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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67 vote 0 2006.03.18 (17:45:52)

‘미친다’는건 무슨 뜻일까?


‘미친다’는건 무슨 뜻일까? 정신이 외출을 나가셨다는 건데.. 제 정신이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정신’은 또 뭐야? 제 정신이라는건 어떤 거지?

‘미쳐야 미친다’는 제목의 책도 있더라. ‘미쳐야 산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미친다는 것이 꼭 나쁜 의미인 것은 아닌가 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친다는 것은 첫째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둘째는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겠다. 그렇다면 누구와의 의사소통인가? 공동체다. 누구의 통제인가? 사회다.

아기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엄마의 찌찌로 통제가 된다. 울고 떼쓰는 아기도 젖병을 물려주면 울음을 그친다. 강아지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그래도 밥을 주면 꼬리칠 줄 알고 도둑을 경계하는 임무 정도는 해낸다.

그런데 미친 사람은 정신병원에 가둬놓기 전에는 통제가 안 된다. 그래서 문제다. 사회의 룰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지 않고 공동체의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미친 거다.  

노빠, 유빠, 황빠 이전에 DJ 광신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필자더러 광신도라더니 다음에는 노빠라 했고, 유빠로 이어지더니 이제는 황빠가 되었다. 나는 가만있는데 그 사이에 많이도 거쳐왔다.

무슨 ‘~빠’라는 표현은 진중권들이 유포한 광신도라는 표현의 연장선 상에 있다. 그것은 공동체의 다수에 의해서 혹은 지식계급의 지도와 권위에 의해서 통제되지 않는 집단이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들의 통제되어야 한다는 발상이다. 네티즌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유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통제되지 않을 때는 게토를 만들어 격리시키는 방법을 쓴다. 또는 낙인을 찍고 주홍글씨로 표지를 달아서 차별을 한다. 그래도 안 되면 폭력을 쓴다.  

히틀러 - “모든게 유태인 때문이야.”
진중권 - “모든게 광신도 때문이야.”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특정인 특정세력 때문이야 하고 남의 탓을 하는 자가 파시스트다. 음모설도 이 연장선 상에 있다. 음모한다는 것은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린다는 거다.  

히틀러는 정말로 유태인이 세계정복 음모를 꾸몄으며 그 구체적인 실행이 유태인인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라고 믿었다. 진중권은 몇몇 서프 필진과 김어준이 ~빠들을 부추겨서 이렇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역사가 밀실에서의 음모로 된다고 믿는 바보들, 황우석 지지가 누군가의 부추김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자들.. 바로 이런 자가 파시스트다. 파시즘의 문제는 폭력의 문제다. 폭력은 최후에 나타나는 것이며 그 이전에 폭력의 조짐이 있다.

과거 군사정권은 수시로 공안사건을 제조해내곤 했다. 이 사회에 통제가 안 되는 집단이 있는데 그들의 이름은 ‘빨갱이’라는 것이며 그들이 밀실에서 정부전복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거다.

 

1단계 - 소통의 실패로 상대방에 대한 통제불가능에 따른 좌절이 누군가가 배후조종을 하거나 부추겼다는 식의 음모설로 나타난다.

2단계 - ~광신도, ~빠, 빨갱이 하고 소수자의 표지를 붙인 다음 다수로부터 이들을 격리, 고립시킨다.

3단계 - 물리적인 통제의 시도가 폭력행사로 나타난다. 상대방을 모욕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이 먼저 폭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역사는 밑바닥의 에너지 흐름이 결정하는 법이다. 누구 특정인 탓을 한다는 것은 곧 역사인식의 부재다. 배후의 중국을 보지 못하고 김일성 한 사람 때문에 통일이 안되었다고 믿는 수구들도 마찬가지다.

후세인 한사람 때문에~ 하고 후세인 탓을 하다가 뒷감당 못하고 있는 부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강한 개인이 되지 못하고 나약한 군중이 되어 두려워 하며 “때문이야”를 남발하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알면 모든 것이 원래 그렇게 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결책이 나오고 정답을 알고 가므로 두려울 것이 없다. 누구 때문이야를 말할 이유도 없다.

~빠를 탓한다는건 그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감의 표출이다. 그들은 원래 통제가 불가능한 존재라는 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제지하지 못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책임회피다.

진중권들의 ‘때문이야’는 자기 자신을 면책하기 위한 심리적 위안의 방법인 것이다. 통제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따른 절망감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위안.

~빠라는 것은 결국 포기한다는 거다. 그 지점에서 지식인의 의무를 포기한다는 거다.

“쟤네들과는 도무지 대화가 안돼.. 두 손 들었어.”

이런 거다. 이건 비겁한 거다. 지(知)적 용기의 결여다. 반지성적 태도이다. 절대 다수의 민초들을 포기하고 따시킨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식인이 존재하고 사회가 그들을 대접하는 이유는?

자신이 상대방을 능동적으로 리드할 수 없을 때 쓰는 방법은 상대를 모욕하는 방법으로 약을 올려서 상대가 먼저 자신에게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지금 그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민중을 타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이 그러면 안 된다.

몸을 낮추어 민중 속으로 녹아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민중과 하나가 될 때 민중은 역사의 물결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는 존재이며 결코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변방에서 온 강한 소수를 주목하라

DJ, 노무현, 유시민, 강금실, 서태지, 황우석.. 필자가 거쳐온 ~빠 시리즈가 많기도 하다. 한때는 강준만빠를 자처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야구월드컵의 성공도 그렇지만..  '변방의 강한 소수가 중앙의 약한 다수를 이긴다.' '변방에서 중심을 치는 것이 기나긴 역사의 본질적인 모습이다.'

일본에는 3000개의 고교팀이 있는데 한국은 불과 57개 고교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광주일고가 일을 냈더라. 역시 변방의 강한 소수가 응집력을 발휘한 거다.

일본의 3천개 고교에서 선발되어 모인 자들이 이심전심 의사소통에 성공할 리는 없다. 그들은 마침내 콩가루가 되었다. 그러나 광주일고는 가능하다. 그들은 체험의 공유에 따른 이심전심 소통에 성공했다.

그것이 승리의 원인이다. 결국 승부는 소통의 승부인 것이다.  

변방에서 중심을 치기 위해서는 주변부의 안전한 해방구에서 단단한 의사소통의 핵을 만드는데 성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체험의 공유에 따른 이심전심 소통, 그리고 그 소통의 성공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동통일로 가능하다.

그들은 우리가 그러한 변방의 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두려워 한 나머지 '~빠 때문이야'를 외쳐대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우리는 계속 간다.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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