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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907 vote 0 2003.08.14 (12:20:22)

노무현의 30억 짜리 소송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곤하오! 어떻게 보긴.. 그냥 그렇게 보는거지.. 나라고 뭐 특별한 견해가 있을리 없소.

『노무현이 화장실에서 거울 보며 7번을 웃은 이유는? 낸들 알겠소? 좌우지간 동작동 방씨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 하오.』

30억 벌면 영배삼촌 한테 설렁탕을 배터지게 사줄 수도 있는거고..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인지대가 1000만원이나 든다는 건데, 우리가 모금을 해주기도 그렇고.. 그놈의 인지대는 왜 그렇게 많이 드는지. 돈 없는 사람은 소송도 하지 말라는 건지.

요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오. 하긴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소송당사자라니 생뚱맞게 생각될 법도 하오. 결론부터 말하면 성동격서일 가능성이 크오. 20억 소송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뜻이오.

한마디로 룰을 바꾸자는 것이오. 다르게 말하면 대국민 길들이기요. 언론 길들이기이기도 하고. 어쨌든 노무현 답소. 속이 다 후련하오.

탈권위주의시대의 상식과 규범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버리면 참으로 많은 것이 가능하오. 정치가 더 재미있어 지는 것이오. 구중궁궐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정치가 대명천지 밝은 곳으로 걸어나오는 것이오. 더 나와야 하오. 밀실에서, 골프장에서 이뤄지던 정치가 광장으로 나오고, 인터넷으로 나와야 하오.

소송은 그 자체로서는 큰 의미가 없소. 걍 룰을 바꾸는 거 뿐이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노무현은 엄청 집요한 사람이라는 거요. 노무현이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상단에 링크해 놓은 『노무현의 전략』에 연재하고 있으니 참고해도 좋소.

하여간에 누가 이기는가 하면 독종이 이기게 되어 있소. 항복 안하면 우리가 이긴다 이거요. 즉 노무현의 소송은 과거 DJ의 세무조사처럼 물리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심리전이라 이거요.

국민들은 처음엔 어안이 벙벙해 하다가, 이윽고 노무현이 한 두번 그러고 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맘을 고쳐먹게 되오. 그 즈음에서 이 공동체의 룰이 바뀌고, 사회의 규범이 바뀌고, 시민의 상식이 바뀌는 것이오.

민주화 투쟁 20년, 집요해서 이겼다.
80년 이후 지난 20년 간의 민주화투쟁도 이와 같소. 한가지 분명히 해야할 사실이 있다면 우리 국민의 80퍼센트는 전두환독재를 지지했다는 사실이요. 그렇다면 국민의 생각이 바뀐 것이오. 왜? 광주항쟁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에? 천만에.

처음 민주화투쟁이 시작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소.

“철부지 대학생놈들 비싼 밥 먹고 데모나 하고다니다니. 쯧쯧쯧”
“저런 것들은 몽조리 잡아다가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려야 해. 에구 한심한 놈들.”

그러나 최루탄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10년 쯤 투쟁이 계속되자 그만 넌더리가 났소. 그 지점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소.

“이거 가만 놔두면 100년이고 천년이고 계속 이럴 거 아닌가. 안되겠다. 전두환 쫓아내자.”

집요한 사람을 이길 장사는 없소.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라도 된 것은, 무식한 국민들이 운동권의 계몽을 받아 크게 깨우쳤기 때문이 아니오. 단지 우리가 투쟁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민주화를 받아들이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으로 항복을 한 게요. 이걸 알아야 하오.

햇볕정책도 마찬가지오. 국민 다수는 여전히 호전적이오. 300만명 쯤 희생시키더라도 북한과 한판 붙어보자는 정형근식 사고에 빠진 국민이 이 나라에 아직도 많소. 그런데도 70퍼센트가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오.

지난 30년간 박통은 북풍정책으로 국민을 긴장시켜 왔소. 아직도 베개 속에 금괴를 넣어두고 자다가 전쟁나면 금괴를 배낭에 넣고 피난가겠다는 사람이 있소. 그 악몽같은 긴장의 터널 속으로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거요.

노무현의 진짜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소.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소. 계몽으로 깨우쳐서는 절대로 답이 나오지 않소. 노무현은 국민이 넌더리를 내다가 “안되겠다 조중동 니가 그만 항복해라.”고 할 때 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뿐이오.

제갈량의 7종7금이 생각나오. 같은 민족끼리 싸울 때는 물리적 승리가 곧 실질적 승리로 되오. 그러나 다른 민족을 정복할 때는, 심리적으로 굴복시키지 않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오. 그 때문에 제갈량은 사로잡은 적장을 도로 풀어준 것이오.

노무현은 결코 조중동을 한방에 보내지 않소. 피가 마르고 살이 내릴 때 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오. 조중동, 참여정부 임기 끝나고도 한 20년은 더 각오해야 할 것이오. ㅎㅎㅎ

전략의 기본은 원교근공에 성동격서 뿐.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낸들 알겠소만 쉽게 끝날 게임은 아닌 듯 하오.』

전략의 기본은 원교근공(遠交近攻)에 성동격서(聲東擊西) 뿐이고 그 외에는 없소. 가까운 민주당을 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멀리 있는 한나라당을 이간질 시키는 것이오.

또한 가까운 언론을 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멀리있는 유권자의 생각을 바꾸고 공동체의 규범을 바꿔가는 것이오.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국민의 마음 속 생각과 싸우고 있소. 유권자의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소. 이걸 알아야 하오.

하여간 노무현이 어떤 계략을 꾸미고 뭔가 수를 쓴답시고 소송을 건 것은 결코 아니오. 워낙 체질이 되어 있어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오.

승부사라면 계략은 일생에 한번 쯤 사용하는 것이오. 민주화투쟁? 무려 20년간 물고 늘어져서 얻어낸 것이오. 언론개혁? 100년 쯤 물고 늘어지면 답이 나올 것이오. 초단기전 아니면 엄청 장기전이요. 어중간한 싸움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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