. 초능력도 사차원도 염력도 내세도 무한동력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여우가 둔갑했을지도 모른다. 요괴들이 족자 속으로 걸어들어갈지도 모른다.


   귀신, 마법, 유령, 요괴, 기, 쿤달리니, 내세, 환생, 염력, 초고대문명이든 뭐든 가능하다. 마구잡이로 주워섬기자. 브레이크 없는 폭주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는다. 우주는 존립할 수 없다. 밑에서부터 붕괴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 우주는 왜 멀쩡하지? 사물, 물질, 입자, 속성, 피조의 세계관은 틀려먹은 관행의 세계관이다.


    그러나 사건으로 에너지로 보고 구조로 보고 관계로 보고 진화로 보면 딱딱 끊어지지 않고 시공간 위에 걸쳐져 있고 서로 겹쳐져 있고 엮여져 있고 맞물려 있으므로 그런 폭주는 불가능하다. 무한동력이니 사차원이니 초능력이니 텔레파시니 환생이니 천국이니 영혼이니 하는 아닌 것들을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다.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절대로 아니다. 왜? 연동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므로 이것이 이러하면 저것은 저러해야 한다. 대칭과 호응이다. 귀신, 영혼, 요정, 마법, 요괴, 초능력, 텔레파시, 웜홀 따위가 있으면 대칭되지 않고 호응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이라는 결정적 무기를 얻는다.


    비로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증명할 수 있다. 확실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열은 분자의 진동이니 걸쳐져 있다. 관행이론은 딱딱 끊어지는 입자의 세계관이므로 여기서 먹히는 법칙이 저기서도 먹힌다는 보장이 없으니 외계인과 유령과 초능력이 먹어주는 특별한 공간은 영구기관이 작동한다는 개소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구조의 대칭과 호응에 의해 그런 뻘소리는 단호히 배척된다. 구조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시공간에 걸쳐서 존재하므로 여기서 먹히는 것은 저기서도 먹혀야 한다. 왜냐하면 고유한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있으면 그것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없으므로 바뀔 수도 없다. 법칙은 공한 것이므로 바뀔 수가 없다.


    유는 바꿀 수 있는데 무는 바꿀 수 없다. 없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은 이곳저곳에 걸쳐져 있으므로 헷갈릴 수 있다. 누구의 남편이면서 또 누구의 자식이기도 하고 동시에 누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여러 가지 사건이 진행된다. 그러나 계를 정하고 본다면 에너지의 진행하는 루트가 명백해진다.


    1법칙은 사건에서 같은 것의 중복과 다른 것의 혼잡이라는 복잡성을 제거하여 계를 정하는 원칙이다. 2법칙은 하나의 에너지원에서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는 원칙이다. 무한동력, 기, 쿤달리니, 환생, 초능력, 마법, 요괴, 둔갑, 초능력 어쩌구 하는 개소리는 계를 지정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혼란이다. 계는 입자를 대체한다.


    단, 입자와 달리 속성이 없다. 공한 것이다. 계는 연결의 이어짐과 끊어짐으로 모두 설명한다. 하나의 계는 하나의 에너지원을 가진다는 것이 엔트로피다. 관측자인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자연이 스스로 전개하는 원리로 보면 하나의 에너지원에서 의사결정은 구조의 대칭에서 얻어지는 효율성을 통해서 자체해결해야 한다.


    사건이 가는 방향이 명백해진다. 사건은 구조적 효율성을 조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간다. 사건은 통제되는 방향으로만 간다. 그 방향은 무질서도 증가방향이다. 사건은 진행 중에 구조손실을 일으키므로 효율성에 의해 통제된다. 무한질주는 불가능하다. 무한질주로 우주파멸이 일어나는 일은 137억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생명은 진화하거나 아니면 죽는다. 게임은 이기거나 아니면 죽는다. 불은 커지거나 아니면 죽는다. 우주는 순방향이며 역방향은 없다. 세상은 대칭으로 되어 있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다. 대칭되어 있으므로 항상 반대편이 있다. 이것이 있으면 반드시 저것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살고 저것은 죽는다.


    우리는 우주가 전후, 좌우, 상하, 원근, 내외, 고저, 장단, 음양 등으로 널리 대칭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막연히 이쪽에서 저쪽으로도 가고 저쪽에서 이쪽으로도 온다고 믿는다. 천만에.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고 명령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전달된다. 대칭되지만 에너지는 언제나 일방향으로 간다.  


    역방향으로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조금 가다가 멈춘다. 효율성이 고갈되는 지점이 멈추는 지점이다. 역방향 진행은 닫힌계라는 울타리를 넘지 않는다. 비효율이면 힘이 없어서 못 가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주행 중에 엔진을 꺼도 관성력에 의해서 조금 더 간다. 그러나 거꾸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는 못 간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함이며 사건을 촉발하는 계의 연결에 의해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정된 자원에서 스스로 그러하는 길은 하나다. 그것은 효율성이며 우주는 전방위적으로 대칭되지만 그중에서 이기는 길을 채택하고 지는 길을 버린다. 머리는 앞서가고 꼬리는 따른다. 빛은 스스로 있고 어둠은 상대적으로 있다.


    우주는 언제나 대칭을 이루지만 역방향으로는 가지 않는다. 가더라도 조금 가다가 멈춘다. 내리막길로 굴린 구슬은 오르막길을 올라가다가 멈춘다. 51대 49로 내리막길로 더 많이 굴러간다. 이에 우주는 한 방향으로 전부 연결된다. 내리막길의 큰 사건이 오르막길로 역주행하는 작은 사건을 지속적으로 잡아먹는 결과다.


    인류의 진보가 내리막길로 가는 순방향이라면 보수세력의 반동은 오르막길로 가는 역주행이다. 도처에 반동이 있지만 진보가 만들어놓은 에너지의 잉여 이상으로 못 간다. 진보가 생산력을 증대시켜 에너지의 잉여를 만들면 보수는 그 잉여를 빼먹는 방법으로 반동을 저지르며 그 반동의 한계는 잉여가 고갈되는 지점이다.


    대개 전체는 진보하고 부분은 반동하며 부분의 반동은 진보로 인해 발생한 머리와 꼬리 사이의 멀어진 간격을 메운다. 간격이 메워지면 반동은 멈춘다. 그러므로 역사는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지만 전체는 항상 앞으로만 가는 것이다. 보수의 반동은 생산력의 증대에 의한 효율성의 잉여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주는 통제된다. 에너지의 통제가능성에 의해 우주는 존재하며 우주 안에서의 모든 질주는 그 통제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한정된다. 무한동력은 그 통제가능성을 넘는 폭주다.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고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고 진술이 전제를 칠 수 없다. 사건은 에너지 효율로 제한이 걸린다.


    제한이 없다면 빗장이 풀린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또 고삐 풀린 야생마가 되어 멈출 수 없다. 사건은 시공간에 전개하기 때문이다. 불이 꺼지지 않으면 모두 불타버린다. 우주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에서 입력보다 큰 출력이 있다면 그게 모여들어 우주는 바로 파멸하고 마는 것이다. 사건의 연결은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입자는 딱딱 끊어져 있으므로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해결된다. 맨인블랙의 보석 속에 다른 우주가 있더라도 신경을 쓸 이유는 없다. 그것들이 보석 밖으로 살살 기어 나오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사건은 연결되므로 한 알의 작은 불씨가 요원의 들불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다행히 열역학 법칙이라는 사건의 조절장치가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비밥여리

2019.06.27 (17:39:06)

나무에서 태양을 떼고 흙을 젝거하면 -> 나무에서 태양을 떼고 흙을 제거하면
오타 인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6.27 (17:58:25)

자판이 좀 이상해서 ㄱ이 두 번 찍히네요.

[레벨:3]이제는

2019.06.27 (23:36:24)

동렬님, 늘 감사함다. 혹 맨 마지막 단락에서 '...일으킨다'와 '다행히...' 사이에 <그렇지만>이란 말을 넣어도 되는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6.28 (08:33:27)

고쳐봤습니다만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29 (03:46:07)

"세상을 사건의 관점, 에너지의 관점, 구조의 관점, 관계의 관점, 진화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

http://gujoron.com/xe/1101498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25 출산거부의 진실 김동렬 2024-01-08 3124
6624 한동훈의 신고식 김동렬 2024-01-08 2602
6623 유튜브 구조론 1회 24년 1월 7일 김동렬 2024-01-07 2002
6622 왜 사는가? 김동렬 2024-01-06 2232
6621 하늘이 선택한 이재명 김동렬 2024-01-05 3525
6620 예견된 노량의 실패 김동렬 2024-01-05 2681
6619 이기는 힘 김동렬 2024-01-04 1741
6618 양자역학의 이해 김동렬 2024-01-04 1487
6617 긍정과 낙관 김동렬 2024-01-03 2039
6616 이재명이 사는 법 1 김동렬 2024-01-03 2991
6615 구조론과 동력원 김동렬 2024-01-01 2281
6614 윤이 특검을 거부하는 이유 김동렬 2024-01-01 2828
6613 호남보수의 선택은? 2 김동렬 2023-12-31 2808
6612 감각과 예측 김동렬 2023-12-30 1971
6611 김건희 어찌되나? 1 김동렬 2023-12-28 3633
6610 선이 악을 이긴다 김동렬 2023-12-28 2552
6609 한동훈이 이선균 죽였다 image 3 김동렬 2023-12-27 3943
6608 윤석열 한동훈 사금갑 전쟁 김동렬 2023-12-26 3335
6607 예수의 의미 김동렬 2023-12-26 2006
6606 사랑과 운명 김동렬 2023-12-25 2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