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고통이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허나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이 거대한 민주화의 장도 안에서 어차피 한번은 치루어야 하는 고난임을 잘 알고 있다. 80년대를 앓아온 우리의 선배세대가 그랬듯이 우리도 견뎌내어야 한다.

최루가스 마시면서, 닭장차에 실려 전경들의 군화발에 채이면서, 당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으면서 선배들이 지켜온 길이다. 본받아 우리도 마땅히 이 풍랑을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오늘의 작은 승리, 그리고 터무니 없는 적들의 반격.. 이 모든 것이 결코 우연히 나타난 일회성의 사태는 아니다. 우리는 싸웠고 또 싸워왔다. 일보 전진이 있었는가 하면 이보 후퇴도 있었다.

광주의 깊은 한을 꺼집어내어, 한번 용틀임 하니 629였다. 만세를 불렀지만 알고보니 함정이었다. 전두환 독재를 물리쳤지만 노태우독재는 40여명 열사들의 분신을 요구했다.

YS가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우겨댈 때 그것이 속임수임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작은 희망을 가져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끝이 확인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시대의 울림과 떨림이 깊어서 기어이 DJ의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마침내 우리세상이 온 것이다. 이어받아 노무현을 대표선수로 차출하여 저 사각의 정글이라는 링 위로 올려보낸 것이다.

그리하여 과연 우리 세상이 왔는가? 우리는 여전히 당당하지 못하다. 가슴 펴고 맘 속 깊은 곳에 있는 응어리 풀어내며 할 말 다하고 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기죽어 하고, 비굴하게 조중동의 눈치나 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칼바람 무릅쓰며 한걸음 한걸음씩 어렵게 내딛어온 길이다. 때로는 속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넘어지며, 때로는 물러서서 은인자중 힘을 기르며, 때로는 맘껏 내질러서 울분을 토하며, 숱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온 거대한 드라마였다.  

노무현은 우리의 대표선수로 차출되어, 승냥이 같고 야차같은 맹수들이 으르렁거리는 링 위로 올려보내진 한 사람의 파이터에 불과하다. 그 선수가 고전하고 있대서 팔짱끼고 야유나 보낼 일인가?

시대는 또 우리에게 요구한다. 다시 한번 일떠서서 우리의 선배들이 나아갔던 그 자랑스런 길을 본받으라고.

비열한 지식인들에게 고함
‘논리’ 좋아하는 자들이 있다. 800억을 먹은 놈이나 그 1/10을 먹은 놈이나 다 똑같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지난 50여년간의 우리의 고난의 투쟁과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1/10로 싸워서 이겨낸 것이다.

바야흐로 역사는 또 한번 소용돌이치려 한다. 저 거친 풍랑 앞에서 우리 꺾일 것인가? 좌절할 것인가? 80년 5월 서울역광장에서의 비겁한 회군처럼 천추의 한을 남기고 말 것인가?

이 고통이, 이 분노가, 이 슬픔이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때로는 치욕이었고 때로는 자랑이었던 그 역사의 장도에서 당신은 길 밖으로 벗어나 관망자여도 좋다는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정녕 그럴 수는 없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영웅과 비겁자가 가려지는 한 순간이다.

 

다음은 부산지역 원로인사 시국선언문 전문.

노구를 이끌고 다시 길거리에 나서는 심정으로

참으로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저 강고했던 군사독재 권력을 몰아내고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진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밝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의 시대가 도래하자 이제 더 이상 수구보수의 망나니짓은 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참고 또 참아내며 때로는 젊은이들과 어깨를 함께 하며, 때로는 노구를 이끌고 거리에 나서 이뤄낸 민주주의였기에 너무나 소중했고 너무나 가슴 벅찼다.

때로 말이 빠르고 때로 서툴러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참여정부가 잘못된 길로 간다고는 단 한번도 생각지 않았다.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기에 아직은 선뜻 기쁜 속내를 다 털어놓지 못하고 노심초사한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그러나 작금의 정치현실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반민주세력의 미친 바람을 견뎌가며 머리 희어진 우리 원로들의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너무나 답답하게 한다.

도둑놈이 도둑 잡는 사람을 심판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 차떼기, 책떼기로 돈을 쓸어담으며 부패한 정치를 해온 장본인들이 깨끗한 정치를 이뤄내겠다며 다짐하는 사람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회….

아, 이제 그도 모자라 아예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겠다고 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니! 나라의 안녕도 국민의 걱정도 아랑곳않고 밀어붙이는 그들의 뱃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앉았는가. 그 오랜 세월 누려온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가증스러운 모습에 차라리 연민이 느껴짐은 세월을 살아온 소회라 할건가.

이제 그만두어라! 그리 살아 무덤에 가져갈 것 무엇 있나? 그리 살아 후세에 무엇을 남기려는가? 권세나 영화란 바람 같은 것. 역사를 두려워하여라.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들의 형형한 눈은 그대들의 작태를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지켜보고 있느니라.

우리 부산지역 원로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발의가 이뤄지고 또 통과될 경우 다시금 노구를 이끌고 길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음을 선언한다. 2004년 봄빛 찬란한 이 날 부산지역 원로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진정으로 생각해달라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충고한다.  

옥치율 김상찬 김성종 도성 배다지 이병화 장종수 허평길 장혁표 원형은 하일민 이규정 정재양 김홍주 조현종 최우식 김현영 이만석 엄종섭 진무룡 이영만 오해석 이상선 김영길 구연철 한창우 최상기 박재수 송광수 안재원 정인수 정진군 오정희 이강석 등


선배들이 뚜벅뚜벅 걸어간 저 영광의 길을 우리라서 못 갈 일이 무어란 말인가? 선배들의 말씀은 정치권에 부탁하는 말씀이 아니다. 바로 우리 못난 후배들에게 휘둘러진 채찍이요 우리에게 가해진 꾸지람이다.

저 불호령의 말씀에도 당신은 아무론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 엎드려 비통한 마음으로 쓴다.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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