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15 vote 0 2019.10.31 (13:50:38)


    사건을 재는 수학 구조론


    사건은 존재의 본래 모습이고 사물은 우리 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우리는 단지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많은 경우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정지해 있거나 표면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작용에 반작용하는가 하면 일정한 크기를 갖춘 것이다.


    어떤 것은 작아서 못 보고, 어떤 것은 빨라서 못 보고, 어떤 것은 내부에 감추어져 있어서 못 보고, 어떤 것은 자극에 반응하지 않아서 못 본다. 에너지는 형태가 없으므로 볼 수 없다. 세포는 투명하지만 염색약을 사용하면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염색체가 특히 염색이 잘 된다고 해서 이름이 염색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형태로 바꿔서 볼 수 있다. 에너지energy는 안en에서 일ergy한다는 뜻이다. 내부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닫힌계에 가두면 볼 수 있다. 


    에너지는 움직이지만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멈춘다. 멈추면 에너지가 보인다. 사물은 정지해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만 사건은 기승전결로 진행하므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도 특별한 수단을 사용하면 볼 수 있다. 그것이 구조론이다. 


    수학은 대칭을 따라간다. 대칭이라는 수단을 써서 보는 것이다. 관측자와의 대칭을 추적하면 대수학이고 대상 내부의 자체적인 대칭을 추적하면 기하학이다. 1 야드는 왕의 코에서 손끝까지다. 1 피트는 발 크기다. 왕은 키가 182센티에 왕발이었다.


    팔길이와 키는 비슷하다. 아마 신발을 신고 1피트를 쟀을 것이다. 셈한다는 것은 관측자 기준이다. 1은 관측자인 인간과 관측대상을 연결하는 라인이 1이다. 숫자는 인간이 기준이므로 자연의 내적 질서와 맞지 않다. 기하도 자연의 질서와 어긋난다.


    대수학이든 기하학이든 대칭을 추적한다.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왼쪽이 있으면 오른쪽이 있고,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다. 이것과 저것 사이에 공간의 대칭성이 존재하므로 이것을 통해서 저것을 안다. 관측을 통해서 값을 안다. 기하학의 성립이다. 


    만약 공간에 위아래도 없고, 좌우도 없고, 상하도 없다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대상을 추적할 방법이 없다. 이런 대칭이 사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에도 당연히 대칭이 있다. 원인에는 결과가 있고, 시작에는 종결이 있고, 머리에는 꼬리가 있다. 


    질이 있으면 량이 있고, 전체가 있으면 부분이 있고, 중심이 있으면 주변이 있다. 그런데 사건의 대칭은 파악하기 어렵다. 사물은 공간에 가만히 머물러 있으므로 자로 재면 된다. 일단 눈에 보이는 길이를 잰 다음 뒤에 가려진 부분을 추론할 수 있다. 


    가로세로높이의 대칭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사건은 시간을 타고 가므로 재기가 어렵다. 양자역학과 같다. 계측하려고 줄자를 대면 숨는다.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관측할 수 없다. 그런데 딱 멈추는 지점이 있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그럴 때 에너지는 운동을 멈추고 대칭을 도출한다. 그 장소에 그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면 에너지의 방향성을 추적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은 기승전결의 전개 과정에 다섯 번 에너지의 진행방향을 바꾼다. 그럴 때마다 대칭을 만든다. 딱 걸리는 것이다.


    풍선은 기압을 잴 수 있고 물은 수압을 잴 수 있다. 닫힌계에 가두면 잴 수 있다. 위치에너지를 잴 수 있고 운동에너지를 잴 수 있다. 마력과 토크를 잴 수 있다. 사건을 재는 수학이 구조론이다. 왜 인간은 사건을 재지 못하는가? 재려고 하면 끝났다.


    사건의 종결점에 자를 가져다 대기 때문이다. 출발점에 서서 사건과 함께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이 사건을 일으켜야 사건을 잴 수 있다. 이전에 일어난 사건은 잴 수는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 단지 새로 일으킨 사건을 근거로 추론할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02 (03:12:37)

"출발점에 서서 사건과 함께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이 사건을 일으켜야 사건을 잴 수 있다."

http://gujoron.com/xe/1137633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154 생각의 방법 김동렬 2023-01-02 1944
6153 수학과 구조론 김동렬 2023-01-02 1864
6152 인간의 실패 김동렬 2023-01-01 2298
6151 사건의 탄생 김동렬 2022-12-31 2018
6150 작은수의 법칙 김동렬 2022-12-29 2402
6149 사건의 수학 구조론 김동렬 2022-12-28 2216
6148 한국인에게 주어진 역할 1 김동렬 2022-12-27 2836
6147 변화의 세계관 김동렬 2022-12-27 2086
6146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직관 김동렬 2022-12-27 2132
6145 원론과 공자 합리주의 김동렬 2022-12-26 2230
6144 초이성의 부름 김동렬 2022-12-25 2183
6143 이성이냐 본능이냐. 김동렬 2022-12-25 2107
6142 선비가 본 기독교 image 1 김동렬 2022-12-25 2443
6141 예수의 초대 김동렬 2022-12-24 2157
6140 뒤집어 생각하기 김동렬 2022-12-23 2088
6139 찰리 멍거의 방법 1 김동렬 2022-12-23 2011
6138 아바타 볼만하냐? 1 김동렬 2022-12-22 2140
6137 아프리카의 주술사들 김동렬 2022-12-22 2015
6136 존재의 족보 김동렬 2022-12-21 1971
6135 신데렐라 이야기 1 김동렬 2022-12-21 2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