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권정생, 이오덕, 김용택의 진정성?

(달마실 도란도란방 이상우님의 글과 관련이 조금 있다.)

과연 진정성이 담긴 글이 좋은 글일까? 진정성이란 것은 무엇일까? 미원을 치지 않으면 저절로 본래의 맛이 끌어내어져 나오는 것일까? 자연은 완성되어 있다. 남의 완성된 기성품 자연을 쥐어 짜기만 한대서야 표절이 아닐까?

경험도 없고 생각도 없는 애들에게 마음껏 꿈의 나래를 펼쳐보라는 것은 운동장도 없는데 뛰어놀라고 다그치는 행위가 아닐까?

나는 턱없는 리얼리스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워먹은 테크닉 몇 개로 대량복제하는 장사꾼들도 경멸되어야 하지만.. 이념만 앞세우고 실질은 없는 리얼리스트들의 주장이야말로 공허하다.

리얼리스트들이란 한 마디로.. 절대로 작품은 쓰지 않고 자신이 작품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만 장황하게 설명해대는 자들이다. 그렇다. 생산력의 부재.. 불임.. 그들은 본질에서 거세된 자들이다.

전투가 두려워 종일 칼날만 숫돌에 갈아대고 있는 자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사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드러난 사실의 배후에 의미가 있고, 의미의 배후에 가치가 있고, 가치의 배후에 개념이 있고, 개념의 배후에 원리가 있다. 더 높은 세계로 상승하지 못하고 그저 사실에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원래 시라는 것은 진정성을 끌어내는 것도 아니고.. 질박함을 담아내는 것도 아니고.. 사실에 천착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그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놀이였다.

혼자서 놀면 시가 되고, 둘이서 놀면 노래가 되고, 셋이서 놀면 게임이 된다. 시는 그저 흥을 돋우는 오락이었을 뿐이다.

원래 시는 개그맨의 유행어와 비슷한 것이었다. 말장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감삿갓이 그러하듯이 말장난을 즐기지 않으면 진짜 시인이 될 수 없다. 언어를 희롱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지 못한대서야 시인이 될 수 없다.

제단에 죽은 언어를 진설하고 제사를 지내는 자들은 시를 쓸 수 없다. 필자가 엄숙주의자 리얼리스트들을 경멸하는 이유는 그들이 문화를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이용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를 찍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기실 영화란 것은 그림자 장난에 불과하다.. 영화감독이라는 신분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말장난.. 시는 말장난이다..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인이라는 귀족 신분을 얻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진정성이란 것이야 말로 실상 신분 그 자체를 의미할 때가 많다.

“신분은 높은 것이여! 너희같은 상놈들이 함부로 달려들어서는 안 되지!”

그들은 신분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잘 모신 다음 사당에 유폐시킨다.

모든 문화는 장난이다. 장난 그 자체의 묘미에 빠져들지 못하고 다른 의도를 가지는 자들이 문화의 적이다. 그들이 장난에 탐닉하는 김기덕과 이외수와 마광수를 전따시킨다. 왜? 같이 섞이면 신분이 하락될까봐.

세 그룹이 있다. 배운 테크닉 몇 가지로 대량복제하여 집금에 성공하는 이문열류 사이비들.. 조폭영화로 집금하는 충무로의 사이비들.. 그러나 그들은 적어도 돈 앞에서는 솔직하다.

리얼리즘을 표방하며 진정성을 주장하며 절대로 작품을 생산하지 않으며 실제로는 신분상승을 꾀하는 평론가들.. 심형래를 죽여서 영화감독 신분의 위엄을 드높이고 이외수를 배제하여 문학인의 이름을 드높이는 자들..

이들이 평론가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거세되었기 때문에 생산력이 없다. 생산력이 없기 때문에 작품활동을 못하고 별수없이 평론가가 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철저하게 썩은 자들이다.

그림자장난, 말장난, 리듬장난, 멜로디장난, 장난 그 자체의 묘미에 빠져드는 사람이 진짜다.

알아야 한다. 본래 언어에는 의미가 없다. 의미는 의미대로 원래부터 존재했다. 그 존재하는 의미에 칼라를 입히면 언어가 된다. 그 의미에 그림자를 입히면 영화가 된다. 소리를 입히면 곡이 된다.

언어 안에서 의미를 찾으므로 찾지 못한다. 언어란 본래 그림자에 불과하다. 버려야 한다. 의미는 인간의 언어와 무관하게 별도로 존재한다. 사실과 의미와 가치와 개념과 원리의 집적되는 경로가 존재한다. 큰 나무처럼 존재한다.

문학은 예술은 그 나무의 잎새에 온갖 칼라를 입혀보는 놀이다. 잎새 하나를 칠하면 시가 되고 나무를 통째로 칠하면 소설이 된다. 순수하게 그 놀이에 탐닉해야 진짜다. 언어에는 의미가 없다.

같은 단어를 두 번 반복하면 리듬감이 있다. 산은 높고 강은 깊다로 구조를 대칭시키면 긴장감이 있다. 한 단어가 동시에 여러 의미로 해석되면 묘미가 있다. 산과 강, 자연과 인간, 삶과 우주, 너와 나를 통일시키면 전율함이 있다. 그러한 언어의 놀이 자체에서 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리얼리스트들은 자연이라는 우상을 숭배한다. 가짜다. 자연을 쳐다보지 말라. 산과 나무와 풀과 꽃과 개울물에서 시가 나와주는 것은 아니다. 시는 말장난이다. 시는 자연에서 아니 나오고 말에서 나온다. 반복하면 즐겁고 대칭시키면 긴장되고 비틀면 유쾌하다. 그 자체를 즐겨라.

www.drkimz.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089 혈액형과 성격 image 15 김동렬 2011-04-27 15577
6088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탱글이 2002-11-19 15571
6087 북한 핵문제에 대한 생각 김동렬 2002-10-24 15571
6086 생활보호대상자 할머니의 10만원 김동렬 2002-12-12 15570
6085 아래 글에 부연하여.. 김동렬 2009-05-20 15566
6084 글쎄... 영호 2002-12-04 15566
6083 행정수도 이전이 변수가 될까요? 노원구민 2002-12-11 15565
6082 Re..한우? 비육우? 수입우? 김동렬 2002-10-29 15561
6081 새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4 김동렬 2010-05-19 15557
6080 한국인의 뿌리는? 2 김동렬 2009-01-24 15554
6079 Re.. 맞아요 처음 발설자를 잡아야 해요 SkyNomad 2002-12-23 15554
6078 [논평]이회창후보의 광주유세가 성공하기를 빌며 걱정된다. 2002-12-05 15554
6077 매국세력 대 민족세력의 대결 2005-08-06 15553
6076 Re..저는 기아에 만원 걸겠습니다. ^^ 스피릿 2002-10-31 15549
6075 아돌프 아이히만과 한나 아렌트 image 1 김동렬 2017-09-25 15548
6074 세상에 말 걸기 김동렬 2006-08-20 15546
6073 정확하지만 제대로 읽을 줄을 알아야 합니다. skynomad 2002-10-18 15545
6072 알면 보인다 2 김동렬 2010-02-24 15538
6071 더 한 개그도 있는데요 뭘...개혁당 개그 김이준태 2002-11-14 15537
6070 코리안시리즈의 명암 김동렬 2002-11-03 15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