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58 vote 0 2021.02.01 (16:28:23)

      

    인간은 의리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의리다. 의리는 배워야 한다. 동물도 어미는 새끼를 보호하고 새끼는 어미를 따른다. 부모와 자식의 의리가 있다. 그러나 젖만 떼면 끝이다. 종에 따라 다르다. 호숫가를 지배하는 호랑이 암컷은 딸 호랑이에게 영토를 양보한다.


    어떤 호랑이는 딸과 다음 배에 낳은 딸까지 셋이서 호숫가를 1/3씩 나눠가지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물 마시러 오는 사슴을 사냥하는 것이다. 의리가 있다. 다만 수컷은 어미의 영토를 분양받지 못한다. 의리가 없다. 개는 형제를 동시에 입양하면 서로 싸운다.


    개판이다. 인간은 다를까? 아프리카 부족민은 12살이면 자녀를 집에서 쫓아낸다. 호주의 애보리진도 자녀를 버린다. '빼앗긴 세대'라고 유명한 사건이다.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고 멀리서 지켜보는데 백인들이 잘못 알고 백인 가정에 강제입양한 사건이다.


    호주 총리가 사과했다. 지금도 애보리진 소녀의 자살율은 백인의 30배로 높다. 의리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리는 동물의 본능을 공자가 이성으로 해석한 것이다. 왜 인간에게는 동료와 협력하는 사회적 본능이 있을까?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있다. 


    본능에 의지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동료와의 관계를 설계한다면 어떨까? 그것이 의리다. 의리의 근거는 인이다. 의리의 판단은 지다. 의리의 실천은 신이다. 의리의 표현은 예다. 인, 지, 의, 신, 예다. 젖을 떼고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도 협력하는게 의리다.

 

    의리는 그냥 되는게 아니고 삼고초려를 해서 되는 것이고 도원결의를 해서 되는 것이다. 막연하게 의리를 주장하는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 속에서 역할을 나눠가지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공자에게 의리를 배우고 인간이 되었다. 근래 한류가 뜨는 이유다.


    일본은 의리를 배우지 못했다. 일본의 교육열이 높지 않은 이유다. 잘 나가다가 멈추게 되었다. 일본은 힘의 논리를 따라 실력대로 서열을 매기므로 한때 반짝할 뿐 서로 견제해서 장기전을 못한다. 단기전은 실력자가 이기지만 장기전은 팀플레이로 이긴다.


    서양에는 의리가 없는 대신 사랑이 강조된다. 근래에는 사랑타령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 이혼이 다반사인 시대다. 남자의 실력과 여자의 미모가 균형을 이루던 것은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여자나 남자나 대등해져서 대칭이 붕괴했다. 사랑이 무의미하다.


    사랑타령이 먹히지 않으니 어린이로 대체한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한다. 헐리우드 영화는 어리광 빌런이 등장한다. 다섯 살 꼬마가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다. 히어로가 꼬마를 달래는 사이 백만 명이 죽었다. 어미가 아기를 보호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인간이 동물로 퇴행하고 있다. 어린이를 보호하고 연인을 돕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현실은 전쟁터다. 전쟁터에 아기가 나올 일이 없다. 히어로가 지구를 구하려고 출동하는데 꼬마가 발목잡는 설정은 비현실적이다. 영화 기생충은 가족들이 서로를 돕는다.


    다른 나라에는 그런 가족 없다. 일본영화 '어느 가족'은 각자 따로 노는 콩가루 집안이다. 공자가 우리에게 큰 것을 물려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고졸세계와 대졸세계를 다 겪어보면 알게 된다. 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의리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의리를 모른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엘리트는 의리 몰라도 된다.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의리를 몰라도 밥 먹고 사는데 지장없다. 고졸은 바로 죽는다. 틈만 나면 배신한다. 조폭이 의리타령 하지만 1초 만에 배신한다. 서로 못 믿기 때문이다.


    의리있는 사람은 고졸세계에서 쉽게 성공한다. 워낙 배신을 밥먹듯이 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것이다. 노무현이 뜬 이유다. 대졸세계는 배신하지 않지만 의리도 없다. 의리가 없으므로 히어로도 없다. 서울대 출신이 대통령 못 되는 이유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647 조절장치 김동렬 2024-01-29 1267
6646 간섭 김동렬 2024-01-28 1523
6645 천공의 전쟁지령 김동렬 2024-01-27 2190
6644 이것과 저것 1 김동렬 2024-01-26 1539
6643 권력자의 심리 김동렬 2024-01-25 2041
6642 석가의 깨달음 김동렬 2024-01-25 1831
6641 이언주의 귀환 김동렬 2024-01-23 2416
6640 시정잡배 윤한 1 김동렬 2024-01-23 2174
6639 윤영조와 한사도 김동렬 2024-01-22 2164
6638 클린스만은 손절하자 김동렬 2024-01-21 2657
6637 입력과 출력 김동렬 2024-01-20 1527
6636 마리 앙투아네트 김건희 김동렬 2024-01-20 1889
6635 한동훈의 까불이 정치 1 김동렬 2024-01-19 2349
6634 긍정적 사고 김동렬 2024-01-17 1951
6633 한동훈의 본질 김동렬 2024-01-15 3273
6632 존재의 핸들 김동렬 2024-01-14 2110
6631 이론적 확신의 힘 김동렬 2024-01-13 2094
6630 오마이 한겨레 경향의 배신 이유 1 김동렬 2024-01-12 3187
6629 최동훈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김동렬 2024-01-11 2353
6628 읍참건희, 석열 동훈 비밀의 비밀 김동렬 2024-01-10 3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