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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61 vote 0 2003.10.21 (21:48:40)

기차가 철길 위를 달려온다. 두 아이는 철로 위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먼저 철로를 벗어나는 아이가 지는 게임이다. 조중동을 앞세운 딴잔련의 노무현 흔들기와, 강금실을 앞세운 노무현의 정치자금 파헤치기가 기차놀이를 연상시킨다.

누가 먼저 겁먹고 철로에서 뛰어내릴 것인가? 무조건 간이 큰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재신임정국으로 확인된 것은 노무현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파병결정은 노무현의 간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정치판에 노무현 보다 간이 큰 사람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세대가 해야할 모험은 노무현의 모험보다 훨씬 더 큰 모험이라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열정의 재앙’은 강준만의 말이지만 5년전까지만 해도 써글 황태연의 논리였다.

파병반대는 몸풀기다. 반미와 자주가 본질이다. ‘열정의 재앙’을 향하여 정면돌파다. 달려오는 기관차 앞에서 마지막 1초까지 눈 뜨고 버틸 수 있는 사람만 여기여기 붙어라!


『세상이 뭐라하든.. 나는 나!! 노무현이오.』

고독한 노무현
운명적으로 고독한 사람이다. 좋은 참모나 측근을 거느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노무현의 아픔이다. 천성 탓이다. ‘정치인의 방식’을 혐오하는 그 성격을 뜯어고치지 않고는 좋은 참모를 구하기 어렵다. 참모 혹은 측근들이야 말로 누구보다도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DJ의 참모라면 박지원이고 측근이라면 권노갑이다. 노무현은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똥이 있어야 파리가 꼬이는 법, 김경재류 똥파리들의 불만은 ‘뒷거래’가 통하는, 썩은 참모가 없어서 노무현을 돕고 싶어도 도무지 ‘거래’가 안되므로 못해먹겠다는 한탄이다.

“으휴 386 애송이들! 그렇게 눈치를 줘도 못알아듣냐? 낙하산 한자리씩만 돌리면 노무현 위해서 목숨 걸고 뛸 애들 많다니까?”

YS나 DJ가 좋은 측근을 거느렸던 것도 아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은 결국 감옥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참모들을 구하기 위해 재신임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그 안에 숨은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386참모가 못났다고? 그 말이 맞다. 국민이 노무현의 참모이고 국민이 노무현의 측근이다. 그래서 노무현은 그 못나빠진.. 못나서 뒷구멍으로 흥정도 못하고, 못나서 요령좋게 감추지도 못하고..못나서 조중동에게 깨지기나 하는 참모를 내치지 못하고 있다. 어쩌랴! 국민을 내칠 수는 없는거슬.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보니
그 인간의 격을 가늠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들어보는 것이다. 청와대라는 나무 위로 떠밀어 올려졌다. 조중동이라는 바람이 세차게 흔들었다. 흔들려 떨어지는 이광재도 있고 스스로 점프하여 자살하는 유종필도 있다.

유종필인간은 정여립을 연상시킨다. 1천여명을 희생시킨 기축옥사의 주인공이다. 스승인 율곡 이이를 모함하고 당을 갈아타는 방법으로 단박에 스타가 되었다. 이런 캐릭터는 흔히 있다. 조선일보 이한우만 해도 전형적인 유종필류 쓰레기가 아닌가? 김민새는 언급을 말자.

강금원씨는 투박하기는 하나 의리를 아는 인물이다. 그가 돌연 노무현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내었을 때, 나는 그가 노무현의 방패막이가 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화살을 자신에게 유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금원씨의 도술(?) 덕분에 노건평이 살았다.

이기명선생은 인품이 갖춰진 사람이긴 하지만 너무 순박하므로 정치인들과는 부대껴서 안되는 사람이다. 풍채도 그렇고 관상으로 봐도 그렇고, 인생의 경력도 그러하고.. 이문열이 그렇게도 되고 싶어하는 ‘대인’의 풍모를 지녔다.

대인이란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잘 쓰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문열이 나름대로 돈을 잘 써보겠다고 ‘부악문원’이라는 사숙을 열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허명을 탐한 돈지랄이다. “문열아! 돈을 쓰려거든 똑 이기명선생처럼 써라!” 하여간 이기명은 인생을 멋지게 사는 분이다.

안희정은 분명 문제가 있다. 노무현이라는 큰 그릇에 가리워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혼자 내버려 두면 사고치는 유형의 인물이다. 이인제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여러차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드러났다.   

이광재는 조중동이 만든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신중히 처신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특히 이번에 천정배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미숙한 면이 보였다. 노무현이 안희정, 이광재 등을 지키려 하는 데는 분명 깊은 뜻이 있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는 것이며 안희정, 이광재로 안된다면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사람을 갈아치우기는 쉽지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는 어렵다. 사람 바꾸라는 말은 많은데 시스템 업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는 없다.

386이라지만 곧 40줄이다. 외국이라면 30대 장관도 흔하다. 시스템만 좋으면 레이건 같은 바보를 백악관에 데려다놔도 나라가 굴러간다. 어쨌든 노무현은 용을 키워서 풀어 놓는데 실패하였다. 386은 떨어져도 시스템이 남는다. 시행착오 다음엔 오류시정이 있다. 시스템을 업글하면 된다.


지식인의 처신과 정치인의 처신
송두율은 ‘지식인’처럼 처신하지 않으므로서 실망을 안겨주었다. 정치인에게는 두어번의 변명할 기회가 주어진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한번,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는 것으로 한번, 합하여 두 번 변명할 수 있다.

지식인은 일생에 단 한번만 변명의 기회가 주어진다. 두 번 변명하면 이미 너절해진다. 왜? ‘지식의 절대성’ 때문이다. 진리는 절대자와 같아서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지식인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오직 단 한번만 변명하고 사과할 수 있다.

정치인의 경우.. "다 야당 때문이에요. 난 잘못한거 없어요. 저넘들이 죽일넘이라니깐요." 이 방법이 한번은 통한다.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

지식인의 경우.. "E=MC제곱 때문이라니깐요. 난 잘못한거 없어요. E=MC제곱 이 공식이 패죽일넘이라니깐요." 이거 안통한다. 달리 지식인이 아니고 그래서 지식인이다.

변명해서도 안되고 사과해서도 안된다. YS는 멸치어장 팔아서 과수원을 차렸다. DJ의 경우는 아들문제와 측근비리로 두번 사과한 셈이 되는데서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DJ의 노력한 점은 평가되어야 한다. 노무현의 경우는 정치인의 처세가 아닌 지식인의 처세에 가깝다.

노무현의 재신임 제안은 일종의 대국민 사과라 할 수 있다. 그것을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것은 임기 중에 두 번 다시 변명도 사과도 않겠다는 결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이 재신임해주는 것이다. 사과도 변명도 딱 한번으로 끝내자는 결의에 도장 꽉이다.


신당의 숨은 플러스 알파는?
여론조사에서 신당이 벌써 잔당을 따라잡았군요. 총선승리 여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신당이 100석만 건져도 대승입니다. 너무 욕심낼 필요는 없어요. 왜? 내년 총선은 무소속이 돌풍을 일으키는 선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100프로 확실합니다. 지역구에 정치지망생들 바글바글해요. 왜? 상향식공천 때문입니다. 사실  제왕적 총재의 낙점이 ‘한번 걸러주는’ 장치거든요. 정치인은 원래 공천경쟁으로 한번, 투표로 한번 합쳐서 두 번 경쟁하는 겁니다.

이것이 한번으로 압축되다 보니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정치지망생들 잔치판이 벌어진 거에요. 이번 선거는 100프로 85년 민한당사태를 재연합니다. 신당이 영남에서 5석만 얻으면 무소속 다 들어옵니다. 민한당이 깨진 이유는 선거에 졌기 때문이 아니라 대선후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파괴력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겁니다. 85년은 양김씨가 희망이었지요. 제 1야당 민한당이 한방에 날아갔습니다. 서프라이즈만 해도 희망으로 먹고 살지 않습니까? 대선후보가 희망이거든요. 잔당이든 한날당이든 이거 없으면 죽음입니다.

이번 총선은 야당이 대선후보를 가지지 못한 채로 치르는 최초의 선거입니다. ‘최초’에 밑줄 쫙! 세상 무슨 일이든 처음 가는 길에는 반드시 엄청난 변동이 일어납니다. 신당은 많이도 말고 딱 100석만 얻어도 무소속 몰아와서 과반 채우는 게임이니 이거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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