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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97 vote 1 2019.12.03 (16:13:14)

    엘리트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열심히 사는 분들을 뵈었는데 대뜸 유에프오를 봤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저쪽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봤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게다가 환빠였다. 수메르 시대가 어떻고.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 만난 지 30분 만에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안 되니까. 동의보감이 어떻고 뻔한 이야기 나와주신다. 어휴~!


    몇몇 분이 구조론에 대해서 궁금해했지만 설명해줄 수 없었다. 다들 훌륭하신 분들이다. 시간이 넉넉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일반인에게 구조론을 말하기는 어렵다. 엘리트의 자부심을 갖지 않은 분들께 본질에는 본질이 없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그들은 본질을 필요로 한다. 본질은 어린왕자의 상자와 같다.


    양을 한 마리 그려달라고 한다. 코끼리가 들어있는 보아뱀은 쉽게 그릴 수 있지만 양을 그리기는 어렵다. 상자를 그려놓고 양은 그 상자 안에 있어 하고 둘러대면 된다. 상자의 이름은 이데아다. 플라톤의 수법이다. 노자가 그린 상자의 이름은 도道다. 주자가 그린 상자 이름은 리理고 석가의 상자는 법法이다.


    다들 상자 하나를 그려놓고 도망쳤다. '답은 상자 안에 있어. 상자 속은 열어보지 않는 게 좋을걸.' 얄팍한 수법이다. 칸트의 이성이든, 종교가의 영혼이든, 생텍쥐뻬리의 상자다. 사실 아무러나 좋은 것이다. 기왓장을 하나 주고 '그것이 그것이다' 하고 선언하기만 하면 된다. 십자가든 불상이든 코란이든 같다.


    우상을 섬기는 것도 우습고 우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우습다. 그 또한 집착이니 또다른 우상이 된다. 구조론연구소는 특별하다. 이곳의 방문자는 엘리트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질서 안에 머무를 때 편안해진다. 영혼도 없고 내세도 없고 천국도 없고 심판도 없다면 불안해진다.


    왜? 집단 안에 자기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집단과의 관계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집단으로부터 밀려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인간의 본능일 뿐이다. 호르몬의 작용이고 무의식의 영향이다. 무신론자는 엘리트 의식이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 엘리트는 원래 집단과의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가 엘리트라는 이유로 엘리트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을 무시한다면 곤란하다. 엘리트주의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안아키들이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자기는 엘리트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은 변방의 존재이므로 사고를 쳐서라도 주목을 끌어야 한다고 여긴다. 일종의 노예근성이 되겠다.


    사람들이 본질에 꽂히는 이유는 자신을 현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주변적 존재로 여기므로 중심에 관심이 간다. 중심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주변이 모이면 중심이 도출된다. 그러나 중심이 따로 있기를 바란다. 중심은 외부에서 들어와야 한다. 레닌이 외부에서 들어오자 러시아 혁명은 성공했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왔고 김일성은 소련에서 왔다. 다행이다. 내부에서 오면 마찰과 알력이 생기는데 외부에서 수입되면 그럴 일 없다. 영국왕은 독일에서 수입했다. 조지 1세는 왕위계승서열이 50위에 불과하지만 독일인이라서 영어를 몰랐던데다가 영국왕실이 죄다 카톨릭 신도였기 때문에 로또가 되었다.


    영국은 개신교 신자에다 영어를 모르는 강화도령이 필요했다. 영어 못하는 영국왕은 말하자면 생텍쥐뻬리의 상자와 같다. 군림하지도 않고 통치하지도 않는 보기 좋은 장식품 말이다. 그 상자를 열어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들 진리의 내용에는 관심없고 진리라는 명목이 필요했던 거다. 포지션이 필요했다.


    구조론은 어떤 지목되는 대상이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다. 상자가 아니다. 명목이 아니다. 상징이 아니다. 다들 진리라는 중심을 믿고, 도라는 중심, 법이라는 중심, 리라는 중심, 이성이라는 중심, 이데아라는 중심을 믿고 변방에서 마음껏 사고치자는 욕망에 부풀었다. 틀려먹었다. 욕망을 버려야 한다.


    당신이 중심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을 변방의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중심으로 여긴다면 본질이 있으면 안 된다.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천하인의 사유를 가지면 이성이든 이데아든 도든 리든 법이든 영혼이든 그런게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방해하는 부족장과 같다.


    당신이 신대륙에 이주했다면 원주민 추장의 존재가 거슬린다. 그런 것이다. 괴력난신을 추방해야 한다. 거짓을 추방해야 한다. 유에프오나 초능력이나 음모론이나 안아키나 괴상한 것에 관심이 가고 마음이 솔깃하다면 당신은 자신을 천박한 주변적 존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숨을 곳을 필요로 하는 거다.


    상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숨기 위해서다. 당신은 괴상한 바위와 협곡과 괴목과 정신 사나운 장식과 어지러운 중국식 인테리어에 숨으려고 한다. 그래서 괴목을 사랑하고 수석과 분재에 관심을 가진다. 숨으려는 소인배 마음을 버려야 한다. 당신이 신대륙에 도착한 개척자라면 괴상한 방해자가 거슬릴 것이다.


    구조론은 말한다. 괴력난신을 버리고, 대중에 아부하지 말고, 이상한 것에 홀리지 말라고. 종교나 주술이나 음모론이나 초능력 따위 자신을 주변적 존재로 규정하는 소인배 취향을 버리고 천하인이 되라고. 이런 주문이 불편한 사람 많다. 구조론이 바로 그런 괴상한 곳이라고 잘못 알고 왔다가 실망하곤 하더라.


    어쩔 수 없다. 구조론은 70억 인류를 바라보고 확률을 높여가는 전략을 쓴다. 당장은 진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만 어차피 70억이 부딪히면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근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를 당면하기 때문이다.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가 그렇다. 신천지가 열렸을 때다.


    피아구분 해야 한다.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된다.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 규정해야 한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감각이 필요하다. 특정한 것에 홀리면 안 되고 일을 풀어가는 프로세스 감각을 키워야 한다. 집단 안에서 자신에게 역할을 주려는 소인배의 나쁜 버릇을 극복해야 한다. 구조의 눈을 얻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kilian

2019.12.03 (16:35:45)

"구조론은 70억 인류를 바라보고 확률을 높여가는 전략을 쓴다."

http://gujoron.com/xe/1145907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12.04 (08:13:35)

울림이 큽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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