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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35 vote 0 2019.03.14 (18:15:39)

      
    프로이드의 욕망


    프로이트의 리비도설은 꾸며낸 소설이지만 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리비도는 성적 에너지다. 에너지가 사건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제1원인처럼 프로이드의 리비도설은 연역논리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떤 문제든 출발점만 찾으면 반은 성사된 셈이다.


    리비도는 근거가 없지만 구조원리상 사건의 반드시 출발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은 에너지라는 점을 프로이드는 바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나름 구조적 접근이 된다. 리비도를 성과 결부시킨 점은 엉뚱한 아이디어이고 문제는 에너지다. 에너지는 사건의 제1원인이다. 에너지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유도된다.


   모든 긴장된 첫 만남의 지점에 에너지가 있다. 첫 키스, 첫 등교, 첫 만남, 첫 출발, 첫 소풍은 누구나 잊지 않는다. 에너지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후 방향성이 지정되면 관성의 법칙을 타고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이다. 섹스 역시 둘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에너지가 있지만 동물적 본능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마음은 상당 부분 이성에 의해 통제되는 영역이다. 마음을 일으키는 원인은 에너지다. 성적 에너지는 그 에너지의 한 가지 형태일 뿐이다. 그러나 에너지로부터 풀어가는 프로이드의 자세는 훌륭하다. 문제는 그 에너지를 욕망이라고 서둘러 주장한 데 있다. 과연 그럴까?


    욕망은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에너지는 사건의 포지셔닝구조 안에서 동기부여 형태로 작동한다. 힘이 센 남자와 힘이 약한 여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데 갑자기 맹수가 뛰어든다면 남자는 힘을 과시하고 싶은 동기를 얻는다. 그것이 에너지 낙차를 유발하는 포지션 간의 모순이다. 구조가 작동하게 된다.


    이때 남자가 동기부여 된 것은 맹수를 퇴치한 후에 일어나는 보상의 형태로 주어지는 섹스와 연결되는 성욕 때문이 아니라 그 맹수를 퇴치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키는 것이며 그러려면 일단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임무를 수행하여 사건을 연결시켜야 강력해진다.


    여자가 다친 남자를 간호하든 남자가 맹수를 물리치든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킨다는 본질은 같다. 강아지라도 비슷하다. 공을 던지면 강아지는 물고 온다. 보상을 주면 더 잘한다. 그러나 보상이 아니라도 강아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보상은 그 사건을 잊지 않도록 각인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개가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은 보상 때문이 아니고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아니라 그 사건이 다음 단계로 연결될 때의 희열이 더 크다. 인간은 보상에 의해서도 움직이지만 그것은 학습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물질적 보상도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키는 방법이 된다.


    모든 것을 보상으로 해석한다면 어리석다. 인간은 자신에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사건이 연결되면 실행한다. 도중에 끊어지면 안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다. 축구팬들이 응원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본인에게 무슨 보상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단 이기면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16강 가고 8강 가고 4강 가고 결승 간다. 사건이 계속 연결되면 인간은 행동한다. 16강에 탈락하여 연결이 끊어지므로 응원하지 않는 것이다. 불행한 사람을 도우면 다음 단계가 곤란하다. 부자가 빈자를 도우면 빈자와 친구가 되는데 인사를 트고 교류를 해야 한다. 골치가 아파진다. 친구가 되면 집에 초대한다.


    빈자가 맨발로 방문하면 부자인 다른 손님들이 놀랄 텐데 어쩌지? 부자가 빈자를 돕는 것은 그다음 단계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곤란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 위험에 빠졌을 때 용감한 리더가 나서서 지휘를 해주면 편안하게 돕는다. 착해진다. 어떻게 되든 그것은 리더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지?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까지 따라가야 하나? 약해지는 것이다. 안 해봤기 때문이다. 인간은 악한 동물이 아니라 무능한 동물이다. 쓰레기를 청소하고 SNS에 올리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SNS라는 다음 단계가 있으므로 착해지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15 (02:55:08)

"에너지는 사건의 제1원인이다. 에너지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유도된다."

http://gujoron.com/xe/107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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