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92 vote 0 2019.05.25 (08:36:32)


    구조론은 언어다


    구조론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깨너머로 보고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구조론은 항상 정답을 제시하는데 어떻게 세상 모든 일에 정답이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무려 언어로 말한다는 점이다. 부딪히는 것은 언어다. 세상에 관한 것도 아니고 문제나 답에 대한 것도 아니고 언어에 대한 것이다.  


    음악에도 정답이 있고 그림에도 정답이 있고 정치에도 정답이 있다고 하면 그들은 화를 낸다. 정답이라는 단어 자체가 싫은 것이다. 주사위를 던져서 눈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확률로 보면 1/6이다. 정답은 1/6이다. 어떤 눈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과 확률이 1/6이라는 말 중에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어떤 눈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확률은 1/6이라는 점은 애써 무시한다는 점이다. 왜? 카지노에 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도박을 하려는데 정답을 말해서 분위기를 깼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확률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점이다. 진실의 언어가 인간을 불편하게 만든다. 


    확률이라는 말이 없으면 도박장에 기어코 가려는 바보를 제지할 수단이 없다. 아프리카에는 주술사가 있다. 주술사의 능력에 의해 마을은 평화롭다. 그런데 문명인들이 나타나서 '그 주술은 가짜걸랑요' 하고 폭로해 버린다. 그들은 일제히 화를 낸다. 아프리카인들은 주술이 진짜이든 가짜이든 상관없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하는 소리가 진짜라고 믿는 바보 신도가 몇이나 되겠는가? 교회에는 진실이 있는 게 아니라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다. 구조론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언어가 있다. 사랑이라는 말이 없으면 사랑을 하지 못하고 혁명이라는 말이 없으면 혁명을 못한다. 인간의 행위는 언어에 제한된다. 수학은 새로운 언어다.


    구조론 역시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수학이기도 하다. 대수학만 있던 동양에 서양의 기하학이 처음 도입된 것과 같다. 량을 계량하는 대수와 공간을 해명하는 기하만 있었는데 사건을 해명하는 구조론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수학에는 수학의 문법이 있고 구조론은 구조론의 문법이 있다. 먼저 문법을 배워야 한다.


    수를 더하고 빼도 수고 곱하고 나누어도 수다. 왜 수학의 답은 항상 숫자냐고 따지는 사람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수학이니까 숫자지. 구조론의 답은 구조다. 구조를 더하고 빼도 구조고 곱하고 나누어도 구조다. 수학은 숫자로 덤비고 구조론은 구조로 덤벼야 한다. 왜 수학에는 사랑이 없냐 이런 말 곤란하다.


    구조론의 답은 방향성이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러나 움직이면 모두 한 방향으로 정렬한다. 하나의 정답을 부정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정지해 있는 것은 여러 개의 출입문이 있지만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하나의 출입구를 가진다.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성과 획일성이 있다.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구조론이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언어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공격을 포기하고 수비만 하려고 하므로 다양성만 추구한다. 선생님이 시험을 채점하는데 다양한 기준으로 보면 혹시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다. 자신이 시험을 출제한다면?


    다양한 기준을 세우면 석차를 매길 수 없다. 어떤 상황을 통제하려면 한 가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공격자는 획일을 좋아하고 방어자는 다양을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상태에서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엄마돼지 한 마리에 새끼돼지 열 마리가 딸려 있다. 화살 하나로 11마리 돼지를 잡으려면 어미를 쏘라.


    새끼를 쏴도 되지만 새끼 숫자만큼 화살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새끼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므로 잘 맞지도 않는다. 어미를 쏘면 새끼들이 어미 주위로 모여든다. 주워 담으면 된다.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은 어미돼지를 쏘는 것이다. 정답은 있다. 없는 것은 개념이다.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정답을 싫어하는 것이다.


    자신을 약자로 포지셔닝하고 도망갈 궁리를 하고 문제를 회피할 생각을 하는 사람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다양한 칼라를 얻는다. 프리즘을 통과한 다음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돈을 아끼려면 그 전에 잡아채야 한다. 애플 디자인은 단순성을 추구하고 갤럭시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누가 더 많은 돈을 벌까? 물론 애플이다. 다양성 추구는 손해다. 다양성 타령은 실력이 없는 자의 변명이다. 단순성을 장악한 자는 언제든지 프리즘을 투입하여 다양성을 도출할 수 있다. 다양성에 붙잡힌 자는 다시 단순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 프리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리즘을 따로 빼놓으면 단순해진다.


    에너지를 틀어쥐면 언제든 단순성과 다양성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단, 순서는 단순성이 먼저다. 먼저 단순함을 취한 다음 프리즘을 투입하여 다양성을 도출해야지 반대로 다양성을 취한 다음 어떻게 해도 단순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는 엔트로피의 법칙이라 어김이 없다. 량은 침투한다. 침투한 것을 빼낼 수 없다.

 

    구조론에 대해서 이런저런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인상비평과 같다. 문과출신이 이공계를 보고 쟤는 성격이 딱딱할거야. 하루종일 숫자를 만지니까. 이런 소리다. 그들에게는 언어가 없다. 동양음악은 악보가 없다. 그냥 스승이 연주하는 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다. 재즈도 악보가 없이 즉흥연주를 한다.


    악보가 없으므로 다양한 것이 좋은가 아니면 악보가 있어서 획일적인 것이 좋은가? 즉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악보가 없는 사실에 대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악보가 있어야 더 다양한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 악보가 없으면 당연히 단조로워진다. 아프리카에는 길이 없다. 다양한 골목길이 있다고 주장한다. 


    언어가 없는 자는 발언권이 없다. 말이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서양음악이 단순한 것이 아니고 악보가 있는 것이며 구조론이 획일적인 것이 아니고 언어가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길이 단순한 게 아니고 도로가 있는 것이다. 진흙길도 없고 골목길도 없고 꼬부랑길도 없어 단순하잖아 하고 화를 내면 안 된다.


    아프리카 시골에서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고 다양하게 살았는데 선진국에 오니 죄다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자동차 타고 획일적으로 살더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다양하다는 것은 대개 결정적인 하나가 없다.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므로 망진 문진 안진 맥진 압진 등의 다양한 기술을 쓴다.


    알약 한 개를 주면 되는데 수십 가지 한약재를 준다. 서양의학은 획일적이야 하고 화를 낸다. 다양한 것이 사실은 무언가 핵심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것은 통제가능성이다. 계를 장악하고 통제하지 못하므로 어수선해진다. 그것을 다양성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악보에 의해 통제된 다양성이 진짜다. 




[레벨:1]앤디

2019.05.26 (02:47:33)

며칠 전에 구조의 확장 원리에 관해 질문을 드린 바 있습니다. 답변해 주신 내용으로는 원하는 답을 바로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 제 질문이 귀납적인 관점에서 문제제기하는 방식이었고, 질문을 확실하게 하고자 마지막에 비유를 든 것이 더 부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예전 책들을 뒤져서 답을 구했습니다. 구조 78~80페이지에 이미 다루어 놓으셨더군요.


"계가 에너지를 태워 양적으로 커졌을 때 처음과 달라지지 않은 속성이 구조다. 달라진 것은 중복과 혼잡이다." ...... "계에서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고 남는 구조는 존재 자체를 보존하는 작용 반작용의 제어다. 외부에서 들어온 에너지 작용을 처리하는 핵심 부분은 절대로 불변한다." ...... "어딘가에 무언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그곳에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작용했을 때 그곳에서 어떻게든 반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 "공간에서 외력에 대응하고 시간에서 자기를 보존하면 그 무엇이 그곳에 있다(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구조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건의 복제(또는 양적 확장)가 사전에 정해진 어떤 경로로만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질문자가 "존재"를 미리 정의하지 않아서 생기는 혼란이었습니다. 구조가 아무리 양적으로 커졌다고 해도 모두 "중복과 혼잡"일 뿐 핵심은 "제어" 하나로 동일한 것이고, 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존재의 형태나 크기가 달라지더라도 이런 구조는 불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존재의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포 하나가 분열해서 둘이 되는 사건이나,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위장이 음식물에 반응하는 사건이나, 사람들이 모여 사회나 국가가 형성되는 사건이나 우주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건들은 에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동일한 구조로 전개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5.26 (16:51:19)

본문에 일부 추가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구조론에 대한 개념이 서 있지 않습니다.

구조론은 수학입니다.

수학은 그 대상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과가 하나 있다면 그 사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숫자가 1이라면 그 사과가 썩은 사과인지 병든 사과인지 그림의 사과인지는 논하지 않는 것입니다.

1은 사과와 관계가 없습니다.

1은 관측자와 사과를 연결하는 선이 1개라는 것입니다.

구조라는 것은 역시 관계를 말하는 것이며

주로 대칭으로 나타나는 상대적인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며

수확이 사과와 관측자인 사람을 연결하는 라인을 보듯이

구조론도 어떤 둘이 서로 연결하는 사이를 바라봅니다.

레코드판의 비어있는 홈을 본다는 말이지요.

부부를 족보에는 무촌으로 표시하고 부자는 1촌으로 표시하는데

구조는 그 부부관계 혹은 부자관계의 관계가 엮인 정도를 보는 것입니다. 

사과를 논한다면 벌레 먹은 사과, 썩은 사과, 익은 사과, 요리된 사과, 그림의 사과 등등

다양한 사과가 있겠지만 사과와 사람의 관계는 일대일입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 외에 다른 관계는 불성립입니다.

어떤 둘이 만난다면 질로 입자로 힘으로 운동으로 량으로 만나며

다른 만남의 형태는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구조론이 관계를 해명하고 사건을 해명하고 

새로운 수학이며 새로운 언어라는 출발점을 모르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수학수업을 국어수업으로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5.26 (04:10:10)

언어가 없는 자는 발언권이 없다. ~ 서양음악이 단순한 것이 아니고 악보가 있는 것이며 구조론이 획일적인 것이 아니고 언어가 있는 것이다. ~ 하나의 악보에 의해 통제된 다양성이 진짜다.

http://gujoron.com/xe/1091953

[레벨:6]rockasian

2019.05.26 (13:00:13)

고도로 집중해서 일필휘지로 쓰시느라
구체적 사안에서는 다소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진에 맥진 안진 압진이 다 들어갑니다.
그리고, 수십가지 한약재 들어가는건 삼계탕이나 17차같은 음료수처럼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음식 수준에서 입니다.
약국에서 파는 한약 중 대표적인 까스명수에 들어가는 한약재는 4개 뿐이고, 첨가물이 10개 넘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5925 과학자의 오류 image 김동렬 2022-07-07 1948
5924 윤석열의 추락이유 김동렬 2022-07-07 2327
5923 구조론의 초대 김동렬 2022-07-07 1409
5922 게임의 초대 김동렬 2022-07-06 1759
5921 굥의 외교 김동렬 2022-07-06 1827
5920 굥락, 굥의 추락 김동렬 2022-07-06 1774
5919 권력과 본질 김동렬 2022-07-05 1636
5918 도구주의 철학 1 김동렬 2022-07-04 1646
5917 마동석 액션 1 김동렬 2022-07-04 1963
5916 세훈당과 동훈당 김동렬 2022-07-04 1830
5915 이명박이 웃는다 김동렬 2022-07-04 1853
5914 진리 김동렬 2022-07-02 1599
5913 권력의 탄생 김동렬 2022-07-01 1835
5912 진리는 도구다 김동렬 2022-06-30 1657
5911 돈키호테 윤석열 1 김동렬 2022-06-29 2202
5910 에너지의 방향성 2 김동렬 2022-06-29 1538
5909 에너지는 모인다 2 김동렬 2022-06-28 1850
5908 개인주의 시대의 세대전쟁 3 김동렬 2022-06-27 2177
5907 사건의 시작 김동렬 2022-06-26 1782
5906 성소수자 판결 김동렬 2022-06-25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