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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02 vote 1 2019.09.03 (22:56:14)


    인생의 정답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살아가면서 부단히 갈림길 앞에 선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인간은 단순히 한 번 했던 짓을 반복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결국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것이며 할 줄 아는 것은 해 본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 앞에 서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관계가 긴밀해야 한다. 관계가 긴밀할 때 하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결국 하게 된다. 엔돌핀이 나오고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면 행하게 된다. 환경과의 관계를 어떻게 디자인하겠는가? 그것이 철학이다. 환경과의 관계설정은 타자성의 문제다. 어디까지를 나로 여기겠는가이다. 


    처음에는 내 신체를 나로 여기지만 곧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국가도 인류도 나의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지 않는 명박도 있지만 말이다. 인격은 그 나의 범위를 확대시켜 가는 것이다. 여기에 방향성이 있다. 나를 확대시키는 쪽으로 선을 그으면 그 끝에 완전성이 있다. 종교인은 그것을 신이라고 부르지만 본질은 같다.


    인생에 반복되는 의사결정에서 일관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정신분열을 일으킨다. 미치는 것이다. 혹은 변덕과 배신을 거듭하다가 인생이 변희재급으로 괴랄해진다. 일관된 의사결정을 하려면 환경과 궁합이 맞아야 한다. 내가 바른길을 가더라도 바람이 불면 자빠지고 파도가 치면 쓰러진다. 능숙하게 파도를 타고넘어야 한다.


    나만 바른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이 소승이고 퇴계다. 환경과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승이고 율곡이다. 퇴계는 시골사람이고 소승은 시골종교다. 시골에서는 나만 바르게 살면 하인들이 따라온다. 율곡은 도시사람이고 대승은 도시종교다. 도시에서는 나만 바르게 살기가 불가능이다. 모두가 함께 큰길을 당당하게 가야 한다.


    영화 '남아있는 나날'에서 집사장 안소니 홉킨스가 완벽한 하인을 꿈꾸며 자기만 바르게 살려고 하다가 주인을 망치고 자기도 망쳐서 최장집 된 것과 같다. 귀족과 하인이 서로 선을 넘지 말고 각자 분수를 지키며 제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의 봉건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용틀임하는 에너지를 멋지게 연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근원의 모형이 있어야 한다. 그 모형은 사건의 진행을 반영하는 완전성의 모형이어야 한다. 다이아몬드가 반짝여봤자 공간의 존재다. 사건은 시간을 달린다. 기독교의 신은 그 완전성을 반영하는 하나의 모형이지만 유치하다. 요즘 시대에 2천 년 전의 사상에 넘어갈 바보가 있나. 구약은 거기서 천 년 더 낡은 것이다.


    완전성의 모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종교의 모형을 취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종교는 인간의 사회성을 반영하며 원시의 생존본능을 충족시킨다. 유물론은 그 완전성에 대한 대체재가 없다. 그들은 철학의 답을 주지 못한다. 현실 사회주의 실험의 타락은 그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주지 못했다.


    인간이 원하는 답을. 그것은 완전성의 모형이다. 그것이 있어야 밤길을 갈 수 있다. 북극성이 있어야 한다. 등대가 있어야 한다. 왜 사는가? 왜 이 길을 가는가? 무엇이 내게 에너지를 주는가? 시작한 자는 끝이 등대가 되고 원인한 자는 결과가 북극성이 되며 머리에 선 자는 꼬리가 에너지를 준다. 대칭과 호응이 원하는 답이다.


    모택동은 핵전쟁이 일어나서 중국인 수억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70억 인류가 다 죽어도 상관없다. 유물론자의 아노미 사태다. 정신의 붕괴다. 철학이 무너지면 그렇게 된다. 종교가 답을 주지 못하고 유물론이 답을 주지 못한다. 인간은 완전성을 추구하는 존재다. 완전성에서 에너지가 유도되기 때문이다.  


    인정하라. 당신은 언제라도 에너지를 원한다. 의사결정의 갈림길 앞에서 서성이는 당신은 에너지를 원한다. 에너지를 주는 것은 완전성의 모형이다. 우주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므로 완전하다. 모두 연결되어 있으면 한 부분이 전체를 대표한다. 바퀴축에 무게가 쏠리듯 부분이 전체를 감당할 때 에너지는 극적으로 고조된다.


    천국이 어떻고 지옥이 어떻고 내세가 어떻고 무신론이 어떻고 나머지는 다 개똥 같은 소리다. 그곳에는 당신이 원하는 진짜가 없다. 정의가 어떻고 평등이 어떻고 민심이 어떻고 애국이 어떻고 평화가 어떻고 박애가 어떻고 다 개똥같은 소리다.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진짜가 아니다. 다 알잖아. 초딩이 아니라서 당신은 안다.  


    얼어 죽을 천국이고 내세고 심판이고 윤회고 기고 영혼이고 혼백이고 유물론이고 정의고 평등이고 사랑이고 평화고 애국이고 초딩도 아니고 유치떨기는. 아직도 그런 구한말 잡소리에 넘어가는 등신불이 있냐? 정신 차리자. 에너지가 아니면 가짜다. 인정하라. 당신에겐 에너지가 필요하다. 변하는 환경과의 궁합이 필요하다. 


    변하는 것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본 자만이 태산처럼 의연하다. 에너지가 있는 자는 폭풍을 타고 넘는다. 더 빠르게 내달린다. 적들이 방해하면 더 잘 간다. 혼자 가지 않고 함께 간다. 갈수록 기세가 불어난다. 역사의 진실은 언제라도 변방에서 중심을 치는 것이며 인생의 진실은 언제라도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을 치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9.04 (09:29:45)

"변하는 것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본 자만이 태산처럼 의연하다."

http://gujoron.com/xe/1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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