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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68 vote 1 2020.02.17 (15:30:37)

      
    성공의 길은?
   

    사람들은 원론적인 판단보다는 뒤로 찔러주는 팁이나 노하우를 원한다. 크게 이기는 길보다는 작게 이기는 일회용 아이디어를 원한다. 원론적인 판단이 모여서 큰 성공을 이루는 법이다. 찔러주는 팁으로 어려운 국면을 돌파할 수 있으나 곧 역풍을 맞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물론 갈아타기를 잘하면 역풍을 모면하고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인생을 그런 자세로 살면 안 된다. 그런 얍삽한 마음을 먹으면 대국을 읽는 능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확률적으로 이기는 것이다. 그런데 확률이라는게 그렇다. 팀 전체의 성공확률을 높이면 나 대신 다른 사람이 혜택을 본다. 뒤에 온 사람이 이득을 챙긴다. 그런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어야 구조론사람이 될 자격이 있다.


    투자한 만큼 챙겨가겠다면 구조론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성공에는 재능과 운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세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환경이 중요하다. 기세는 타이밍, 추진력, 집중력, 결단력 이런 것이다. 승부처에 올인하는 자세다. 방해자가 발목 잡는 돌발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에너지가 있어야 대처할 수 있다.


    아마추어가 멋모르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껍쭉대다가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평생 양지로만 다니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기습을 당하는 거다. 그럴 때 패닉에 빠진다. 밑바닥에서 온갖 고생을 해 본 사람이 그런 국면을 극복한다. 그럴 때 세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다. 그런데 엘리트들은 원래 세력에 속해 있으므로 세력의 중요성을 모른다.


    안철수가 갑자기 호남표를 업으려고 하는 식이다. 세력은 밑바닥에서 차근차근 다지는 것이지 낙하산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슨 조선 시대 제승방략도 아니고 말이다. 원래 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환경의 의미를 모른다.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어봐야 환경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봉주, 김용민이 깨지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축구선수가 갑자기 그라운드 밖의 관객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짓으로 보여진다. 김용민이 비주류에서 주류로 입성하지 못하고 정봉주가 주류에서 뒷문으로 비주류를 끌어들이지 못한다. 층위가 있고 천장이 있다. 중요한 순간에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안철수에게도 그런 벽이 있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거다.


    환경 .. 세력, 조직, 패거리, 동료, 팀, 소속
    재능 .. 실력, 에너지, 동기부여, 지능과 신체와 유전자와 호르몬
    기세 .. 의사결정능력, 타이밍, 결단력, 추진력, 뚝심, 집중력
    신뢰 .. 열정, 근성, 마인드, 자세, 자존감
    노력 .. 단순반복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환경의 개입이 운이다. 확률로 대응할 수 있다. 실력이 있으면 운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보통은 노력을 강조하지만 노력은 다른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을 때만 맞는 말이다. 환경이 중요하지만 환경은 대개 갖추어져 있다. 재능도 갖추어져 있다. 예컨대 가수 지망생이라면 당연히 노래는 잘 부를 것이 아니겠는가? 


    재능도 없으면서 꿈을 키운다면 미친 짓이다.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환경과 재능은 논외가 된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이 노력타령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정신력이 아니라 재능에 속하는 것이다. 보통 노력타령을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애초에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에 반하지 않는다. 빠져들지 못한다. 두목이 되려면 두목 침팬지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에너지는 환경과의 관계설정에서 나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모르면 에너지가 나오지 않고 호르몬이 나와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에너지는 상당 부분 재능에 속한다.


    벙어리 마을에서 유일하게 말하는 사람에게 에너지가 있다. 집단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에게 에너지가 있다. 보스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부족민 마을에서 유일하게 글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에너지가 있다. 그들은 족장의식을 가지게 된다.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소속된 부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는 자세가 있다. 


    그다음은 의사결정능력이 중요하다. 냉철한 판단력, 찬스를 알아채는 후각과 추진력 그리고 뚝심이 필요하다. 방향전환 능력이 필요하다. 손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르는 주식은 공부를 많이 하면 발굴할 수 있지만 떨어지는 주식의 손절은 그 후의 다른 결정과 연동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있어야 대응할 수 있다. 그것은 강자의 능력이다.


    그다음은 신뢰다. 안정적인 자세다. 기본적으로 마인드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기타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마지막은 노력이다.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노력할 수 있다. 그냥 노력하라고 다그치면 잠시 노력하는 흉내는 내지만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호르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노력을 지속하지 못하는 거다.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노숙자라면 챙겨주는 가족이 있어야 호르몬이 나온다. 누가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복지부에서 공무원을 파견해서 가족대행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 된다. 이건 물리적 조건이므로 대개 어쩔 수 없다.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다그쳐봤자 허무하다. 반드시 외부에서 개입해야 해결된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구조론에서는 의리가 중요하다.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팀의 성공에 묻어가기다. 그러려면 하향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팀이 만들어진다. 연고대 학생은, 사실은 나도 서울대 갈 수 있었는데 이러고, 서울대 학생은, 사실은 나도 법대 갈 수 있었는데 이런다.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그게 더 높은 패거리에 들어서 쉽게 묻어가려는 태도인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이런 식으로 한눈을 팔고 있다면 팀은 망한다. 팀을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희생을 강요할 수 없고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희생의 보답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지만 그래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고생한 만큼 반드시 이익을 봐야겠다는 사람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손해보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는 거다.


    모든 구성원이 손해 볼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그 팀은 무적이 된다. 우리는 그런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으로 본인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신 팀 전체의 성공확률을 높인다. 팀의 승리를 나의 성공으로 삼아야 한다. 자신이 이기는 팀에 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올바른 방향을 판단하고 확률을 믿고 끝까지 가기다. 


    물론 갈아타기를 잘하면 요령을 피우고도 역풍을 피하여 성공할 수 있다. 세상에는 요령이 있다. 예컨대 군에 입대했다면 성실하게 군생활을 하느니 요령 좋게 빠지기와 개기기와 짱박히기를 구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론에서는 그런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것은 혼자만 알고 있기다. 그런 것에 관심이 가면 큰 흐름을 놓치게 된다. 




[레벨:9]회사원

2020.02.17 (22:13:5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레벨:9]회사원

2020.02.17 (22:31:25)

하나 개인적인 의문점이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쓰려다가 여기에 쓰네요. 

제가 속한 업계가 다른 잘 나가는 곳의 약점을 잡아 물어뜯어 먹고 사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꼼수, 약은 행동, 알맹이만 빼먹기, 그때그때 이편 저편 붙으며 박쥐행동하기, 요령피우기, 빠지기, 개기기, 짱박히기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신들끼리도 약점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고, 어디 약점 하나 잡히면 서로 물어뜯는 곳입니다. 



업계 자체가 이런 성격이다보니, 이런 것들만 배운것 같습니다. 


노자 좋아하는 사람 굉장히 많고, 공자 싫어하는 사람 굉장히 많습니다. 


손자병법, 처세술 이런 것들 좋아하는 사람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공자의 방법(?)을 들고 정면돌파를 하는 이 분야의 몇 안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제 처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견을 여쭙습니다. 


1. 같이 노자처럼 얍삽하게 군다. 


2. 공자의 길을 가되 물어뜯힌다. 


3. 업계에서 공자의 길을 열고, 일가를 일으킨다. 


좀 개략적인 감이 있지만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2.17 (22:42:44)

그만두는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무리라면

실력으로 그들을 이겨야 하고 못 이기면 물어뜯기는 거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18 (03:42:15)

어떤 업계인지 그리고 그 바닥에서 어느 수준(규모)에 있는지 공개가 어렵나요?  같은 일을 해도 규모가 다르면, 일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레벨:5]윤민

2020.02.18 (04:05:37)

(다른 조건들은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팀이 서로 불신하는 팀보다 강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저라면 당장 그 환경을 탈출하려고 했겠습니다. 

어떤 업계에 몸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모인다면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2.18 (03:45:14)

"내가 고생한 만큼 반드시 이익을 봐야 겠다는 사람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손해보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돌아가는 거다."

http://gujoron.com/xe/1169137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이금재.

2020.02.18 (05:10:24)

제가 속한 업계가 다른 잘 나가는 곳의 약점을 잡아 물어뜯어 먹고 사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꼼수, 약은 행동, 알맹이만 빼먹기, 그때그때 이편 저편 붙으며 박쥐행동하기, 요령피우기, 빠지기, 개기기, 짱박히기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입니다.

>> 공무원이나 공조직이 보통 이렇죠. 교수가 운영하는 대학의 연구실도 이렇고. 사기업이 이렇다면 보통 안정된 특허 몇 개를 가지고 먹고 살거나 아님 술사주고 영업해서 먹고 살거나 하는 곳은 거의 이렇습니다. 엘지도 좀 저랬다고. 자한당도 비슷한 분위기일듯. 한국에 있는 회사의 80% 이상이 이럴듯. 구조론에서 말하는 각자도생의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현장이죠. 외부가 없어서 협력보다는 경쟁이 강조되는 상황.

반대로 스타트업처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나, 삼성처럼 세계 경쟁에 내몰린 회사는 저러고 싶어도 못 그럽니다. 외부와 경쟁하느라 내부에서는 협력이 강요되는 상황.
[레벨:9]회사원

2020.02.18 (08:16:43)

현답이네요. 감사합니다들. 


근데 뭐 제가 속한 조직은 이런 면이 있지만, 업계자체는 큰 틀에서 우리 사회를 선도하는 분야라서, 


대국적으로 봤을 때는 계속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전에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량에 속하는 산업에 있다가 빠져나와서 질에 해당하는 산업으로 옮겨왔는데


환경이 너무 좋아서인지 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은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결론: 대국적으로는 이 길이 맞으나 세부적인 것은 당신의 역량과 에너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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