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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의 종언 - 평판의 노예가 되지마라.


    구조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답은 물리학이다. 물리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빠뜨려놔야 인간은 그것을 한다.


    할 수 있는 구조 속으로 들어가야 그것을 한다. 그것이 통제가능성 개념이다. 막연한 이념타령, 정신력타령, 노력타령은 공허하다. 신념, 의지, 야망 따위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런 것은 평판공격을 하려는 것이다. 프랑스가 망가진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들은 나폴레옹 제국의 환상에 빠져 있었던 거다. 프랑스 인구는 주변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적은 숫자로 많은 나라를 상대하려면 평판을 높여야 한다. 물리적 이해관계는 국가 간에 존재하는데 그것을 억지로 계급간 이해관계로 치환하여 아부하는 거다. 


    그래서 얻는 것은? 평판이다. 이미지가 좋아진다. 일본처럼 이웃 나라를 혐오하면 평판이 나빠진다. 독일이나 영국이 싫다고 말하면 곤란하고 자본가가 싫다고 말하면 된다. 자본가 숫자는 적기 때문이다. 일본은 섬으로 격리되어 있으므로 그런게 없다.


   사방의 바다가 심리적인 장벽이 되어 그들을 안하무인으로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굳이 평판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 중국은 쪽수가 많기 때문에 오만해져서 역시 평판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 미국은 국력이 세고 바다로 격리되어 있어서 역시 오만해져 있다.


    좌파의 오류는 엘리트 특유의 평판놀음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않는 데 있다. 평판에 집착한 프랑스가 주 35시간 노동으로 다른 나라에 모범을 보이며 잘난 척할 때 이득은 영국과 독일이 가져간다. 몰락한 귀족이 체면 차리다 거지되는 코스로 간 것이다.


    마크롱이 그런 프랑스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국제관계는 냉정하다. 영국이 망가지는 지금 프랑스가 이득을 챙기는 게 맞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잘못된 선택을 한다. 합리적인 선택은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전을 하는 것이다.


    중간에 흔드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그게 잘 안 되는 것이다. 100명 중에 목청이 큰 한 두 명이 흔들어도 안되는게 집단이다. 똑똑한 사람 100명이 모여있다고 치자. 그 100명은 모두 똑똑하고 사심이 없고 합리적이며 매우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라고 치자. 


    그 사람들이 합의하여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은 백퍼센트 잘못된 선택이다. 세종대왕이 공법제를 제안했을 때 조정의 명신들은 모두 잘못된 판단을 했다. 그들은 배운 자다. 조선 초의 관료들은 부패에 물들지 않았다. 부패하려 해도 화폐가 없어 불능이다.


    돈이라는 게 존재가 없는데 어떻게 뒷돈을 받아? 물론 금괴로 받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청렴했다. 모두가 가난할 때는 부패가 없다. 그런데 왜 조선의 명신들은 오판했을까? 똑똑한 사람 백 명이 모이면 당연히 오판한다. 역시 평판문제 때문이다. 


    100명 중에 반대자는 최소 한 명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공연히 일을 벌여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게 낫다. 모두가 합의하기로 하면 항상 잘못된 합의를 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결정이다. 


    조정은 국가를 위해 의사결정하는 게 아니라 조정 내부의 화목을 위해 결정하는 것이며 윤석열 검찰과 같고 기레기 집단과 같다. 원래 그렇게 된다. 패거리 중에 가장 꼴통인 한 명이 집단을 장악한다. 모두 대책없이 끌려가게 된다. 그것이 조직의 결이다.


    의사결정에도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집단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결정을 한다. 그들은 좋은 결정을 하는게 아니라 결정하기에 성공하는 결정을 한다. 민주주의는 승부로 해결하고 자본주의는 돈으로 해결하지만 엘리트 패거리는 그런게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무너지는 이유는 봉건적 역할분담 때문이다. 완전고용 구조다. 한국이라면 이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사표를 쓰고 치킨집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일본은 부장만 되어도 체면이 선다. 전성기인 80년대에 그들은 30대였다. 30년이 지나자 60세 되었다. 


    그대로 나이를 먹은 것이다. 30대 젊은이가 하는 일을 60대 노인이 하면 당연히 망한다. 시스템은 효율적이다.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비용이 든다. 비용을 감당할 만큼 메리트가 있느냐다. 보통은 안 한다. 왜? 굳이 안 해도 되므로 그냥 안 하는 것이다. 


    일본이 무너지는 이유는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손정의 혼자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금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일본 특유의 평판시스템이 판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구감소 덕에 안해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동안 너무 잘 나간 것이 독이 되었다.


    여러번 했던 이야기다. 영월화력이 처음 생겼을 때 난리가 났다. 20대 젊은이들이 넥타이 잡숫고 시골 오지에 단체로 출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젊고 똑똑한 엘리트였다. 주말만 되면 그들은 영월다방에 진을 쳤는데 촌동네 아가씨들은 넋이 나갔다고. 


    그런데 그 상태로 수십 년이 흘렀다. 뒤늦게 그들은 깨달았다. 내가 영월로 유배를 왔구나. 들은 이야기다. 기다려도 후임은 오지 않았다. 조만간 서울로 옮겨 근무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군대라도 신병이 들어와야 내무반이 활기가 차는 거다. 


    가만 놔두면 화석화된다. 이런 현상은 사회 어느 분야라도 마찬가지다. 구소련의 몰락도 이유는 같다. 혁명기에 기술자는 귀족이었다. 귀족들은 단체로 반발했고 그들은 숙청되었다. 그 빈 자리를 발탁된 농부의 아들이 메꾸었다. 그들은 똑똑한 인재였다. 


    소련경제는 1년에 25퍼센트 성장을 찍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그들 발탁된 비드비젠치Vydvizhentsy는 지위를 세습했고 소련의 시계는 1960년에 멈추어 그대로 화석이 되었다. 발탁된다는 것은 위에서 끌어준다는 거다. 지금 검찰의 썩은 구조와 같다.


    물갈이가 안 된다. 그거 원래 안 된다. 이런 정체현상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외부에서 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죄다 개소리다. 시골의 화목하고 인정 많은 오붓한 분위기가 외부에서 보면 텃세나 부리는 것으로 되는 것이다. 


    180도로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상주 농약할머니 사건과 같다. 이춘재의 연쇄살인도 집성촌이라서 문제였다. 한 동네에 다 아는 사람끼리 모여있으면 악마가 자라난다. 그러므로 좋은 것은 나쁜 것이다. 옳은 것은 그른 것이다. 바른 것은 굽은 것이다.


    에너지의 결을 따라야 한다. 효율은 비효율이다. 이득은 손해다. 흔히 자본의 탐욕을 비난하지만 탐욕적이지 않은 자본은 광속으로 망한다. 귀신같이 망한다. 원래 모든 구조는 놔두면 망하게 되어 있다. 재벌만 망하랴? 중소기업도 당연히 망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열심히 할 거라는 식의 사고는 망상이다. 대기업이 쥐어짜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다 보니 잘되었다는 말이 오히려 현실성이 있다. 물론 대기업의 횡포에 망하는 기업도 같은 비율로 존재한다. 원래 그렇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에 답이 있다.


    유태인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돈이라도 있어야 이교도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다. 힘도 없는데 돈도 없으면 죽는다. 이념에 구애되지 말아야 하며 장기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보수꼴통이 장기전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개혁은 장기전이다. 평판에 얽매이지 말고 통제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조든 재벌이든 검찰이든 기레기든 문빠든 모두 통제되어야 한다. 의리를 지켜야 한다. 시스템이 돌아가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며 희생한 사람에게는 보상을 주어야 한다. 


    딱 이것 하나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이념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패거리 안에서 평판을 높이기 위해 습관적으로 거짓말 하는게 인간이라는 말이다. 똑똑한 사람 백 명이 모여 합리적으로 결정했다면 그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다. 


    오직 경쟁자를 이기는 결정만이 합리적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 올바른 결정은 언제나 반대를 극복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08 (14:19:29)

"오직 경쟁자를 이기는 결정만이 합리적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 올바른 결정은 언제나 반대를 극복하는 형태로 일어난다."

http://gujoron.com/xe/1131080

[레벨:3]이제는

2019.10.08 (21:32:25)

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전율합니다. 넘 평범한 얘기여서 그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지만, 진리를 진실을 말합니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습니다. 님의 말씀을 매 순간 곱씹으려 합니다. "내 운명안에 신과 신의 완전성의 표상인 진리와, 그 진리가 연출한 자연과, 그 자연과 부대껴온 인간의 역사, 그리고 야만에 맞서 문명을 일궈온 그 역사의 진보라는 호랑이가 들어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호랑이의 등을 타고 대담하게 내달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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