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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34 vote 0 2008.02.26 (23:31:46)

구조론과 결정론

뉴튼이래의 기계론 및 결정론적 사고방식은 세상을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로 본다. 데카르트 이래 근대철학 및 과학적 방법론의 기본바탕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환원주의 세계관이 이를 뒷받침한다.

요소환원주의는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다’는 전제아래 전체를 부분으로 환원시킬 수 있고, 결과를 원인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자동차를 분해하여 이를 부품들의 집합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견해다.

구조론에 따르면 이는 불능이다. 부품들을 조립하는 과정에 소모되는 에너지 때문이다. 조립된 자동차는 정보를 가진다. 이는 부품들의 집합에는 없던 것이다. 이 정보의 값을 포함하여 계산하면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부품들의 재질서화 과정에 에너지가 소모된다. 부품들이 어떤 각도로 결합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정보가 자동차의 분해과정에서 폐기되어 사라진다. 에너지와 정보의 손실이 일어나므로 부분의 합은 전체보다 작다.

요소환원주의는 오류다. 그러므로 이에 연동되어 있는 결정론과 기계론은 오류다. 근대철학과 근대과학의 방법론은 통째로 오류다. 세상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며 존재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에 가깝다.

시계는 태엽에서 바늘까지 톱니바퀴들이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이 시계와 같다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의 값을 정밀하게 계산하여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미래의 값을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예측할 수도 있다.

구조론은 그러한 기계적 맞물림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계 속에는 진자가 들어있고 진자는 전혀 맞물려 있지 않기 때문에 환원은 불가능하다. 환원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래는 기계적으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결정론이 과거에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견해인데 반해 구조론은 매 단위에서 새로이 결정한다는 견해이다. 그러므로 환원시킬 수 없다. 환원될 수 없는 이유는 구조의 저울이 그 저울로 계량하여 많은 정보들을 폐기하기 때문이다.

구조는 각 단위별로 입구와 출구를 가진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 제어가 있다. 저울이 있다. 평형계가 있다. 저울은 평형을 추구하며 평형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소거한다. 반면 평형이 되면 이를 증폭한다.

작은 파도가 모여 큰 너울을 만들듯이 구조는 정보를 증폭시킨다. 하나의 방송국이 수천만 개의 라디오를 동시에 통제하듯이 구조는 정보를 증폭시킨다. 증폭하기 위하여 구조는 기계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

구조는 부단한 피드백에 의해 각 단위에서 정보를 재입력한다. 재입력된 값을 토대로 폐기하거나 증폭한다. 그 폐기와 증폭의 판정을 내리는 저울이 있다. 구조로 보면 세상은 톱니바퀴가 아니라 저울이다.

구조의 저울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대칭되는 51과 49 사이에서 0.0001의 작은 차이를 크게 증폭하여 100 대 0으로 판정한다. 구조는 51을 반올림하여 100으로 판정하고 49를 내림하여 0으로 판정한다.

톱니바퀴는 정보를 단순전달할 뿐이지만 구조론은 피드백에 의해 재평가한다. 미세한 차이를 크게 증폭시키고 한편으로 소거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가 사라진다. 정보가 중간에서 폐기되므로 결정론의 사전결정은 불능이다.

구조론과 수학

자궁이 없이 태어난 아기는 없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고유한 주소지를 가진다. 측량사가 토지를 측량하듯이 수학은 사물들의 주소지를 계측해낸다. 구조론은 그 사물들의 주소지가 결정되는 원리다.

모든 존재는 자기 포지션을 가진다. 발생과정에서의 절대경로와 현위치에서의 상대경로를 가진다. 그 포지션이 불확실하거나 흩어져 있다면 오류가 있다. 한의학이나 연금술이나 여타 비과학적인 견해들이 그러하다.  

요는 그 존재의 포지션들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다. 산은 솟아서 산으로 결정되고 물은 흘러서 물로 결정된다. 존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며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은 어떤 결정과정을 거쳐서 존재한다.

바위는 용암이 굳어서 그 형태가 결정되고 흙은 바위가 부서져서 그 형태가 결정된다. 구조론은 그러한 결정과정을 해명한다. 상대경로와 절대경로의 성립과정을 해명한다. 수학은 그렇게 결정된 포지션을 계측한다.

구조론은 대수학의 1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해명한다. 수학은 그 결정된 1로 계측한다. 구조론은 기하학의 대칭성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해명한다. 기하학은 그 대칭성을 활용하여 도형들을 구한다.

구조론은 대수학의 무정의요소들인 1과 0 그리고 +, -, *, /, =들을 결정한다. 기하학의 무정의요소들인 점, 선, 각, 입체, 밀도의 성립과정을 해명한다. 구조론이 결정하면 기하학이 유도하고 대수학이 계측한다.

구조론이 잉태하고 기하학이 낳고 수학이 키운다. 우리는 손가락을 꼽아서 숫자를 셈지만 그 손가락을 꼽는 과정에 이미 기하학의 유도원리가 탄생된다. 기하학의 근본원리는 자연의 대칭성이다.

사과가 열이면 손가락도 열이다. 손가락과 사물이 1 대 1로 정확하게 대칭된다. 그 대칭구조에서 이미 ‘직선은 두 점을 가장 빠르게 연결한다’는 직선의 정의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대수는 반드시 기하의 유도를 거친다.  

마찬가지로 모든 기하는 반드시 구조론의 결정을 거친다. 기하가 유도하는 대칭성은 구조의 결정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그 손가락과 사과의 만남에서 이미 구조론이 말하는 저울의 두 날개와 축은 성립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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