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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83 vote 0 2020.06.16 (19:17:29)

 

    복지의 적은 부족주의 관습이다


    아프리카 방송에서 말한 내용인데 칼럼에서는 빠뜨린 부분이다. 한국에서 복지가 안 되는 이유는 불신풍조 때문이고,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이유는 부족주의 관습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망하는 이유도 부족주의 관습 때문이다. 부족주의란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견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냥 개인이 결정하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제 3자가 끼어들어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형님이 끼고 동생이 거들고 사촌이 나서면 복잡해진다. 반드시 나빠진다. 남녀가 연애를 해도 부모가 끼어들고 친구가 참견하면 틀어지고 만다. 중국에서 부패가 만연한 이유는 첩이 있기 때문이다. 상담하는 자리에 첩을 동반시키는 문화가 있다고. 


    첩을 안 데리고 오면 아예 마주 앉지 않으려고 한다. 첩을 챙기다 보면 망한다. 꽌시가 부패의 원인이다.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사에 전화하는게 아니라 각자 자기 꽌시를 동원한다.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이다. 중국에서 구조적으로 청백리는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가부장제도, 정실주의, 연고주의, 학벌주의가 만연해 있다.


    패거리들 안에서 권세를 휘두르며 우쭐하려는 것이다. 옛날에는 개그맨들이 자기 집에 후배를 불러서 합숙을 시켰다. 조폭개그를 했던 아무개는 실제로 조폭흉내를 냈다고 한다. 후배를 돕는다며 패거리를 수십 명 자기 집에 합숙시키면 부패하지 않을 수 없다. 박승대와 김준호의 기행도 그 돌연변이로 본다. 조폭 비슷한 짓을 한 것이다.  


    돈 잘 쓰는 좋은 형님 소리를 들으려면 부패를 저질러야 한다. 문인들도 원고료를 받으면 그 돈을 전부 술값으로 날려야 대인배로 인정받았다. 원고료를 부인에게 가져다주면 쫌생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이런 식이라면 부패하지 않을 수 없다. 조폭이 아니라도 사사로운 패거리를 만들고 그 바닥에서 형님대접을 받으려는 문화가 있다.


    돈을 써야 형님소리를 듣는데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미국은 코미디언이 스탠딩개그를 하는데 혼자 지껄이므로 패거리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 개콘이 망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 부족주의 관습을 해결하려면 적어도 30년이 걸린다. 개인의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이게 관습이라서 하루아침에는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거짓말을 하면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왜?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친구를 위한, 동료를 위한, 가족을 위한, 집단을 위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소대장이 물어보면 병들은 단결하여 거짓말로 둘러대야 한다. 솔직하게 말했다가 소대원 전체가 보름 동안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에서 뺑뺑이를 도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전역하기 전날 말년을 목욕탕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말이다. 말년을 목욕탕에 빠뜨리는게 부대의 전통인데 대대장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악습을 근절한다며 완전군장을 돌렸지만 사실은 말년이 빠뜨려달라고 해서 빠뜨려준 것이다. 그런 추억도 없이 제대하면 무슨 재미냐 말이다. 간부는 사병의 주적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이다. 


    사병은 똘똘 뭉쳐서 간부에게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 뭐든 솔직하면 동료에게 피해가 간다. 황제복무도 그렇다. 한 사람이 솔직한 바람에 많은 사람이 처벌게 되었다고 믿는 자도 있다. 부족주의 관습이 온존하는 한 복지제도를 만들면 공무원이 돈 빼먹으려고 저러는구나 하고 거부한다. 그래서 구조가 단순한 기본소득으로 가야 한다.


    ###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꼼수대마왕이다. 심지어 운동선수가 대학진학을 하는 데도 원플러스원이 있다. 잘하는 선수 한 명에 평범한 선수 한 사람을 끼워 보낸다. 이렇게 되면 평범한 선수 엄마는 감독에게 무엇으로 보상해야 하는가? 치맛바람이다. 장애인에게 주차권 주면 그걸 팔아먹는다. 멀쩡한 사람이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다. 


    이런 실정이니 임산부 배려석도 불신의 대상이 된다. 서로 의심하고 미워한다. 확실한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는 어설픈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임산부인지 의심하고 째려보는 짓도 나쁜 짓이지만 그런 의심을 하도록 하는 것도 고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에 나가서도 그런 짓을 한다. 그 약점을 아는 유태인에게 털린다는 말도 있다.


    박동선 사건부터 찍혀버렸다. 이런 밑바닥 문제를 순진한 좌파 엘리트들은 모른다. 좋은 제도가 나쁜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모른다. 그냥 제도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국민들이 오기로 미통당을 찍는 것이다. 좋은 일이면 더 완벽해야 한다. 빈틈을 주면 안 된다. 복지가 공무원 눈먼 돈 해먹는 뒷곳간이 되면 안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6.17 (05:52:53)

"부족주의란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견하는 구조를 말한다."

http://gujoron.com/xe/1211709

[레벨:30]솔숲길

2020.06.17 (18:03:48)

역사의 발전과 문명의 진보는 부족주의 타파의 과정이라고 보면 될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6.17 (19:43:31)

큰 틀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기로 하면 복잡해집니다.

부족주의는 개인주의와 국가주의 혹은 휴머니즘 양쪽에 대척됩니다.

개인주의를 부정하고 패거리를 따라가는 부족주의 행동이 있는가 하면

국가와 같은 큰 단위를 부정하고 인류단위 휴머니즘을 부정하고

음모론적 시각으로 엘리트와 국가가 개인과 소집단을 등쳐먹는다는 생각을 가진 

미국 보수우파의 부족주의 행태가 있는가 하면 

또 공동체주의 형태로 부족주의를 세련되게 발전시켜놓은 좌파 일각의 행동도 있기 때문에 

단순화 시켜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세 가지 방향의 부족주의 극복이 있는데

하나는 공동체주의로 긴밀해져서 극복해가는 방향

둘은 개인 단위로 쪼개서 극복해가는 방향

셋은 국가와 인류 단위로 키워서 극복해가는 방향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20.06.21 (10:28:03)

공동체주의, 개인주의, 인류주의 등을 통털어서 부족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보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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