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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한총련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더 윗선에서의 정치적 스탠스들에 의해 사태가 임의로 조정되고 있는 거에요.

『고건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이 한총련 머리 위로 공을 돌리고 있다. 정직하지 않은 태도이다. 이런 문제는 관용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횡재한 겁니다. 길 가다가 금덩이를 줏었다는 표정들이에요. 특히 고건총리가 알짜배기 횡재를 했네요. 고총리는 진작부터 적절한 시점을 골라 제목소리 한번 내고자 했어요. 다만 노무현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지요.

한총련이 건수를 만들어주니 이때다 하고 목소리 한번 내는 겁니다. 사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지요. 자칫하면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오해될 수 있는 판에, 대통령의 체면도 살리면서 뭔가 일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여러모로 체면치레 한 겁니다.

청와대도 나쁠거 없다는 표정입니다. 노무현은 진작부터 언제 한번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큰소리만 쳐왔지 사실 본때를 보여준 적이 없거든요. 노대통령은 자신이 좌파들, 환경운동단체 등 재야세력들로부터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겁니다. 이때다 하고 엄살 한번 세게 피우는 거죠.

“우쒸~ 한총련 니들 땜에 미국넘들 앞에서 나만 체면 구겼잖어. 케씨만”

앞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뒤로는

“나 이렇게 산다우. 나 참 불쌍하죠. 막 동정심이 생기죠. 그쵸?”

조중동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어요. 대통령의 연이은 공세가 상당히 부담스러웠거든요. 화제를 다른 데로 전환하면서 청와대에 반격할 건수 하나 없나 하던 차에 잘 걸린 겁니다.

노무현이 의외로 불독입니다. 한번 물면 절대로 않놔주는 체질이거든요. 아직은 집권 초반인데 광고주 눈치도 봐야 하고 장기전으로 가서 좋을거 없죠. 부담스런 국면을 전환할 건수로 한총련을 찍은 겁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에요. 대형 호재이죠. 그러나 가짜입니다. 다 가짜에요. 고총리는 한총련을 빌미로 목소리 한번 내보는 거고, 청와대는 엄살이지 절대 한총련과 각을 세우지 않습니다. 다만 나중 한총련을 단속할 필요가 있을 때에 대비하여 미리 포인트를 벌어놓는 거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관용이 원칙입니다. 사실 우리 국민들도 한총련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대한 편이에요. 눈에 쌍심지를 켜는 부류도 물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이걸 무슨 이권 비슷하게 받아들이는 작자들입니다.

일종의 텃세인데 자기들 기득권 확인용으로 애꿎은 한총련을 이용한다 이거죠. 골목 양아치들이 자기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보호 명목으로 가끔씩 지나가는 취객이라도 줘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강금실 법무 군기가 빡 들어갔네요. 그래도 한총련은 봐주세요. 아직은 득이 해보다 크거든요.』

정치적 태도와 사회적 태도 사이에서
두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로 보는 관점이고 하나는 사회로 보는 관점인데 한총련은 정치가 아니라 사회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종교단체와 같은 거죠. 예컨대 여호와의 증인이 군대를 안가겠다면 그건 정치행위가 아니라 개인의 신앙 차원이거든요. 이런 문제는 걍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게 상책.

우리 사회 안에 미군의 존재에 대한 불만이 일정부분 있다면, 한총련이 소동을 피워서 그들의 불만을 대리배설해준다 이겁니다. 명백히 우리나라 안에 미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있어요. 한총련이 그들의 불만을 대리배설 해주는 것이 사회에 기여라면 기여죠.

이걸 정치문제로 보면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정치는 원래 만장일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꼬이는 겁니다. 즉 한총련이 반미를 외치면 조중동은 『그렇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다 반미를 해야 한다는 말이냐?』 이런 식으로 증폭시키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합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정치 이슈가 아니라 사회 이슈로 받아들여야 하며,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일각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말입니다.

조중동은 이중플레이를 하죠. 한총련을 과대평가해서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겁니다. 한총련이 대단한 존재다 이거죠. 한총련이 대단한 존재이므로 국민은 대단한 한총련의 대단한 주장에 복종하던지 아니면 한총련을 반대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겁니다.

한총련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면, 1910년 광주학생의거 이후 90년 전통을 가진 한총련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의 긍정적인 역할도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니거든요. 자기들 편한대로 한총련을 깔아뭉갰다가 키워주었다가 그러는 겁니다.

한총련도 마찬가지에요. 정치적으로 행동하거나 사회적으로 행동하거나 둘 중 하나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치적 태도로 간다는 것은 자기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하여 국민의 합의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에요.

한총련이 수배해제를 요구한다는 것은 인권문제로 접근해달라는 건데, 이건 정치적 책임을 안지겠다는 겁니다. 즉 한총련은 정당도 아니고 반국가단체도 아니라는 말이지요. 한총련은 5000만 한국인에게 반미냐 친미냐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번 일도 그래요. 그냥 문제의 존재를 사회에 알리겠다는 건데 이건 정치적 태도가 아니라 사회적 태도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안하므로 마지 못해 한총련이 나섰다 이거에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해야 합니다. 중요한건 진실입니다. 요는 한총련을 일반 시민사회단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맥락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의 결사체로 볼 것인가입니다.

한총련이 전체 한국인을 상대로 친미와 반미 중 양자택일을 요구했다면 정치적 태도이고 한총련은 그에 따른 응당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있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면 사회적 태도이고 마땅히 관용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하여간 서로 입장이 난처하게 되어 어색해져 있던 청와대, 고총리, 조중동, 한나라들이 애꿎은 한총련을 희생시켜 자기들의 탈출구를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건 잘못된 겁니다.

결론적으로 한총련이 스스로를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수배해제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제 발로 감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맞고, 많은 사회단체들 중의 하나로서 사회의 소금이 되고자 한다면 수배를 해제하고 사면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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