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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48 vote 0 2018.10.25 (11:37:59)

      
    사기꾼의 딜레마
   


    성덕왕 2년이라고 씌어진 신라 반야심경 동판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벌써 기사가 내려진 모양이다. 딱 봐도 가짜다. 댓글을 보면 일반인도 동판이 가짜임을 눈치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론이 가짜 감별에 특히 민감하다. 구조는 얽힘이고 얽는 과정에서 가짜가 걸러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거짓은 많다.


    필자가 정답을 낱낱이 찍어줄 필요는 없고 안목을 얻어 여러분이 스스로 정답을 알아내면 되는 것이다. 성덕대왕이라고 써야지 성덕왕이라고 쓰면 맞아죽는다. 임신서기석처럼 임신년, 계유년 하고 간지를 쓰거나 아니면 당나라 연호를 써야지 왕이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사후의 연호를 소급하여 올린다면 역시 맞아죽는다. 


    결정적으로 주어가 없다. 누가 제작했다는게 없이 연도만 나와 있다. 이건 어색한 거다. 동판을 양각으로 했는데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금책, 은책, 옥책은 글자를 음각으로 새기고 글자에 주칠을 하는게 보통이다. 동판이 아니라 동책으로 나와야 한다. 양각은 인쇄용이다. 성덕대왕 신종의 양각은 탁본을 뜨는 목적이다. 


    문제의 동판은 글자만 탁본이 되고 비천상은 탁본이 안 되는 부조다. 성덕대왕 신종은 비천상도 탁본이 된다. 이런 점에서 문화재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이 만든 거다. 저렇게 무식한 사람이 어찌 이런 대담한 사기를 칠 생각을 했는지가 수수께끼다. 만약 진짜라면 인쇄술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가짜지만 그래도 물건을 만들려면 아는게 있어야 하는데 기술이 있는 사람이 왜 무식을 들키는가 말이다. 사기꾼의 딜레마다. 동판이 몇 장 안 되는데 제작연도 표기에만 한 장을 낭비한다는건 있을 수 없다. 어처구니 없다. 너무 티가 나잖아. 그러나 사기에 속아넘어가는 자는 바보이므로 바보 기준에 맞추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문제다. 사기꾼은 항상 바보 기준에 맞춘다. 그리고 여러분을 바보취급 한다. 흔한 음모론이 그렇다. 나는 정교한 음모론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음모론은 서투르다. 왜냐하면 어차피 바보들을 대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의 교리는 매우 허술하다. 정교한 이론을 내세우면 장사가 안 된다.


    모르몬교라면 모세가 가 본 적이 없는 신대륙 미국에서 뜬금없이 성경이 발견되었다고 대담하게 치고나가야 한다. 기적은 뚱딴지처럼 와야 기적이지 그럴듯하면 그게 기적이겠는가? 어차피 모르몬교 믿을 사람은 역사라곤 전혀 모르는 농부일 것이 뻔하다. 속는 사람은 바보이고 속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속는 사람이 아는 신라임금 이름은 성덕대왕 신종의 성덕왕밖에 없다. 전문가도 속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면 바보가 알아보지 못하므로 팔아먹을 수 없다. 전문가는 지식이 딸려서 속일 수 없고 바보는 속일 수 있지만 전문가에게 쉽게 들킨다는게 사기꾼의 딜렘마다. 가끔 자기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전생은 대부분 교과서에 이름이 나오는 사람이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의 인류역사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었다. 교과서에 이름이 나올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영아사망률도 매우 높다. 대부분 이름없는 말똥이와 점순이로 살다가 사라져간 것이다. 고증을 물어보면 된다. 


    삼국지 시대 장군이 명나라 시대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삼국지는 모두 가짜이기 때문이다. 삼국지 시절에 관우가 과연 등자 있는 말을 탔을까? 그때만 해도 청동기 시대였는데 철제 무기를 들었을까? 철기는 농기구로만 사용된다. 방천화극이니 장팔사모니 청룡언월도니 하는 것은 그때 없었다. 


    말 위에서 쏘는 활은 북방 유목민의 것이고 당시에는 구리로 만든 노궁을 주로 썼다. 우리가 아는 모든 상식이 가짜다. 이런건 금방 들킨다. 송유근이 몇 살 꼬맹이 때 상대성이론을 이해했다는 식이다. 상대성이론은 이해하는게 아니다. 맥스웰 방정식이 자동차라면 상대성이론은 도로다. 맥스웰 방정식부터 말해야 한다.


    자동차를 모르면서 도로를 이해한다는게 가능할까? 아인슈타인은 그저 맥스웰 방정식을 광자에 대입해본 것뿐이다. 이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맥스웰 방정식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경험적 직관과의 불일치 문제로 이해를 필요로 한다. 부족민이 라디오를 처음 보고 이해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이해하는게 아니다.


    만약 이해했다면 오해한 것이다. 라디오를 듣는 일반인 중에 라디오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가 나는 라디오를 이해했어 하고 말하면 미친 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빛도 전기와 같다는 쪽에 도박을 걸었다. 무엇인가? 이해하는게 아니라 건축하는 것이다. 여러분 손에 벽돌이 한 장 쥐어져 있다.


    그걸로 집을 지어본다. 어? 지어지네? 유레카! 이런 거다. 퍼즐조각이 있다. 이 퍼즐은 말이나 소를 만들 수 있는 퍼즐이다. 소를 만들어보자. 어 만들어지네? 유레카다. 레고블럭 세트를 샀다고 치자. 배트맨 만드는 세트와 아이언맨 만드는 세트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 세트로 아이언맨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어 만들어지네? 이것이 진짜가 진리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이해? 필요없다. 얼어죽을 이해? 아인슈타인은 광속의 원리를 이해한게 아니고 맥스웰방정식이라는 레고블럭으로 광속을 한 번 조립해 봤는데 어? 조립되네. 되는 거였어. 이거다. 전기가 사실은 빛과 같은 것이었어.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찍어봤는데 맞아버렸어.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도 전기냐? 그렇다고 대답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이다. 그렇다면 물질도 전기냐? 역시 그렇다고 하면 양자역학 탄생이다. 우리가 물질이라고 믿는 것은 사실이지 전자기력이다. 전기적 반발력을 물질이라 믿는다. 이해는 일반인이 하는 거고 전문가는 이해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건축하고 조립한다.


    극장에 온 관객이 영화를 처음 봤다면 이해를 필요로 한다. 영화를 만든 사람은 이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건축한다. 중요한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다. 이해한다는건 이미 잘못된 것이다. 방향이 틀려먹었다. 영화감독의 시선이 아니라 관객의 시선이다. 신라시대 동판을 발견했다면 최초의 금속 인쇄장치를 발견한 거다.


    왜 고려시대 금속활자 뺨치는 신라시대 금속 인쇄장치를 발견했다고 말하지 않고 반야심경 타령이나 하는가 말이다. 팔만대장경은 목판이고 이건 동판인데 말이다. 내용이 중요한가? 형식이 중요하다. 왜 인류 인쇄기술의 역사를 수백 년 앞당겼다고 말하지 않는가다. 왜 좋은 금을 두고 평범한 은이라고 우기느냐다. 


    애초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거다. 마찬가지다. 구조론은 이해하는게 아니다. 이해하려 하면 이미 방향이 틀렸다. 구조론을 벽돌과 같다. 세상을 건축한다. 이해하면 안 되고 건축하면 된다. 왜 건축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느냐다. 구조를 아는 사람은 전쟁도 조립하고 정치도 조립하고 예술도 조립한다.


    왜 조립하지 않을까? 벽돌이 없기 때문이다. 가짜다. 총이 없으면 전쟁할 수 없다. 벽돌이 없으면 건축할 수 없다. 총이 없는 자가 이해하고 벽돌이 없는 자가 이해한다. 이해하면 가짜다. 속아줄 마음이 있기 때문에 속는 것이다. 의지할 대상을 찾고 있기 때문에 속는 것이다. 권력구조 바깥에 있으므로 의지하려 한다.


    의사결정구조 바깥에 있으므로 의지한다. 건축가의 눈을 획득한 자라면 속지 않는다. 의지하지 않는다. 건축에는 항상 이전단계가 있다. 건축 이전에 토목이 있다. 집을 짓기 이전에 터를 다져야 한다. 벽돌 쌓기 이전에 기초를 놓아야 한다. 지붕을 올리기 전에 들보를 놓아야 한다. 항상 일의 수순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수순이 없는 사람이 이해를 하려고 한다. 순서와 방향으로 보는 사람은 속지 않는다.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이 항상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언제라도 에너지가 있고 결이 나 있다. 관객이 아니라 연주자의 마음이어야 한다. 관객은 이해하고 연주자는 건축한다. 음 하나하나를 디자인하고 맞게 조립해 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systema

2018.10.25 (15:06:40)

건축가의 자세로 문명을 바라본다면 더 뻗아나갈 배후지가 있는가와 우수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춘 집단을 어떻게 만들것인가가 핵심인것 같습니다. 집단의 문제는 처음 개개인의 질적문제와 연동되므로 인간을 만드는 철학이 가장중요하고, 그 철학은 문명의 기승전결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포지셔닝과 팀플레이를 익힐 수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축구에서도 인재는 5툴플레이어가 되서 팀의 비어있는 포지션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듯이, 질적으로 우수한 집단은 사회에서의 비어있는 포지션 혹은 사회의 약점을 발견하고 그 포지션의 문제를 해결하고, 역할을 얻어 고착화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신을 여분의 자원으로 돌릴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동렬선생님께서 얘기하시는 촌놈철학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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