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448 vote 1 2017.09.27 (14:04:57)

    

    산골소녀 영자의 비극


    http://www.dispatch.co.kr/917324
   
    요즘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쓰는 중이니 몇 자 더 보태지 않을 수 없다. 산골소녀 영자를 주목하는 대중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만만함을 소비한다. 권력서열을 소비한다. 그래서 위태롭다. 권력이 끼어들므로 위태롭다. 도시에서 온 시인은 벌레 나오는 시골 초가집을 찬양한다. 왜? 시골이 만만하니까. 한국인 여행자들은 인도를 좋아한다.


    왜? 인도는 만만하니까. 현지인 꼬마에게 사탕을 준다. 꼬마는 해맑게 웃는다. 너무 좋다. 그 쾌감이 팔리는 상품이 된다. 꼬마는 다음날부터 오지 않는 이방인을 평생 기다리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다. 사탕 한 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 한 번 주면 두 번 줘야 하고 인생전체를 통째로 줘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다.


    의사결정구조를 비틀어 버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다. 멀리서 그 꼬마를 지켜보는 한 소년의 눈에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살기를 깨닫지 못하는 거다. 그 순간이 죽음과 가깝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다. 영화 이지 라이더의 남부 촌놈들은 히피에게 총을 쐈지만, 인도 소년은 이방인에게 총을 쏘지 않는다. 왜? 총이 없으니까. 있다면 쏴버렸을텐데.


    야생동물이라도 먹이 주지마라고 써붙여 놨다. 지리산 곰에게 빵 한 조각을 주면 초코파이 하나를 찾아서 김천 수도산까지 간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마주칠 때가 위태로운 것이다. 문제는 원시의 서열본능이다. 이르노니 너희 인간들은 충분히 문명화되지 않았다. 야만의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다. 어느 순간에 불쑥 튀어 나올 수 있다. 경계하라.


    추악한 서열본능 극복해야 한다. 보수꼴통 근성이다. 왜 동성애자 이야기만 나오면 당신은 화가 나는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왜 조선족 이야기만 나오면 당신은 화가 나는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왜 고은광순이 TV 나와 남성을 비난하면 화가 나는가?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왜 남부촌놈들은 이유없이 양키를 죽이는가?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왜 괴벨스는 유태인을 죽였는가? 만만하니까 죽였다. 왜 범인은 김광석을 죽였는가? 오직 자기만이 김광석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김광석을 죽일 수 있지? 나밖에 없네. 다른 사람에게는 김광석이 대단하지만 내게는 만만하다구. 그것을 증명하고야 만다. 지금 유태인은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집시는 여전히 죽여도 되는 만만한 존재다.


    유태인은 항의라도 하지만 집시는 항의도 못한다. 이스라엘국은 있지만 집시공화국은 없으니까. 권력서열 자체가 추악한 당신들의 소비대상이다. 쾌감을 주니까 소비하는 거다. 악의 평범성? 웃기고 자빠지셔. 천만의 말씀. 나치의 본질은 권력시스템을 소비하는 쾌감에 있다. 권력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집요한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틀렸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평범한 공무원이 아니라 나치권력이라는 첨단기계를 다루는 고급기술자였다. 오직 나만이 달리는 독가스실을 운영할 수 있지? 누가 해낼 수 있냐고? 나만. 오직 나만 그걸 할 수 있어. 고도의 권력시스템을 다루는 첨단기술자 아돌프 아이히만 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남들에게는 버겁지만 내게는 그게 만만한 일이라고.


    방송이 나간 이후 영자의 아버지는 강도에게 살해당했고, 영자는 악질에게 걸려서 성폭행을 당했고, 사기꾼 출판사는 가짜 책을 냈고, 소녀는 비구니가 되었다. 대중이 소비한 것은 진정 무엇이었나? 왜 산골 소녀는 만인의 주목을 끌었나? 순박함? 천진함, 순수함? 애틋함? 청순함? 고향의 정서? 도시인들의 전원생활에 대한 향수? 천만의 말씀.


    입은 비뚤어졌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는 아직 단 한 명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중은 만만함을 소비한 거다. 권력서열을 소비한 것이다. 그리고 쾌감을 누렸다. 대중이 잘못했다. 인도는 참 평화로와. 사람들이 참 순박해. 이렇게 말하지만 본심은 인도는 참 만만해. 이방인에게 함부로 못하지. 텍사스 애들은 바로 쏴버리는데.


    이게 본심이다. 당신들은 바로 그것을 소비한 것이다. 천박하게도 말이다. 구역질 나는 짓이다. 생각하자. 그때 그 시절 한국인들 왜 그랬나? 왜 영자에게 그랬나? 만만하니까 그랬지. 왜 김광석을 죽였나? 164 센티라 요즘 말로 루저다. 만만하니까 죽였지. 왜 노무현을 까는가? 만만하니까 까지. 왜 한경오는 문재인에게 대드는가? 만만하니까.


    저렴한 놈들이다. 왜 이 진실을 아무도 말하지 않는가? 그들에게 산골소녀 영자는 인간의 원초적인 공격성을 부르는 만만한 타자였다. 침팬지의 서열본능 발동한다. 자기보다 약한 타자가 말을 안들으면 난폭해져서 짐승의 이빨을 드러낸다. 문제는 타자로 보는 비뚤어진 시선. 타자가 아니면 괜찮다. 부부는 서로 존중하면서도 만만해야 한다.


    시어머니는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두통이 도진다. 금 바깥의 타자가 내게 만만하면 짓밟고, 만만치 않으면 숭배하고, 타자가 아닌 같은 편이 만만하면 사랑하고, 같은 편인데도 만만치 않으면 화병난다. 그게 인간. 차라리 남이면 괜찮다. 부하직원에게 상사는 남이다. 상사가 잔소리 해도 남이므로 별 탈 없이 넘어간다. 진상고객 만난셈 친다.


    왜? 남이 하는 잔소리는 TV방송 종료할 때 나오는 애국가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가보다 하는 거다. 속으로 아미타불 관셈보살을 염해주면 된다. 선생님의 잔소리도 자장가로 들린다. 남이니까. 남이 아니면 오히려 치명적이다. 안철수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타격받지 않는다. 왜? 남이 하는 소리니까. 그는 국민을 남으로 보는 시선을 가졌다. 


    국민이 비판해도 속으로 아미타불을 외는 자다. 석가모니의 미소를 짓고. 타자성이다. 국민을 사냥감으로 보면 당신도 전두환처럼 악질이 될 수 있다. 단지 태도를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평범한 공무원도 얼마든지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 징기스칸 따라다니면 그렇게 된다. 징기스칸은 외부인을 양떼로 본다. 양을 죽이듯이 사람을 죽인다.


    조선을 사랑하는 한 일본인이 있었다. 조선이 너무너무 좋다. 왜 당신은 조선을 그렇게도 좋아하는가? 왜 그대는 매년 한국을 방문하여 지갑을 털고 가는가? 그때 그 시절 일제강점기에 말이지. 경성에 파견나와 조선인 처녀를 사랑했는데 참 내게 잘해줬지. 까져서 말 안듣는 일본 여자와는 달랐어. 암 다르구 말구. 일본 여자는 날라리라 못써.


    세련된 척하며 남자를 무시하지. 남자는 기죽어 초식남이 되지. 반면 조선 여자는 순해서 좋아. 나 조선 완전 사랑해. 당신이 이 말을 들으면 아 조선을 사랑하는 착한 일본인도 있구나 하고 감격해 그 일본인과 포옹할 것인가? 아니면 단매에 쳐죽일 것인가? 만만하게 보지마라. 뒈지는 수 있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중의 한 명이 이등박문이다.


    그는 조선을 사랑한다며 한복을 입기도 했는데, 사랑하니까 먹어치워야지. <- 그 심리를 안중근에게 들킨 것이다. 타인을 만만하게 보는 시선을 들키지 마라. 죽는 수가 있다. 노무현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 당신에게는 문재인이 만만한가? 죽는다. 타자인가 아닌가에 따라 다르다. 사랑한다면 만만하게 봐도 괜찮다. 남이 아니라면 만만해야 한다.


    사랑하는데 만만치 않으면 스트레스 받아 죽는다. 그래서 사랑은 힘들다. 찰스에게 다이애나는 만만치 않았다. 서로 힘들었다. 반면 카밀라는 만만했다. 그 차이다. 왜? 대표성 때문이다. 다이애나는 한 여성이 아니라 영국민중을 대표하여 그 자리에 파견간 외교사절이다. 귀족대표와 민중대표는 서로가 만만치 않았으니 연극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므로 인간은 계몽되어야 한다. 사랑은 훈련되어야 한다. 사랑하니까 무죄라며 함부로 들이대다가는 죽는다. 사랑을 다룰 줄 아는 기술자라야 한다. 사랑하므로 당신은 익혀야 한다. 인간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타자성 속에서 주체성을 찾아가는 방법을. 상대방을 높게 보고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편안해지는 방법을. 청바지 입은 신사의 길을. 


   0.jpg


[레벨:6]부루

2017.09.27 (14:23:00)

만만하니까 죽인다는 솔직한 말을 꺼려하는 자들이 바로 개새끼들입니다.

[레벨:6]부루

2017.09.27 (14:29:50)

저도 동렬님만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7.09.27 (15:31:26)

긴장이 감도는 글인만큼, 사랑해 봐야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7.09.27 (15:51:35)

요즘 일본 대만 홍콩 다니면서 촛불혁명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존경을 표하더군요~

절묘한 시기에 순례를 떠난 행운아라는~

[레벨:2]노란고양이

2017.09.27 (16:38:35)

태어나서 엄마를 처음 느끼기 시작할 때 부터 시작된 타자성
그리고 주체성, 대표성
사람만나는 것이 점점 식빵처럼 빡빡하다 느끼고 있었는데
힌트를 얻었습니다
[레벨:5]윤민

2017.09.28 (01:50:16)

 금 바깥의 타자가 내게 만만하면 짓밟고, 만만치 않으면 숭배하고, 타자가 아닌 같은 편이 만만하면 사랑하고, 같은 편인데도 만만치 않으면 화병난다. 그게 인간. 

[레벨:5]윤민

2017.09.28 (01:54:56)

인간은 계몽되어야 한다. 사랑은 훈련되어야 한다. 사랑하니까 무죄라며 함부로 들이대다가는 죽는다. 사랑을 다룰 줄 아는 기술자라야 한다. 사랑하므로 당신은 익혀야 한다. 인간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타자성 속에서 주체성을 찾아가는 방법을. 상대방을 높게 보고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편안해지는 방법을. 청바지 입은 신사의 길을.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94 사람이 답이다 1 김동렬 2024-03-01 1287
6693 셈과 구조 김동렬 2024-03-01 765
6692 문명과 야만 김동렬 2024-02-29 1067
6691 배신의 정치 응징의 정치 김동렬 2024-02-28 1366
6690 손자병법의 해악 김동렬 2024-02-28 1057
6689 임종석과 자폐증 진보 4 김동렬 2024-02-28 1412
6688 기정과 탱킹 2 김동렬 2024-02-27 1180
6687 유권자의 갑질 김동렬 2024-02-26 1171
6686 신의 존재 김동렬 2024-02-26 979
6685 오자병법 손자병법 2 김동렬 2024-02-26 1183
6684 달콤한 인생 김동렬 2024-02-25 1282
6683 초인 김동렬 2024-02-25 925
6682 존재의 존재 김동렬 2024-02-24 934
6681 존재 김동렬 2024-02-23 1022
6680 김건희의 뇌물공화국 김동렬 2024-02-22 1516
6679 소크라테스 김동렬 2024-02-22 1179
6678 외왕내제의 진실 김동렬 2024-02-21 1162
6677 마동석 액션의 의미 김동렬 2024-02-20 1260
6676 서편제와 동편제의 비밀 image 1 김동렬 2024-02-20 1232
6675 타이즈맨의 변태행동 김동렬 2024-02-20 1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