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068 vote 0 2006.11.18 (15:26:59)


규구(規矩)는 중국 신화시대 복희씨의 발명으로 알려진 콤파스와 곱자다. 곱자는 공고 건축과 학생들이 들고 다니던 T자나 같은데 ㄱ자로 꺾여 있어서 직각을 구하는데 쓰인다.

언뜻 생각하기에 직각 구하기가 쉽지 싶지만 맨바닥에서 직각을 구하려면 반드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야 한다. 그냥 적당히 생각해서 대충 직각을 그려놓고 그걸로 대형 건물을 지으면 아주 황당한 일이 생긴다.  

규구는 목수의 상징물이다. 규구준승(規矩準繩)이라 해서 콤파스, 곡척, 수준기, 먹줄 이 네가지가 있어야 비로소 목수 노릇을 할 수 있다. 이를 줄여서 규구라고 하는 것이다.

기술이 좋아도 규구준승 이 네가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 지식만으로 안 되고 반드시 연장이 있어야만 한다. 오늘날 지식도 강단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연장이 되었다.

연장이 없는 사람과는 장벽을 쌓아놓고 소통을 거부한다. 아무리 지식이 있어도 연장을 휘두르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으니 이것이 학계의 병폐다.

문제는 규범이나, 규칙이나, 규율이나, 규정이나, 규찰이나 이런 말이 다 규구에서 나온 것인데 규구를 모르면서 규칙을 알고, 규율을 알고, 규정을 알고, 규찰을 알고, 규범을 알 리가 있느냐다.  

규칙도 규율도 규정도 규찰도 규범도 법규 상규 예규도 모르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겠느냐는 거다. 규는 콤파스다. 콤파스는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동그랗게 묶어버린다.

규칙 규율 규정 규찰 규범 법규 상규 예규는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동일한 반지름의 거리에 속하게 인간들을 묶어버리는 것이다.

콤파스로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땅바닥에 그어진 금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 곧 규칙이나 규율이나 규정이나 규찰이나 규범인 것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인식이 없이 함부로 법규를 논하고 규범을 논하고 규정을 논한들 공염불이다. 항상 그렇듯이 본질을 알아야 한다. 출발점을 알아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5954 나라가 흥하는 일곱가지 법칙 김동렬 2003-01-07 15265
5953 깨달음에 대한 태도 1 김동렬 2009-12-14 15258
5952 주간신문을 사서 봅시다 우리도 언론플레이 합시다 아다리 2002-11-15 15258
5951 배짱이가 30마리도 안된단 말이오? 파브르 2002-12-04 15252
5950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06-08-07 15251
5949 학문 깨달음 1 김동렬 2009-11-12 15250
5948 한나라당의 무뇌를 재검표해야 김동렬 2003-01-27 15250
5947 Re..뱀발 무당벌레 2002-10-22 15245
5946 유시민 배제에 신기남 아웃 김동렬 2005-03-10 15236
5945 언어의 구조 image 2 김동렬 2011-01-17 15235
5944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 희박" 김동렬 2002-10-24 15235
5943 의식의 통제훈련 image 김동렬 2010-11-11 15233
5942 소실점의 소실점(업데이트) 2 김동렬 2009-10-25 15224
5941 Re..만약엔 전 정몽준이 단일후보가 된다면 아다리 2002-11-24 15222
5940 Re.. 폴앤폴조사와 국민일보조사의 차이 김동렬 2002-10-29 15220
5939 나도 눈물이 날라하네 아다리 2002-10-21 15220
5938 황박이 사기꾼은 아니다. 김동렬 2006-01-13 15217
5937 선택 image 김동렬 2002-11-30 15216
5936 최종결과 족집게 예측 (중앙일보 대선주식 최종결과 포함) image 김동렬 2002-12-18 15211
5935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 김동렬 2007-11-05 15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