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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59 vote 0 2020.12.02 (18:51:21)

   

    진보의 전략과 보수의 전술


    지구가 태양을 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변화인가? 이때 궤도는 바뀌지 않는다. 관측자 기준으로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팽이가 제자리에서 돌고 있다. 멀리서 보면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멈추어 선 것인가? 실제로는 태양도 변하고 지구도 변하고 관측자도 변하고 팽이도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불변하는 것은 태양과 지구의 관계 혹은 관측대상과 관측자와의 관계다. 우리는 관계의 불변을 존재의 불변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혹은 그 관계도 변한다.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변화를 예측할 수 있고 예측을 토대로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긍정하고 낙관할 수 있다. 


    관계가 변하면 예측할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좌절하고 비관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근본적인 시선의 차이다. 여기서 진보의 전략과 보수의 전술이 등장한다. 무리의 커다란 방향성이 결정되는 것이며 일생 동안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선제대응하여 새로 관계를 개설하는 방법으로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진보와 반대로 관계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대상을 통제하려는 적의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는 보수의 전술이다. 

    
    진보의 전략
    - 관계가 불변할 때 예측가능하며 선제대응하여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보수의 전술
    - 관계가 변할 때 예측불가능하며 맞대응으로 상대의 통제의도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관계다.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관계를 이용하여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대상을 통제할 수 있다. 관계를 새로 만들면 된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어가면 된다. 반대로 관계를 단절하여 변화를 통제하려는 상대방의 의도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바둑으로 치면 상대방의 연결을 끊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관계를 이용하는 선제대응이 전략이라면 그 관계를 깨뜨리는 맞대응이 전술이다. 인간의 모든 논쟁은 전략에 설 것인가 전술에 설 것인가다. 진보는 전략에 서고 보수는 전술에 선다. 여기서 질서는 선전략 후전술이다. 선진보 후보수다. 


    왜냐하면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진보가 관계가 만들어야 보수가 그 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이혼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보수는 진보에 종속된다. 전술은 전략에 종속된다. 맞대응은 선제대응에 종속된다. 


    그러므로 전략가는 항상 진보에 서는 것이며 선제대응하는 것이며 상대가 맞대응해 오면 그 맞대응에 다시 맞대응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하나의 사건 안에서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회에 걸쳐 일어나며 결국 3 대 2로 진보가 이긴다.


    역사의 발전법칙은 이러한 선제대응과 맞대응의 상호작용에 따른 게임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처음 진보가 집단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질을 결집하여 선제대응하면 다음 보수가 리더 중심으로 단결하여 맞대응한다. 입자의 독립이다. 진보가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보수가 인물타령을 하는 이치다.


    다음 진보가 리더를 움직여서 힘을 형성한다. 노무현이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보수는 다시 맞대응하여 현란한 기동력을 보여준다. 보수는 개인에 의지하므로 의사결정이 빠른 점을 이용하여 트럼프식으로 공약을 쏟아내는 것이 운동이다. 진보는 팀을 이루므로 회의하느라 결정이 늦어진다. 진보가 패스축구 티키타카라면 보수는 마라도나의 단독 드리블이다. 


    다시 진보가 여기에 맞대응한다. 마지막의 량은 침투한다. 세월이 흘러 진보의 개혁성과가 민중 속으로 파고들면 민중이 오히려 기득권이 되므로 진보로 얻은 것을 방어한다. 실제로는 여러 사건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지만 대강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진보에게 선택권이 많다. 진보가 더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


    보수는 맞대응만 하지만 진보는 맞대응과 선제대응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수는 상대방의 패를 본 다음에 움직이지만 진보는 언제나 선빵을 날리기 때문이다. 보수는 전술만 구사하고 진보는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진보는 사건을 좁혀서 효율을 얻는 방법을 쓰고 진보는 수가 틀리면 그 구역을 포기하고 사건을 넓혀서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어가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라면 일본이 보수하는 방법은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를 오로지 팩트만 보자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많은 증거가 사라졌으므로 팩트대결은 일본에 유리하다. 진보는 사건을 넓히는 방법을 쓴다. 세계적인 페미니즘 운동과 연결시켜 보편적 인권문제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가 이기게 되어 있다. 독일 정부가 한국편에 서는게 표를 획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성표가 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연확장이 불가능한 궁벽한 지역에서는 보수가 이긴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전쟁만 봐도 지리적으로 고립된 아르메니아가 불리하다. 주변에 회교권인 터키, 이란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조지아와 연결하려 해도 조지아 내부의 분리주의 세력 때문에 돕지 않는다. 연결하면 진보가 이기고 고립되면 보수가 이긴다. 한국은 세계와 연결하려 하고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고립을 추구한다. 미국 민주당은 외부와 연결하고 트럼프는 고립한다. 


    생물의 진화든 문명의 진보든 연결의 역사다. 연결과 단절은 동시에 일어난다. 이쪽을 연결하면 저쪽이 끊어진다. 결혼하면 친구가 줄어든다. 그러나 51 대 49로 연결의 이익이 조금 더 많기 때문에 간발의 차로 진보가 이겨서 생물이 진화하고 역사가 진보하고 문명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기는 편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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