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333 vote 0 2018.08.16 (18:27:08)

      
    권력과 의리


    세상은 어떤 개체에 내재하는 고유한 속성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무한한 가능성에 의해 지배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장기의 말은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 바둑알은 가는 길이 정해져 있지 않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에너지는 장기가 아니라 바둑이다. 에너지는 계 안에서의 통제가능성이다.


    사회적인 통제가능성은 권력이다. 자연이 에너지에 지배된다면 사회는 권력에 의해 지배된다. 권력은 집단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에너지다. 권력의 조건은 첫째, 환경과 대결하여 이기는 것이며, 둘째, 환경을 이길 수 있도록 계통을 만드는 것이다. 바둑의 조건은 역시 흑돌과 백돌이 대결하여 이기는 것이며 이길 수 있도록 포석을 두는 것이다.


    우리가 의리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권력의 속성을 직관적으로 알고 하는 말이다. 국어사전은 의리를 두고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뜻으로 의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는 윤리와 도덕이다. 의리는 권력적이다. 의리는 사건과 관련된다. 사건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라도 권력이다.


    의리는 인간이 사건에 올라탔을 때 그 사건을 성공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집단은 권력을 생성하고 보전하고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에서는 집권하는 것이 의리가 되고, 시장에서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의리가 되며, 예술에 있어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이 의리가 된다. 이는 윤리 도덕과 다르다. 사건이 중심이다.


    진정한 의리는 굳이 맹세하고 약속할 이유가 없다. 그것은 소인배의 소승적 의리다. 집단 안에서 각자의 포지셔닝에 의해 본능적으로 안다. 일이 되어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의리다. 의리는 부부간에도 있고 부자간에도 있고 군신간에도 있고 사제간에도 있고 동료간에도 있다. 사건 안에서 머리와 꼬리로 엮여 있다. 각자의 위치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머리가 꼬리를 비웃어도 안 되고 꼬리가 머리를 틀어도 안 된다. 오른발과 왼발은 서로를 의지해야 한다. 그것이 의리다. 어떨 때는 표절이라고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오마주라고 한다. 솔까말 오마주와 표절의 차이는 없다. 옆가게에서 김밥집을 하는데 나도 김밥집을 한다. 출혈경쟁으로 다 죽으면 표절이고 김밥골목으로 소문나서 장사가 잘 되면 오마주다.


    오마주는 의리 안에 있다. 바둑으로 치자. 초반 포석이 있고 중반 전투가 있고 막판 끝내기가 있다. 수순이 있다. 바둑기사가 맘대로 두는게 아니고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둔다. 그 전략과 전술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의리다. 이치가 있는 것이며 이치를 따르는 것이 의리다. 그러므로 의리는 천하의 이치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강호의 의리가 먼저다.


    개인적인 은혜는 의리가 아니다. 사사로운 은혜를 갚을 이유가 없다. 자식은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식에게 내려주는 것이 진정한 효다. 의리로 보면 그렇다. 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은 채무를 갚는 것이니 장사꾼의 규칙이다. 자연의 어떤 동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에너지의 마이너스 원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자연법칙에 맞는 의리다.


    에너지가 가는 길로 가는 것이 의리다. 옳은 것이 의다. 옳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원으로 보면 옳음은 올리는 것이다. 저울에 올라가는 것은 옳고 밑에 남는 것은 외된 것이다. 오른 손은 무기를 들어 올리는 손이요 왼손은 남는 손이다. 병사가 왼손에 칼을 들고 대오를 이루면 동료를 찌른다. 옳다는 것은 사건을 연결시켜 성공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돌아가는 판도 전체를 보지 않고 개별 사안으로 좁혀서 옳고 그름을 판정하려는 자는 나쁜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3대를 이어가야 상부구조가 완성되어 사건은 다음 단계로 연결된다. 1대에서 2대로 3대로 나아가며 계속 목표를 바꿔가는 것이 의리다. 김대중에서 노무현으로 문재인으로 가며 계속 방향을 틀어야 한다. 거함이 먼 바다를 가는 방법이다. 

   


   POD 출판 신의 입장 .. 책 주문하기 


    POD출판이므로 링크된 사이트를 방문하여 직접 주문하셔야 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744 첫 단추를 꿰는 문제 김동렬 2022-02-23 2114
5743 이재명과 진보세력 image 김동렬 2022-02-23 2655
5742 안철수의 선택 1 김동렬 2022-02-21 3220
5741 인간들에게 하는 말 김동렬 2022-02-21 2337
5740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국인들 image 김동렬 2022-02-20 3011
5739 세상은 변화다. 김동렬 2022-02-19 2194
5738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 김동렬 2022-02-18 1992
5737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것 김동렬 2022-02-18 2253
5736 미국이 전쟁에 지는 이유 김동렬 2022-02-17 2453
5735 그림의 실패 image 김동렬 2022-02-17 2677
5734 입자냐 파동이냐 김동렬 2022-02-16 1970
5733 인간의 길(업데이트) 김동렬 2022-02-16 2243
5732 불확정성의 원리 2 김동렬 2022-02-14 3421
5731 브루투스의 배신공식 김동렬 2022-02-14 2453
5730 인간이냐, 짐승이냐? 1 김동렬 2022-02-13 2509
5729 인간이 퇴행하는 이유 김동렬 2022-02-12 2644
5728 사진을 찍다 image 김동렬 2022-02-11 2491
5727 이거 아니면 저거다 2 김동렬 2022-02-11 2513
5726 대선 한 달 앞. 이재명의 전략은? 1 김동렬 2022-02-11 2611
5725 문재인 죽이기 시작됐다 3 김동렬 2022-02-09 3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