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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93 vote 0 2019.05.13 (18:39:42)

    최단경로가 이긴다


    수학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켜 목적지에 이르는 최단경로를 제시한다. 짐을 운반해도 승용차에 싣고 여러 번 나르기보다 트럭에 싣고 한 번에 가는 게 낫다. 윷놀이를 해도 말을 업고 가면 빠르다. 네모윷걸이면 원턴 킬이 가능하다. 여기서 순서가 중요하다. 덧셈이 곱셈에 우선한다. 싣는 것은 덧셈이고 나르는 것이 곱셈이다.


    말을 업는 것은 덧셈이고 말을 이동하는 것은 곱셈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힘이 덧셈이고 운동이 곱셈이다. 업기와 잡기의 기술도 중요하다. 선잡후업을 구사해야 한다. 상대방보다 한두 칸 앞서 있으면 상대방 차례에 잡힐 확률이 높다.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석 동, 넉 동을 업다가 상대방 말에 잡혀서 망한다. 잡기가 입자다.


    수학이 사물의 최단경로를 제시한다면 구조론은 사건의 최단경로를 제시한다. 역시 잡기가 업기보다 앞선다. 상대방의 말에 잡히면 무효화되어 출발점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론의 요체는 일단 이겨야 한다는 거다. 이기면 상대방 말을 잡고 지면 잡히게 된다. 말을 업어서 최단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에너지 문제 하나로 환원된다. 에너지는 계의 통제가능성이니 곧 효율성이다. 에너지는 인간사회에서 권력으로 나타난다. 곧 사건의 주도권이다. 권력은 상대방 말을 잡을지 자기편 말을 업을지 결정할 수 있다. 효율성을 생산할 수 있다. 인간이 권력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집단의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다.


    효율적인 집단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권력이 없는 부족은 사라졌다. 전략이 없으면 윷놀이를 지는 것과 같다. 권력은 정치권력 외에도 인권, 소유권, 특허권, 생존권, 선점권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천부인권이자 자연권이라 하겠다. 자연법칙과 일치한다는 말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가며 앞단계가 뒷단계를 제한한다.


    이기는 쪽이 권력을 잡는다. 인권이라 함은 인간이 있어야 정치도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가 사건의 앞단계라는 것이다. 기승전결의 기다. 인간이 정치를 이긴다.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으며 결과인 정치가 원인의 인간을 칠 수 없다. 인간이 불쌍해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연법칙이라는 거다. 


    인권은 따스한 마음씨가 아니고 윤리나 도덕이나 정의가 아니고 기계적인 법칙이다. 물리적으로 입증된다. 인권을 무시하면 뒤에 오는 상대방 말에 잡힌다. 임금을 적게 주면 라이벌 회사가 직원을 빼간다. 망한다. 윷놀이가 말을 업고 가듯이 동료를 업고 가는 게 인권이다. 회사가 직원을 업고 가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업는다.


    국가는 국민을 업는다. 업지 않으면 뒤에 처진 말이 잡혀서 리스크가 증대된다. 무리하게 업어도 속도가 느려져서 역시 리스크가 증대된다. 최적의 상태는 확률로 계산할 수 있다. 업는 게 권력이다. 누구를 먼저 업을지 결정할 수 있다. 대기업을 업어야 경쟁력이 올라갈지 중소기업을 업어야 일자리가 늘어날지 결정할 수 있다.


    권력과 권력이 서로 충돌한다든가 혹은 권력의 남용을 견제한다든가 할 수 있지만 권력의 존재 자체는 일단 인정해야 한다. 약자의 권리도 인정해야 하고 강자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 특허권이나 저작권, 소유권은 강자의 권력이다. 저작권을 무제한으로 주장하면 곤란하다. 어느 정도 복제가 따라줘야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권력은 사건을 연결시키며 거기에 효율성이 있다. 업고 가는 것이 효율성이다. 효율성만큼 인정해야 하며 효율을 넘어서는 권력의 남용은 차단해야 한다. 선점권을 악용하여 부동산 알박기를 하면 안 된다. 사건의 앞단계에 투자하는 것이 뒷단계에 투자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더 크다. 


    앞말은 뒷말을 업을 수 있지만 뒷말은 앞말을 업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업는 순서다. 물길을 파서 홍수를 해결하면 물 자체의 치고나가는 관성력이 이용되므로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얻는다. 물의 관성력을 업고 가는 것이다. 반대로 둑을 쌓는다면 물에 더하여 수압까지 이겨야 하니 손실이다.


    마이너스가 사건의 앞단계이고 플러스는 뒷단계다. 마이너스와 플러스는 공존한다. 무엇이든 하나를 더하려면 이미 있는 것에서 하나를 빼와야 한다. 마이너스만 있거나 플러스만 있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이쪽을 빼서 저쪽에 더한다. 그런데 무조건 마이너스가 우선이다. 효율은 무조건 마이너스에 있다. 플러스는 효율이 없다.


    뭐든 더하려면 그것을 담을 용기를 조달해야 한다. 짐을 실으려면 운반할 자동차가 필요하다. 여기서 비용이 지출되므로 효율성이 없다. 그러나 마이너스는 어차피 버릴 것을 중고나라에 팔아 이득을 취한다. 버리는 데는 잘 조정하면 효율이 따르지만 더하는 것은 상대방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손실이 일어난다. 


    더하려면 장소와 시간을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론의 질 입자 힘이 마이너스고 힘 운동 량은 플러스다. 힘은 외부와 교섭한다. 그 외부문제의 해결에 비용이 청구되므로 손실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상부구조에서 선 마이너스로 이익을 얻은 다음 하부구조의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 권력은 언제나 마이너스 측에 있다.


    부자는 가진 돈을 마이너스하는 과정에서 권력을 행사한다. 공무원이 예산을 나눠주면서 떡고물을 챙긴다. 똑같이 빵을 나눠줘도 배고픈 사람에게 먼저 주고 인사를 받는다. 아무리 공정하게 분배해도 사실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요리사는 먼저 식사를 한 후 요리한다. 배고픈 상태에서는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몫을 먼저 챙기는 것이다. 공산당이 똑같이 나눠줘도 남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게 하고 자기 친척에게는 그 전날 미리 빼돌린다. 무조건 앞단계에 투자해야 이익을 얻으며 뒷단계는 매우 노력해도 무시되기 십상이다. 손님이 오기 전에 미리 요리를 해두면 음식이 상한다. 노력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손님이 오는 게 먼저다. 


    손님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전개하고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가는 사건의 단계들에서 되도록 앞단계에 투자해야 한다. 앞단계가 이기는 말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공장을 한 번 지어놓고 추가투자를 안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골수를 빼먹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IT쪽은 경쟁이 치열하다. 추가투자와 연구개발이 끝없이 이어진다. 즉 사건이 충분히 진행되어 버리면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말 셋이 나고 말이 하나만 남았는데 업고 자시고 할 이유가 없다. 그때는 전략 필요없고 몸으로 때우는 게 최고다. 고립된 지역이 그러하다. 전략 필요 없고 구조론 몰라도 되는 지점이 있다.


    사건이 질 입자 힘 운동을 거쳐 량에 이르렀을 때다. 기승전을 거쳐 결에 이르면 그러하다. 구조론은 이기는 길로 간다. 다만 남을 이기는 게 아니고 공자의 극기복례처럼 자기를 이기고 주어진 상황을 이기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을 얻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이긴다는 표현은 매 순간에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먼저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여 상대방을 유인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사건의 최단경로를 결정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노력해봤자 주인만 이득보는 짓은 지는 거다. 수요와 공급에서, 작용과 반작용에서,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이길수록 이익인 경우가 있고 이겨봤자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단은 이기고 봐야 한다. 


    일단 최단거리를 확보해 놓고 여유 부려야 한다. 이기는 쪽에 선택권이 있다. 그러나 후반전에 이르면 선택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한다면 게이머가 매 순간 뭔가 결정하도록 해놓았다. 매 순간 게이머가 이기도록 세팅해 놨기 때문에 게임중독에 걸리는 것이다. 유저가 자신이 갑이라고 믿도록 게임을 세팅한 거다.


    이긴다는 것은 나의 부름에 상대방이 을의 위치에서 응답하고 반응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게임회사에서 최고의 천재들을 스카웃하여 어떻게든 이용자가 게임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게임을 설계한다. 그 방법은 매 순간 게이머가 어떤 결정을 하게 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그 안에 상호작용이 있다. 


    부름과 응답이 있고 자극과 반응이 있다. 게다가 쉽다. 초딩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반면 인간이 좌절하는 이유는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전개한다. 기에서 암초를 만나면 좌절하게 된다. 이때 해결책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다. 호르몬이 나와준다. 처음에는 된다. 낯선 곳에 처음 가면 호르몬이 쏟아진다.


    여행자의 기쁨이다. 점점 문턱이 높아진다. 수학과목은 갑자기 어려워진다. 그럴 때 누가 도와주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 뛰어난 선생은 3분 레슨으로 피아노 실력을 확 높여줄 수 있다. 눈앞에서 기적을 체험한 학부모는 돈다발을 싸들고 교수의 집을 찾아온다. 근데 그게 전부다. 300분 레슨을 한다고 실력이 더 늘지 않는다. 


    고수들은 급소를 알고 있다. 단번에 실력을 높일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춘다. 한편으로 스승의 도움으로 쉽게 성공한 제자는 자기 실력을 과신하게 된다. 세상은 그런 식이다. 세상은 이겨야 한다. 상호작용해야 한다. 부름과 응답이 있어야 하고 자극과 반응이 있어야 한다. 만남으로 가능하다. 일단 서로 만날 수가 있어야 만난다. 


    문턱이 높으면 곤란하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신혼집 마련이라는 문턱이 존재한다. 취직이 1번이고 신혼집이 2번이고 결혼이 3번이다.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핵가족화되면 문턱이 낮아진다. 부족사회는 문턱이 높다. 족장이 참견하기 때문이다. 이 결혼 반댈세. 살림집도 못 구해서 전세를 살다니 체면이 안 서네 하고 끼어든다.


    부족사회는 누가 성공하면 마이클 잭슨 일행처럼 40여 명의 부하가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연마다 따라다닌다. 이렇게 되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 40여 명의 패거리는 새로운 도전의 방해자가 된다. 혼자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동료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부름에 응답이 있고 자극에 반응이 있어야 한다. 사회를 최적화시켜야 한다.


    지나친 개인주의는 동료가 없어 문턱이 높고 지나친 집단주의는 그 40명의 방해자가 문턱이 된다. 구멍가게라도 낸다면 방해자가 있다. 동사무소부터 소방서에 조폭에 양아치에 심지어 문간에서 목탁 치는 스님까지 방해한다. 대보름에는 지신밟기 팀의 습격을 당하기도 한다. 외지인은 못 배겨난다. 이기는 사회는 문턱이 낮다.


    지는 사회는 문턱을 높여놓고 노력을 강요한다. 반응이 있고 응답이 있고 호응이 있고 함께 일어서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이긴다. 하이파이브를 해도 두 사람이 손바닥이 맞아야 한다. 서로 맞춰주는 사회라야 한다. 의외로 컴퓨터를 켜는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을 못 한다는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작은 방해자에 가로막히곤 한다.


    난 원래 재능이 없는가 봐 하고 포기하게 된다. 시골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다. 옆집에 대학생이라도 있으면 문제해결을 부탁할 수 있는데 막상 가보면 리모컨을 잘못 누른 거다. 초딩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낼 텐데 할배들은 에너지가 고갈되어 못한다. 막연히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이 부분을 최적화해야 한다.


    막연한 노력은 곱셈을 먼저 하고 덧셈을 나중 하는 격이니 실패다. 세상은 에너지 하나로 환원되고 에너지는 효율성을 따르며 효율성은 최단경로를 가진다. 이미 경로를 잡은 다음에는 효율 필요없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는 사소한 난관에 막혀 좌초한 경우다. 협력하면 된다. 귀족은 동료도 귀족이므로 협력을 구할 수 있다. 


    빈민은 동료도 빈민이라서 협력을 구하려다가 되레 덤태기나 쓰기 다반사다. 강남으로 이사를 가려는 이유는 옆집에 귀족이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귀족이 있다. 원턴 킬로 해결할 수 있다. 보장은 안 되고 확률로 가능하다. 수학은 최단경로를 찾는 방법을 보여주지만 정작 뭐가 최단경로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방정식이든 미분적분이든 경로를 바꾸는 방법이다. 종이에 써서 계산하든 주산을 놓든 컴퓨터를 쓰든 출발지와 목적지는 같다. 중간에 선택하는 경로가 다르다. 수학은 중간에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동일한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어느 길이 빠른 길인지는 모른다. 구조론이 그 경로를 제시한다.


    부족민은 쌓기법을 쓴다. 일정한 높이로 상품을 쌓아서 자를 놓고 금을 그어 표시한다. 그래서 물가를 금이라고 하는 것이다. 쌓는 것은 대칭시킨다는 말이다. 자와 바닥에 쌓은 상품의 높이가 일치해야 한다. 저울은 대칭을 장치로 표시하고 있다. 대칭을 유도하는 단계가 질과 입자라면 덧셈은 힘이고 곱셈은 운동에 해당된다. 


    바닥에 높이로 쌓지 않고 대칭시켜서 쌓은 셈으로 치면 되는데 셈이 안 되어 셈을 못 하는 것이다. 왜 높이로 쌓지? 손가락을 꼽으면 되잖아. 손과 대칭이다. 사물에는 최단경로가 없다. 사건에 최단경로가 있다. 사물이 최초 탄생하는 경로를 알 수 있다. 에너지가 탄생을 결정한다. 에너지의 결을 보면 사건의 경로를 알 수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5.14 (05:34:00)

"구조론은 이기는 길로 간다. 다만 남을 이기는게 아니고 공자의 극기복례처럼 자기를 이기고 주어진 상황을 이기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을 얻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http://gujoron.com/xe/1088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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