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25 vote 0 2019.02.07 (16:31:29)

    자연이든 문명이든 역사든 먼저 계를 이루어 외부 에너지를 획득하고 다음 내부에 대칭을 조직하고 축을 틀어서 내부의 모순을 외부로 배출하며 진보하는 것이다. 평등이 없으면 계를 이루지 못하므로 외부의 에너지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아 망하고 평등에만 머물러 있으면 축을 틀지 못하므로 대칭의 교착상태를 탈출하지 못한다.


    차별하면 말라 죽고 평등하면 막혀 죽는다. 차별하려면 외부를 차단하여 격리해야 한다. 담장을 쌓고 차단하면 고립되어 말라 죽는다. 평등하면 의사결정을 못 해 우물쭈물하며 시간만 끌다가 외부로부터의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대칭과 비대칭에 답이 있다. 공간의 대칭을 시간의 호응으로 처리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선악이든 정사正邪든 진보·보수든 흑백논리에 이분법적 사고로 막혀서 교착되는게 보통이다.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고함을 지르고 목청을 높일 뿐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도 공간에서의 교착을 시간에서의 호응으로 타개하는게 정답이다. 부름과 응답에 난맥상을 타개하는 희망이 있다.


    그러므로 깨달아야 한다. 세상 모든 것이 에너지의 결에 달려있고 생산력의 증대에 달려 있고 상호작용의 증가에 달려 있고 일의 우선순위 지정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언제라도 대칭의 교착을 타개하고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머무름에 답이 없고 움직임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변화가 안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어딘가에 도달하여 머무르려고 한다. 안정되고자 한다. 고3의 행군을 거쳐 명문대에 머무르려고 한다. 백수의 행군을 거쳐 취업에 머무르려고 한다. 연애의 행군을 거쳐 결혼에 머무르려고 한다. 가난의 강행군을 거쳐 부자의 성채에 머무르려고 한다. 성공과 행복은 머무름에 있다고 믿는다. 머물러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틀렸다.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하여 거기서 멈춤으로써 성공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떤 고립되고 단절된 공간을 탈출하여 부단히 움직여 나아감으로써 성공한다는 생각을 얻어야 한다. 고3의 감옥을 탈출하여 자유를 얻는 것이며 백수의 압박을 탈출하여 자유로움을 얻는 것이며 가난의 압박을 탈출하여 자유로움을 얻는 것이다.


    손에 쥐어지는 물질이나 소득이 아니라 고립과 소외와 단절과 억압과 속박을 벗어나는 자유가 성공이고 해방이 기쁨이다. 족보를 얻고 계통을 이루어 사건의 다음 단계로 계속 전진하여 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다. 인간은 무엇을 쟁취하고 획득할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사건을 연결하여 계속 가는데 기쁨을 얻는다.


   평등이든 정사든 선악이든 평화든 머무름의 언어이지 움직임의 언어가 아니다. 심지어 진보도 이상적인 진보에 도달하여 거기에 머무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삶은 부단한 호흡이다. 멈춤 없이 활동하는 것이다. 방향이 충돌하면 교착된다. 한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 정의, 평등, 도덕, 평화는 전진하게 하는 조건일 뿐이다.


    정의, 평등, 평화, 도덕, 행복이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 교착의 난맥상을 타개하고 다음 단계로 전진하려면 정의, 평등, 평화, 도덕, 행복이 필요한 것이다. 불의가 득세하고 차별이 득세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도덕이 무너지고 불행하면 서로 발목을 잡아 교착된다. 인간이 인간 사이에 끼어서 옴쭉달싹 못하게 된다.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 창의할 수 없다. 활동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의 방해자가 된다. 인간은 부단히 새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방법으로 환경과 진리와 집단과 이상주의와 완전성의 부름에 응답하는 존재이다. 부름과 응답으로 하나의 게임을 완성시키고 다음 게임으로 계속 가는 것이며 부단히 이겨가는데 기쁨이 있을 뿐이다.


    전진하지 못하는 평화, 창의하지 못하는 평등,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는 정의, 활동하지 못하는 도덕,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행복은 필요 없다. 단어에 속지 말아야 한다. 정의, 평등, 평화, 도덕, 행복은 그냥 단어에 불과하다. 진짜는 에너지다. 기쁨이다. 설렘이다. 만남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그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2.08 (03:57:27)

"전진하지 못하는 평화, 창의하지 못하는 평등,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는 정의, 활동하지 못하는 도덕,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행복은 필요없다. 진짜는 에너지다. 기쁨이다. 설레임이다. 만남이다." - http://gujoron.com/xe/1060888
[레벨:2]말시인

2019.02.11 (00:23:13)

‘평등이 없으면 계를 이루지 못하므로 외부의 에너지가 내부로 유입되지 않아 망하고 평등에만 머물러 있으면 축을 틀지 못하므로 대칭의 교착상태를 탈출하지 못한다.’

매력 터지세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5885 카오스이론과 구조론 김동렬 2022-06-06 1773
5884 친문 친낙 친명 친연 대회전 김동렬 2022-06-06 1947
5883 이재명 박지현 이낙연 image 3 김동렬 2022-06-05 2540
5882 어리석은 손혜원 황교익 김동렬 2022-06-03 2468
5881 민주당 이 정도면 선전했다 2 김동렬 2022-06-02 2889
5880 어주니랑 거니랑 김동렬 2022-06-01 2237
5879 척력과 인력 김동렬 2022-06-01 1839
5878 민주당의 운명 김동렬 2022-05-31 2616
5877 구조론으로의 초대 김동렬 2022-05-31 1432
5876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동렬 2022-05-30 2060
5875 강형욱과 이찬종 김동렬 2022-05-29 2831
5874 비트코인은 쓰레기다 1 김동렬 2022-05-28 2453
5873 세상을 이해하자 김동렬 2022-05-26 2160
5872 생각을 하는 방법 2 김동렬 2022-05-26 2070
5871 구조론의 균형감각 김동렬 2022-05-25 1642
5870 조중동발 공정쇼 김동렬 2022-05-25 1870
5869 소로스와 열린사회 김동렬 2022-05-25 1798
5868 민주주의는 라이플이다 김동렬 2022-05-24 1967
5867 노무현은 누구인가? 1 김동렬 2022-05-22 2875
5866 넌센스 정국 2 김동렬 2022-05-22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