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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21 vote 0 2005.01.25 (22:18:18)

지율스님께서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
 
아침에 친구에게서 받은 메신저입니다. 저는 다만 이 한마디를 전했을 뿐입니다.
 
“스님께서 돌아가신 지가 언제인데..”
 
저는 가끔 선문답처럼 답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친구는 아마 제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을 터입니다. 단식 40일 째를 넘겼을 때 우리는 이미 스님을 잃은 것입니다. 이제 스님이 단식을 중단하신다 해서 우리의 실패가 원상회복되지는 않습니다.
 

 
논쟁하지 말라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해도 경망스러운 발언이 될 뿐이므로 삼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걱정하는 분도 많으셔서 그 경박한 한마디를 하는 실수를 범하고자 합니다.
 
다리미님의 대문글 ‘본질은 누구나 알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 천만에요! 본질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용기있게 본질을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논쟁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논쟁하려는 태도 자체가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죄의식과의 논쟁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 대한 집착을 끊으므로써 논쟁하려는 의지를 벗어던지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천성산의 도롱뇽은 부처님이 지율스님께 내린 질문입니다. 스님은 그 문제에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답을 내놓지 못하면? 때로는 목숨을 내려놓을 수도 있습니다.
 
목숨은 소중하지만 진리의 무게보다는 가볍습니다. 혜가(慧可)가 달마 앞에서 왼쪽 팔을 자른 것이 그러합니다. 깨달음은 보다 더 중요한 개념입니다. 스님의 단식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논박하려는 태도는 옳지 못한 것입니다.
 
스님은 이미 세상을, 이 대한민국을 버렸습니다. 생사여부를 두고 생물학적인 의미로 따질 일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스님을 구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처님이 승리자가 되어야 바르다
필자 역시 스님께 하고픈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솔로몬의 재판과도 같습니다. 그 부모가 아니라 그 아기가 승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이 승리하고, 부처님의 법이 승리하고, 진리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만에 하나.. 스님과 대통령의 정치적 대결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좁은 시야입니다. 진실을 말하면.. 부처님의 진리와 정치판의 논리가 대결하는 것이며 언제나 그렇듯이 진리가 승리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목사 김홍도의 망언은 곧 예수님의 패배로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예수님을 팔아먹은 셈이지요. 박근혜의 망동은 박정희의 패배로 되었습니다. 박근혜의 정계입문으로 타격받은 사람은 박정희입니다. 박근혜의 잘못까지 박정희가 덤태기를 쓰는 결과로 되었기 때문이지요.
 
부처님은 스님께 질문했습니다. “한 마리 도롱뇽을 어이 살릴 것인가?” 스님은 대한민국에게 질문했습니다. “한 비구니 지율을 어이 살릴 것인가?”
 
스님을 살릴 방도를 내놓지 못한 대한민국은 패배했습니다. 지율스님은 일단 승리했지만 그것이 과연 부처님의 승리로 곧바로 귀결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스님께 묻고 싶습니다. 못난 대한민국이 패배하고 스님이 승리하는 그 순간에 부처님은 웃고 있을까요 울고 계실까요?
 
진리가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고 부처님이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스님! 혹시 부처님한테 까지 이겨버리는 실수를 범한 것은 아닌지요?
 

 
불필요한 덧글 .. 천성산 도롱뇽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의 디디고 선 발판이 되는 그 진리의 무게가 중요합니다. 본질을 보기를 두려워 해서 안됩니다. 감히 그 본질을 보아야 합니다.
 
● 노태우 때는 조용하다가 노무현대통령 임기에 와서 문제가 된 것이 도리어 우리의 영광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스님의 생사여부를 논함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스님을 살릴 방도를 내놓지 못하였으므로 우리가 졌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 해서 우리의 짐이 가벼워지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 이미 졌는데 자책감을 덜 목적으로 스님께 막말을 해서 두 번 지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정치는 본래 욕을 먹는 것이고 고통을 당하는 것입니다. 그 고통까지 감수하고 갈 용기가 없다면 야당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혜가가 왼팔을 잘랐듯이 남은 한쪽 팔을 마저 자르는 수 외에 본래 방도가 없었습니다.
 
● 스님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이 글을 읽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의 한계입니다. 벽이 있고 누구도 그 벽을 깨지는 못했습니다.
 

 
서프라이즈에도 설날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군요. 이른 세배를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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