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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45 vote 0 2020.06.29 (17:05:57)

    구조론의 접근법


    구조론은 용감하게 진실을 말한다. 일반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는다. 보통사람의 보통생각은 보통 틀린다. 만인이 모두 맞다고 당연시 하는 것도 틀렸다. 표면의 사실에 홀리지 말고 이면을 들춰보면 속지 않는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어떨까? 대중은 펩시를 선택한다. 보통사람의 보통판단이다. 


    대중은 펩시의 단맛을 구분할 뿐 탄산의 청량감이나, 부드러운 목넘김이나, 코카콜라 특유의 향과 여운과 중독성을 판단하지는 못한다. 일부만 테스트하는 것이다. 어느게 맛있느냐고 다그치는게 트릭이다. 행인들은 혀로 단맛에 집중하여 설탕만 비교한다. 첫맛, 중간맛, 뒷맛은 모르고 설탕이 많을수록 좋은 콜라로 판단한다.


    영천 할매돌이나 오링테스트와 같은 간단한 트릭이다. 마술은 면적에 대한 착각을 이용한다. 코끼리도 세로로 세워두면 의외로 좁은 공간에 가둘 수 있다. 코끼리의 측면을 보여주고 정면으로 각도를 틀어 좁은 공간에 가둔다. 대중은 눈으로 직접 본 것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속는다. 된장맛은 대개 코로 느끼는 향이다.


    코를 막고 혀로 맛보면 된장은 맛이 없다. 사실 음식맛의 대부분은 코로 느끼는 것이다. 사기꾼은 이런 착각을 이용한다. 영천 할매돌은 손이나 팔로 물건을 드는게 아니라 허리로 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점을 이용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사실 배후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 빙산의 일각을 뺀 0.917이다. 


    전문가는 커튼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영화 사라진 시간도 마찬가지다. 평론가의 별점이 높은 이유는 커튼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기 때문이다. 정진영은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이므로 늘 타인이 된다. 영화속의 비현실은 정진영에게 현실이다. 사실이지 엘리트들은 현실이 오히려 비현실이 되는 경험을 한다. 


    아인슈타인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에게 난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면 상대방은 나는 예수님일세 하고 받아친다. 현실은 어지간히 비현실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더 넓은 세계가 있다. 예컨대 야바위라면 어떨까? 우리는 야바위가 눈속임이라고 믿는다. 심리전이라고 믿는다. 천만에. 야바위는 물리학이다. 돈을 강탈한다. 


    야바위는 여러 사람이 배역을 맡아 연극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있는 사람 모두 한 패거리다. 한 명을 속이려고 다섯 시간씩 연극한다. 목적은? 호구의 돈을 야바위판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다음은? 강탈한다. 거기서 심리학이 물리학으로 바뀐다. 자주 쓰는 방법은 호구인 척하는 고객이 대신 베팅해주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혹은 고등학생으로 위장하고 자기가 몰래 봤는데 답을 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리둥절해 있으면 승락하지도 않았는데 대신 해준다며 멋대로 지갑을 빼서 현찰을 모두 베팅한다. 거부하면 지갑을 강탈한 다음 경찰이다! 튀어 하고 일제히 도망간다. 그때 잡으려고 하면? 행인 1이 앞을 막아선다. 물론 행인이 아니라 한 패거리다. 


    초반에는 배역을 나누어 심리전을 쓰다가 막판에는 물리학으로 조지는 것이다. 어떤 등신이 아직도 야바위에 속고 있나 하고 혀를 끌끌 차면서 발길을 멈추면 이미 당해 있다. 항상 배후에 뭔가 하나가 더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 창의력을 높이려면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여긴다. 


    천만에. 감옥에 가둬두면 창의력이 는다. 탈출하려고 별 궁리를 다 하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를 극도로 좁혀놔야 한다. 토론실에 소개된 단편영화 커브 2016이다. 시멘트 구조물에 갇혔다. 막다른 지점에 몰렸을 때 상황은 단순화되고 진정한 창의는 그 궁즉통의 지점에서 일어난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복잡은 중복과 혼잡이다. 같은 것이 반복되면 복이고, 다른 것이 끼어들면 잡이다. 옷을 벗기고 살집을 빼고 중복과 혼잡을 빼면 구조의 뼈대가 남는다. 그게 구조론이다. ‘과학하고 앉아있네’라고 하는 팟캐스트가 있다는데 그 분들이 뭔가를 알더라.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외워라 하는건데 양자역학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스터 섬에 사는 사람들은 이스터섬이 우주의 전부라고 여긴다. 외부는 없다. 그런데 사람이 배를 타고 온다. 왜 왔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노리고. 이스터섬에서 보면 외부에서 온 사람은 외계인과 같다. 외계인의 목적을 이해할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자기도 하와이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구조론은 왜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실을 구조론은 뒤짚는다.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는데 직접 방문해서 들어보시기 바란다. 우리는 어떤 목적과 의도가 있다고 믿지만 대개 그런 것은 없다. 그냥 반응하는 지점이 있다. 개가 집을 찾는 것은 냄새를 맡고 직선으로 오는게 아니다.


    개는 좌우로 배회하다가 냄새에서 벗어나면 다시 방향을 바꾸어 냄새 안의 지역을 배회한다. 냄새는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린다. 냄새가 끝나는 이탈점에서 방향을 바꾼다. 인간의 행위도 이와 같다.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반응하는 지점을 끝없이 배회하며 가다가 반응이 없으면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다보면 우연히 목적지에 와 있다. 즉 이유가 없다. 왜는 없다. 반응이 있을 뿐이다. 반응하면 그 행동을 반복한다. 일베가 저러는 이유는 어떤 목적 때문이 아니라 반응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반응해주면 안 된다. 문재인의 고구마 작전이 그렇다. 에너지가 있으므로 반응하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일대일로 대칭된다.


    왜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일대일로 매칭되는 뭔가가 있다고 믿지만 없다. 그냥 반응한다. 그리고 인간은 배회한다. 확률이 결정한다. 세계관을 바꾸어야 한다. 세상이 원인과 결과로 맞아떨어진다고 믿는 이분법적 사고가 위험하다. 반응과 확률로 보는 양자역학적 사고를 익혀야 한다. 왜를 찾다가 이원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사유에 갇혀 진중권병에 걸려버린다. 자본가가 어떻게 하는 이유는? 이윤을 위해서지. 이런 사고는 위험하다. 카지노에 돈을 갖다 바치는 바보들은 무슨 이윤을 얻었나? 이명박근혜는 삽질해서 어떤 이득을 얻었나? 안철수와 김종인은 삽질을 거듭해서 무슨 이윤과 이득을 얻었지?


    안철수가 안랩 주가 상승 이득을 위해 저런다고? 이런 식의 음모론으로 가는 것이다. 천만에. 안철수가 저러는 이유는 기레기가 반응해주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돈 때문에 저러는거 아니다. 조중동이 반응해 주잖아. 김종인은 거저 TV에 나오고 싶을 뿐이다.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고 원인도 없이 개처럼 배회하고 있다.


    안철수는 왜? 배회한다. 이명박은 왜? 배회한다. 뭔가 냄새를 맡은 것은 사실이다. 목적도 이유도 원인도 없이 배회하는 것이다. 영화 사라진 시간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해한다는 식은 예컨대 영화의 목욕탕 장면은 자궁이며 다시 태어나는 불교의 윤회를 상징한다는 식이다. 정진영이 불교신도이므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식의 갖다맞추기는 영화를 왜소하게 만든다. 그냥 관객이 반응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한 번 넣어본 장면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귀납적 태도이고 연역적 사고를 하면 룰을 정하고 룰에 맞춘다. 사람들은 룰이 정해져 있다고 여긴다. 룰을 바꾸는게 감독이 제안하는 게임인데 말이다. 정해진 룰에 맞춰서 퀴즈문제를 풀지 마라.


    의외성이라는 폭탄을 던져서 룰을 바꾸는게 재미지다. 관객을 흔들어 격동시키는 게임이다. 그 게임으로 들어가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30 (04:23:41)

"세상이 원인과 결과로 맞아떨어진다고 믿는 이분법적 사고가 위험하다. 반응과 확률로 보는 양자역학적 사고를 익혀야 한다."

http://gujoron.com/xe/121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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