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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960 vote 0 2021.03.03 (18:08:51)


    하수들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면 일단 싸움을 건다. 바둑을 둔다 해도 큰 자리가 있다. 정석대로 두어야 한다. 두고 싶어도 참고 손을 빼는 사람이 이창호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미리 중요한 지점에 알박기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하수들은 그렇게 못한다.


    어디가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몇 수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하수는 일단 상대가 둔 자리에 붙인다. 붙이면 끊는다. 끊으면 맞끊는다. 광활한 중원을 놔두고 구석에서 박터지게 싸운다. 하수바둑이다. 주도하지를 못하면 응수타진을 해본다.


    손을 빼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어야 게임을 주도할 수 있다. 그걸 못하면 상대방 뒤를 따라다니며 태클을 건다. 어쩔 줄 모르겠으면 일단 질러놓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다 반기문이 된다. 칼은 칼집에 있어야 효과가 있는데 윤석열은 칼을 빼들었다.


    앞의 글에서 정치는 과격파를 잡고 중도파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1라운드 확정하고 2라운드를 암시해야 한다. 노무현은 일단 공공의 적 이인제부터 해결하자는 제안을 던졌고 2라운드 뒷맛이 남아있었다. 의리 없은 이인제는 여야를 떠나서 공공의 적이다.


    문재인은 일단 이명박근혜를 처리하자는 제안이 1라운드, 2라운드 적폐청산 뒷맛이 남아있었다. 1라운드는 복수이고 2라운드는 개혁이다. 2라운드는 미리 확정하면 안 되고 살짝 암시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예측이 어려운 럭비공 같은 인물이 대통령 먹는다.


    정동영보다 이명박이 럭비공이고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럭비공이다. 반기문이나 안철수는 2라운드를 제시하지 못해서 망하는 것이다. 2라운드는 누가 이득볼지 알 수 없는 깜깜이 게임을 해야 한다. 미리 답을 정해서 내가 다먹겠다고 선언하면 국민이 떠난다.


    국민에게 물어봐야 하는 미지수의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주도권을 잡는다. 공수처든 검찰개혁이든 누가 이득 볼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문재인 정권이 이득 본게 하나도 없다. 괜히 벌집 건드려서 손해봤다. 이래야 국민이 돕는다.


    윤석열은? 일단 검찰개혁을 저지하고? 그다음은? 가덕도 때문에 뿔난 대구에 가서 기세를 올리면? 너무 일찍 보수꼴통 정체가 들통나 버렸다. 대구의 윤석열이 된 것이다. 일단 검찰개혁을 해보고 그다음 기득권의 반응을 기다려보자는 민주당의 입장이 맞다.


    윤석열은 마지막에 뽑을 칼을 너무 일찍 뽑았다. 잠시 지지자를 즐겁게 하고 망한다. 노무현도 너무 일찍 이인제를 짜르고 할 일이 없어졌을 때 정몽준과의 단일화라는 2단계, 후단협 박멸이라는 3단계, 병역귀족 타도라는 4단계로 계속 뒤패가 붙어준 것이다.


    싸움닭은 어차피 계속 2라운드가 나온다. 사나운 개는 콧잔등 아물 틈이 없다. 국민은 2라운드를 보고 1라운드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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