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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90 vote 0 2005.04.18 (20:28:44)

영천 하면 ‘영천 대말좋’ 밖에 생각나는게 없다. 영천은 예로부터 소시장으로 유명했던가 보다. 우시장이 서면 한쪽 구석에 염소장, 토끼장, 마시장도 서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 말이 생겼나 보다.

백현국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시
(http://blog.naver.com/namuepari.do)

말이사 바른 말이지만 大馬의 대말좆인지
되좋고 말좋아 되말좋인지 몰라도

영천시장 휘-딱 건너편 소리사에
공명통이 자지러지는 뽕짝 반주를 듣다보면

영천 우시장 삐딱한 골목을 주름잡던 장돌뱅이들이
꼬질한 중절모 내려놓고 희희낙락 꺼내놓던

영천 대말좆 생각이 난다네
간지름 무진장 태워 죽였는지 몰라도

면도질 깨끗한 돼지머리 눈웃음 재밌는 먹자골목
그 옛날엔 어느 시러배 아들의 눈물을

잘도 쑥 잡아 뺐었는지 몰라도
32공탄 벌건 화덕 앞에, 모가지 길게 빼고 차차차 부르는

이쁜 주모의 젓가락 장단은 가히 신기였다네
시퍼런 바닷물 같은 두꺼비표 소주며

막걸리 독에 바께쓰 한 통은 족히 물탄
가히 쌀뜨물인지 막걸린지 몰라도

소머리 눌린 수육 한 입 넣어주며
놋주발 가득 술을 부어 권하던 풍경이 소란한데

씰룩거리는 푸짐한 엉덩짝에
젖살인지 뱃살인지 분간이 안가는 여자와

살따구 비비며 구멍 동서 운운하던 술고래들도 많았다네
엿판에 남은 밀가루 같이 쓰잘 데 없는 인생이라고

씨펄놈, 개시키, 욕지기를 잘도 하던 주모에게
닷새마다 서는 대말좆을 앞세웠는지는 몰라도

젓가락 맞고 우그러진 인생을 끌고 나와
전신주 뿌리에 콸콸 오줌을 퍼붓다가

우-웩 속을 게우는 신파조 사내들을
가오리 좆만한 시절에 나는야 숱하게 보았다네

영천 장돌뱅이들은 모두 틀림없는 대말좆이었다네.



영천에 우시장이 있다네
영천과 이웃한 경주에서 자랐다. 경주 사람들은 영천이라는 말만 나와도 허허 하고 웃었다. 영천은 장돌뱅이의 고장이고 소시장이나 열리는.. 그런 고장으로 각인되었던 것이다.

하여간 경주 사람들은 영천 하면 은근히 무시하는 기색이 있었다. 예컨대.. 안동사람들 말로 이런 말이 있다. ‘안동양반, 의성사람, 군위것들, 영천놈들’.. 영천이라고 하면 일단 안쳐주는 거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여러번 했던 것인데.. 안동사람들의 잘난 양반의식 말이다. 안동, 영양 등을 옮겨다니며 자란 이문열이 ‘시마네현 촌것들을 다스리는 방법’ 하며 제목을 뽑아 굳이 ‘촌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군위것들 영천놈들’ 하며 인간에 서열을 매기던 그 습관대로임은 물론이다.

안동양반이라고 해서 다 양반은 아니다. 양반 중에도 진짜는 권씨다. 모르는 사람들이 안동김씨 운운 하는데 안동김씨가 안동에 사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권씨가 상석에 안고 넘버 투 김씨는 그 옆자리에 앉는다.

안동에서 국회의원은 권씨 아니면 명함도 못내민다. 권오을에 권정달, 점촌에는 신씨 아니면 명함도 못내민다. 신영국에 신국환, 영주는 박씨, 예천은 황씨, 경주는 김씨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물론 이 법칙이 절대적으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점촌.문경에 신씨가 둘이 나오면 지역구를 같이 쓰는 예천 황씨 황병태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는 식으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는 그렇다.

그들에게 있어서 선거는 봉건양반들의 서열을 정해보는 심심풀이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절박하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배가 부르다는 말이다. 그들은 더 주려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정권을 안티하는 방법으로 경마장과 태권도공원을 유치할 수 있다고 믿는다.(둘 다 물건너 갔음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을 패기만 하면 도로가 새로나고, 부산에 엑스포가 오고 박람회가 들어선다고 굳게 믿는다. 어리석은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

경상도 사람이 언제 철들라나. 나는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보선을 앞두고 영천에서 우리당 지지가 좀 나온다지만 이는 ‘박근혜 너 왜 빨리 안내려오나’ 하고 갈구하는 몸짓에 다름 아니다.

그들에게 여론의 기준은 ‘박근혜가 왔다갔나 아니면 아직 왔다가지 않았나’ 정도다. 아직 박근혜가 왔다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당 지지표가 가물에 콩나듯이 더러는 발견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도 기적은 있다. 과거 이기택이 말아먹던 시절에 경주에서 민주당 이상두의원이 당선된 일이 있다. 문제는 후보가 난립해서 어부지리로 우리당이 당선되어봤자 결국은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어 버린다는 점이지만.

슬픈 일이다. 우리는 아직도 봉건 그 자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자치분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이유도 그렇다. 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봉건의 높은 벽 앞에서 너무나 많은 절망을 맛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희망은 어디에?
선거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은 없다. 중대선거구제는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일본식으로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뽑을 경우 100만표를 받아 당선된 의원과 1만표를 받아 턱걸이로 당선된 의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정개협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대신 전국구를 99명으로 늘리는 안을 내놓고 있다. 좋은 의견이긴 하나 또 문제가 있다. 전국구가 100명을 넘으면 특정인에게 줄을 선 자들이 거저먹는 게임이 된다.

전국구는 100프로 특정인에게 줄 선다고 봐야한다. 예컨대 우리당이 압승한다 치고 당의장이 혼자서 금뺏지 30개 쯤 만드는 것은 우스운 일이 된다. 이 경우 당내경선이 전쟁판이 된다.(이미 난리굿을 벌인 바 있지만.)

그렇다면? 지역구와 전국구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역구에 낙선해도 선전하면 전국구로 보상받는 것이다.

또 전국구를 지역으로 갈라서 광역전국구를 만들 수 있다. 지난번에 논의된 여성전용 선거구와 같다. 전국구를 5~6개로 나누는 것이다. 여성전용 및, 호남, 영남, 중부권, 수도권으로 나누어 각각 별도로 후보를 내는 것이다.

우리당이 영남에서 30프로를 득표하면 영남전국구 10명의 30프로인 3명을 당선시키는 식이다. 이 경우 당권파가 줄을 세워 전국구를 독식할 우려가 해소된다. 무리한 중대선거구제 보다는 이 방안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영천에도 사람이 있다고 믿고 싶다
장돌뱅이의 고장 영천.. 이렇게 말하면 영천 분들에게 매우 큰 실례가 되겠지만 굳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분들이 이 글을 읽고 화가 좀 났으면 싶다.

언제까지 포기하고 살 것인가? 희망이 그리도 부자연스럽고 어색한가? 확 뒤집어 버렸으면.. 그럴 수 있다면 속이 다 시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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