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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447 vote 2 2009.10.28 (17:56:26)

신과 종교와 인간”
‘개인적인 글입니다..구조론 게시판 양모님 글 참고.’

신의 문제, 종교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다들 만들어져 있는 줄 뒤에 가서 서는 것이었다. 용기가 필요하다. 끝까지 생각을 밀어붙일 용기.

유물론자들은 존재의 근본을 생각지 않는다. 물질이 뭐지? 에너지는 뭐지? 시간과 공간은 뭐지? 답하지 않는다. 그들이 대타로 내세우는 최신 버전은 양자역학이다. 양자는 뭐지? 오리무중이다.

물질하고 관계없다. 물질로 도피하면 안 된다. 물질은 물질이고, 존재의 문제는 남아있다. 세계 앞에서 근본적으로 어떤 입장에 서고, 구체적으로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고, 마침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종교인들도 마찬가지. 회교는 마호멧이 만들었지만 기독교는 예수가 만들지 않았다. 예수는 기독교 신도가 아니다. 구약의 핵심교리는 유태인이 만들지 않았다. 모세부터 이집트인이다.

핵심인 원죄설은 이집트인이 유태인을 노예로 부려먹으려고 꾸며낸 거다. 세뇌교육이다. ‘전 왜 노예죠?’ ‘네 조상의 죄가 네게 상속되었기 때문이지.’ 이게 왜 오늘날 기독교에 있어야 하지?

진정한 기독교는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만들어졌다. 3위일체설의 핵심은 니케아 종교회의를 하느님이 주관했다는 거다. 이게 기독교의 본질이자 출발점이다. 이거 부정하면 기독교로 볼 수 없다.

‘하느님이 인간사에 개입한다’는 판단에서 기독교가 보편종교로 성립한 것. 그 이전의 여러 모색은 종교에 준하는 활동이지 제대로 된 종교가 아니다. 종교적 양식이 미완성이었던 거다.

불교도 윤회설을 비롯한 교리를 석가가 만들지 않았다. 석가는 논리의 연쇄고리 하나로 사성제를 발표했을 뿐. 그 완성이라 할 금강경은 후대의 작품이다. 윤회설은 바라문교 교리다. 석가생각 아니다.

모든 종교의 중핵은 이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전부 연결되어 있다. 상부구조가 있다. 삶에 개입한다.’ 윤회란 연결개념을 시간상에 대입시킨 것. 인연이란 역시 공간에서 수평적 연결 개념이다.

3위일체는 상부구조 개념이다. 니케아 종교회의를 하느님이 주관했다는 의미는 개입 개념이다. 이 셋이 중핵이다. 1) 연결, 2) 상부구조, 3) 개입. 이 셋은 하나다. 결론은 완전성이다.

정리하면 과학이 답하지 못하는 바, 인간의 원초적 불안을 형성하는 존재의 문제가 있으며, 존재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삶 앞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종교는 거기에 맞서서 세 가지 답변을 낸다.

● 세계 앞에서 어떤 입장에 서고? 답은 - 연결하라. ● 구체적으로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답은 - 상부구조를 찾아라. ●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답은 - 상부구조 개입에 연동하라.

어떤 입장에 섬은, 자신이 ‘주인공 선수’인지 ‘들러리 관객’인지 알아채기다. 어떤 포지션을 취함은 구체적으로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 아는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감은 달려들어 골을 넣는 거다.

이로써 완전성이 드러나며, 그 완전성의 전파에 의해, 개개인의 삶의 양식이 세팅되는 것이며 그게 종교다. 개미라면 개미들이 서로 연결하여 군집을 만든다. 상부구조인 생태계를 찾는다.

생태계의 작동원리와 개미군집의 작동원리의 연동에서 개미들의 살아가는 양식이 세팅된다. 인간의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개개인이 연결해서 교회를 만들어 상부구조 곧 신과 연동시킨다.

상부구조인 신이 인간의 삶에 개입해서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지정한다. 그리로 따라가는게 종교다. 그러나 신이 인간에게 시시콜콜 개입해서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 지시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목사나 스님들은 ‘꿈에 봤는데’ 혹은 ‘기도 중에 감응했는데’ 어쩌구 하며 상부구조의 직접 개입을 주장한다. 연동되어 움직인다는 것이다. 모든 종교는 이 원리에 나름대로 칼라를 입힌 것이다.

덧칠하여 입힌 칼라를 빼고 건조한 뼉다구로서의 본질을 봐야 한다. ●연결-●상부구조-●개입과 연동에 따른 완전성 성립과, 그 완전성의 수용에 따른 삶의 양식 세팅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토막난 개인으로 존재한다. 인간이 나아갈 바를 알지 못하는 것은 그때문이다. 그러므로 연결되어야 한다.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고 너와 내가 연결되어야 한다.

연결되면? 상부구조를 형성한다. 천국이든 내세든 용화세계든 상관없다. 이름이야 붙이기 나름이고, 상상이야 각자 하기 나름이고. 최종적으로는 개입이다. 신의 개념은 결국 개입의 형식이다.

신을 어떤 식으로 상상하든, 결국 신이 내 인생에 개입한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상부구조를 형성하고, 상부구조가 어떻게든 인간의 삶에 일정부분 개입한다. 그게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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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 이전에 ‘존재’라는 개념 자체가 원초적인 불완전성을 가진 개념이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시공간상에서 현재진행형의 연속적인 구조로 세팅되어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는 달려야 자동차고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다.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에너지원, 바람을 불게하는 기압차의 존재를 전제한다. 달리지 않는 자동차는 고철이고 불지 않는 기체는 바람이 아니다.

전제가 감추어져 있다. 전제를 묻게 된다. 존재의 근거를 따지게 된다.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만약 처음부터 존재했다면 그야말로 완전성이 성립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불완전하다’는 진술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증거로 되는 것이다. 그 이전에 없었다가, 어느 때부터 갑자기 있게 되었다면 무에서 유가 나왔으므로 논리에 맞지 않는다.

존재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에서 유가 생겨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것이다. 라디오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도 아니다.

인간의 생각에 물질을 입혀 이식된 것이다. 불완전성을 가진 존재는 완전성을 가진 신에게서 에너지라는 옷을 입혀서 넘어온 것이다. 신은 완전성을 가졌으므로 ‘신의 신은 누구냐?’는 물음은 부정된다.

‘신은 언제부터 있었느냐?’는 물음 또한 부정된다. 왜냐하면 존재를 존재 그 자체로 규정하는 시공간성 자체가 신의 완전성에서 유도되기 때문이다. 존재가 불완전한 것은 시공간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에너지라는 옷을 입혀 물질적 존재로 탄생하는 2차 생성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완전성은 순수한 정보 그 자체다. 우리가 아는 물질적 존재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2차생성물이다.

신은 나에게서 벗어나 타자로 온전히 분리될 수 있는 하나의 개체도 아니며, 시공간성에 지배되는 물질적 존재도 아니다. 나의 존재와 상당히 겹쳐져 있다. 에너지의 작동영역 바깥에 있다.

신은 시공간-물질-에너지로 나타나는 물질존재를 하부구조로 하고, 그 상부구조를 구성하는 순수한 정보의 네트워크다. 이 원리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도의 추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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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부정하든 긍정하든 상관없이 완전성의 문제, 존재의 불완전성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인간이 세계 앞에서 어떤 입장에 서고, 어떤 포지션 취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유물론자라면 완전성의 전제, 상부구조의 전제를 상정하지 않는다. 존재를 모두 개체로 본다. 물질이 개체를 성립시키고 개체가 존재의 단위가 되기 때문이다. 개체가 단위이므로 개인이 연결되지 않는다.

개인이 연결되지 않으므로 상부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즉 유물론자는 사회를 부정하고 공동체를 부정하고 선악(善惡) 개념을 부정한다. 미학을 부정하고 인간의 양심과 도덕과 윤리를 부정한다.

이런 개념들은 모두 상부구조 곧 사회에서, 공동체 단위로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혼자 사는데 윤리가 어디있고 도덕이 무슨 소용이냐고? 타고난 본능 외에 일체의 규범은 없다.

어떤 유물론자가 ‘나는 사회를 긍정하고 윤리를 긍정한다. 선악개념도 긍정한다’고 선언해봤자 본질에서 부정한 거다. 모든 도덕적 판단의 근거가 상부구조의 전제를 부정해놓고 그런 소리 의미없다.

상부구조는 근원의 완전성으로부터 2차적으로 유도되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원래 없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선언해서 사회가 아니고, 전체가 개체에 앞서기 때문에 사회적 존재다.

엄마 자궁 속에서 엄마와 아기 둘이 통일된 전체가 그 자궁 속에서 걸어나온 개체에 선행한다. 생태계의 진화원리가 없는데 개미들이 괜히 모여서 군집을 만들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진술에 앞서서 전제는 항상 존재한다. 자식이 엄마 자궁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괜히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었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모든 인류는 이브 자궁에서 나왔으므로 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를 시공간상에서 현재진행하는 역동적 전개과정으로 보고, 전제와 진술의 포지션 구조를 보고, 진술에 선행하는 전제를 긍정할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다. 상부구조를 긍정할 것이냐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팀과 선수의 관계다. 팀은 상부구조 선수는 하부구조다. 팀과 선수를 온전히 분리할 수 없다. 신과 나를 온전히 분리할 수 없다. 팀은 선수의 행동에 실로 개입한다.

선수는 서로 연결되어 팀이라는 상부구조를 구성한다. 존재를 순수한 정보로 이해하면 수긍할 것이다. 인간이 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선수가 팀에게 바라는 것과 같다. 팀의 성공이 중요하다.

팀이 성공하면 내가 오늘 죽어도 이미 성공한 것이다. 팀이 실패하면 잘먹고 잘살아도 그게 돼지의 행복이다. 아무 의미 없다. 선수들 중 한 명이 골을 넣어도 모두가 승자로 대접 받는다.

인간들 중 한 명이 위대하면 모두가 구원된 것이다. 그러므로 ‘왜 나만’이라는 불만은 성립되지 않는다. 돼지가 죽을 먹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는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진보를 추구하는가? 그게 인간에 대한 대접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진보한 만큼 대접받은 것이며 퇴보한 만큼 괄시받고 징벌받은 것이다.

내가 백 미터를 달려 9초 7을 끊지 못했지만 우사인 볼트가 이미 끊었고 그 유전자와 동일한 유전자가 내 안에 있으므로, 우주 어디를 가도 나는 우사인 볼트와 동급으로 대접받는다.

신이라는 개념은 그러한 논리의 무한한 전개선 끝에 소실점으로 위치한다. 내가 우주 어디를 방문해서 우사인 볼트로 대접받고, 김연아로 대접받고, 장미란으로 대접받고, 타이거 우즈로 대접받고.

백범으로 대접받고, 전태일로 대접받고, 김대중으로 대접받고, 노무현으로 대접받고, 미켈란젤로, 다빈치로 대접받고, 지구 생태계 역사 수십억년 성취를 총결산하는 대표자로 대접받고 계속 전개하면 신을 만난다.

상부구조의 존재를 긍정해야 대표성 자체가 성립한다. 인류 모두가 60억 인류, 나아가 지구 생태계 30억년 성취의 대표자로 될 가능성을 예비하는 후보로 대접을 받아야 가야할 길을 알게 된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09.10.28 (18:50:07)

후련하오.
[레벨:15]오세

2009.10.28 (22:48:47)

신을 순수한 추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소
신은 순수한 정보요.
정보에 에너지를 입히면 물질인게고
상부구조는 존재를 존재하게 함으로 존재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10.29 (10:32:22)

환하지는 않지만 어슴푸레 빛이 감지되는 듯 싶소이다.
그 빛을 제대로 감지하기에는 가진 눈의 시력이 턱없이 약한가 싶소.

여전히 안타까울 뿐!

091029-chrysanthemum_1.jpg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10.30 (12:31:48)

진보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에 대한 대접방식이며 
불안한 내 존재를 신에게 닿게 하는 길이며
나인 너를 만나고 사랑하는 일이며
인간의 자존감, 인간 스스로가 존귀하게 되는 길이기 때문인가

완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소.
그것에 대한 비전없이... 이 모든 것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최근 대체 여기 왜 있을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혼자 투덜대며 게으름을 떨다가 회복하고 있는 와중 
기운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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