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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55 vote 0 2020.12.22 (18:37:15)

    공자의 권력과 노자의 이득


    공자냐 노자냐? 의견이 다른게 아니다. 레벨이 다르고 수준이 다르다. 차원이 다르다. 운전기사와 승객은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본다. 농부와 소비자는 관심사가 다르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는 관점이 다르다. 입장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다. 자세가 다르다.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은 용도를 지정할 수 있다. 용돈을 줄 테니 과자를 사 먹어라. 공부를 하거라. 심부름해라. 지시할 수 있다. 이것이 권력이다. 주는 것은 권력이고 받는 것은 이득이다. 주는 사람은 상대를 통제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은 반대다.


    받으려다가 길들여진다. 종속되고 예속된다. 상대방이 줄 생각이 없는데 강제로 받아내면? 과일이 익지 않았는데 따먹으면? 배탈이 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셈으로 된다.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는다. 함부로 받지 말라는게 노자의 무위사상이다.


    준다고 덥석 받으면 안 된다. 반드시 탈이 난다. 그것이 에너지의 성질이다. 에너지는 머리와 꼬리가 있다. 방향성이 있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뱀의 머리를 건드려야 한다. 대신 결과는 사건의 기승전결을 거쳐 한참 후에 다른 곳에서 얻어진다. 대신 권력을 얻는다. 


    뱀의 꼬리를 건드리면 당장 이득을 얻지만 그러다 물리는 수가 있다. 사건은 머리와 꼬리가 있다. 원인과 결과가 있다. 원인을 건드리면 권력을 얻고 실익은 없다. 결과를 건드리면 실익이 있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뒤에 청구서가 따라온다. 역효과가 나고 부작용이 난다.


    공자가 권력이라면 노자는 이득이다. 노자는 이득을 버리라고 했고 공자는 권력을 생산하라고 했다. 둘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멀리 있는 권력과 눈앞의 이득 중에서 노자의 가르침대로 눈앞의 이득을 버리고, 공자의 가르침을 따라 멀리 있는 권력을 추구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지점을 바라보느냐다. 머리를 보느냐 꼬리를 보느냐다. 공자가 주목하는 권력은 미래에 생산되고 노자가 주목하는 이득은 현재 소비된다. 공자는 미래를 보고 노자는 현재를 본다. 노자는 눈앞의 은을 버리라고 말하고 공자는 멀리 있는 금을 취하라 한다.


    같은 말이지만 노자사상은 '유를 버리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고, 공자사상은 '무를 취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노자의 이득은 유형의 것이고, 공자의 권력은 무형의 것이다. 무가 유를 이긴다. 공자의 권력은 본사의 로열티이고 노자의 현찰은 점장의 매출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진행된다. 공자의 권력은 사건의 기 단계에서 만들어져 승과 전과 결을 권력으로 지배한다. 그 과정에 사건의 참여자 숫자는 늘어난다. 처음 한 사람이 일으킨 기를 두 사람이 승으로 이어받고 열 사람이 전으로 퍼뜨리면 만인의 결로 되돌아온다.


    권력은 말단으로 갈수록 눈덩이처럼 전체 규모가 커진다. 눈길을 처음 가는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권력이다. 먼저 가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뒤에 올 사람을 위에 이정표를 만들고 지도를 제작한다. 뒤에 오는 사람이 먼저 온 사람에게 영향받는다.


    뒤에 올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인, 뒷사람을 위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 지, 이정표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 의, 이정표를 믿고 선행자가 개척한 길을 따라가는 것이 신, 그리하여 마찰이 사라지는 것이 예다. 도는 그러한 길이다. 권력은 길들의 연쇄고리다.


    공자의 권력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집단의 것이다. 저작권이든 특허권이든 선점권이든 소유권이든 일체의 권리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적인 자산이다. 그 권력을 사유화하므로 고약해진다. 반면 권력의 연결이 최종적으로 인간에게 남겨주는 것은 이득이다.


    권력이 작동하는 이유는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뒤에 온 사람이 효율을 챙긴다. 뒤에 온 사람이 이득을 본다. 노자는 그러한 이득의 추구가 헛되다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 의도와 반대로 되기 때문이다. 이득을 얻으려 하면 길들여져서 권력을 잃고 종속된다. 


    노자는 이득의 추구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반대편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연쇄고리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자연은 사건의 연결이고 사건이 연결되면 효율성이 발생하고 그 효율성을 컨트롤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공적자산이며 본질에서 사유화되지 않는다. 


    세상은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 코끼리가 정글을 파괴하여 사바나를 만든다. 불도저처럼 수풀을 밀어붙인다. 시력이 좋은 기린이 큰 키로 길을 찾아낸다. 눈이 나쁜 얼룩말은 기린을 따라다닌다. 얼룩말과 누가 기린을 따라가며 키 큰 풀의 웃자란 꼭지를 먹어 치운다.


    워터벅과 스프링벅을 비롯한 사슴 종류들은 키가 작으므로 얼룩말과 누떼가 뜯어먹은 자리에 새로 난 어린 순을 먹는다. 동물의 이동순서는 정해져 있다. 키가 작은 동물이 먼저 이동하면 어떻게 될까? 키가 큰 풀 때문에 길을 찾지 못한다. 억센 풀만 있어서 굶주린다.


    이동은 불가능하다. 앞서가며 길을 여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것이 군자의 개념이다. 당연히 군자에게 권력이 있다. 뒤를 따라가며 이득을 취하는 자는 소인배다. 소인배는 로열티를 지불한다. 세상이 작동하는 것은 권력자가 로열티를 적게 챙겨가기 때문이다. 


    더 많이 먹으면? 시장은 붕괴한다. 가수들이 너무 많은 로열티를 요구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에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된 것과 같다. 자연은 사건의 연결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앞선 사람은 권력을 가지고 따르는 사람은 이득을 가진다. 


    권력은 언제나 배가 고프다. 봄에 씨를 뿌린 사람에게 권력이 있는데 가을에 수확한 사람이 이득을 독식한다. 이때 파종한 사람이 로열티를 가져가는게 입도선매다. 밭떼기라고 한다. 여기에 균형이 있다. 균형이 10이라면 10보다 작은 9를 가질 때 세상은 돌아간다. 


    11을 가져가면? 시스템은 붕괴한다. 세상에 말이 많은 이유는 권력자가 11을 가져가려 하거나, 추종자가 로열티를 한 푼도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발명한 미국은 권력을 내세워 지나친 로열티를 요구하여 중국을 착취하고 제조하는 중국은 날로 먹으려 한다.


    그사이에 균형이 있다. 그 균형이 지켜질 때 세상은 순조롭고 그 균형이 무너질 때 망한다. 부동산 폭등은 정부가 균형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힘당 몰락은 과거에 공장을 지어 권력을 얻은 노땅들이 지나친 로열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균형을 지켜야 한다.


    공자가 옳다. 노자 도덕경 첫머리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은 내 말은 전부 개소리에 지나지 않으니 진지하게 듣지 말고 한 쪽 귀로 흘려들어라는 뜻이다. 노자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이다. 노자는 문자기록 자체를 반대한 사람이다.


    노자 말이 다 틀린건 아니다. 도덕경은 전부 개소리다 하는 그 부분은 옳다. 인생은 희미한 권력과 명백한 현찰 중에서의 선택이다. 당연히 권력을 선택해야 한다. 단 그 권력에 따른 이득이 내게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사유화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권력은 대개 사유화된 거짓권력이다. 사건의 기승전결에서 권력을 쥔 기 포지션이 따르는 승과 전과 결 포지션의 약점을 악용한다. 주는 자가 받는 자의 약점을 쥐고 무리한 로열티를 챙긴다. 고참이 신참을 괴롭힌다. 거짓 권력 때문에 진짜 권력이 욕을 먹는다. 


    이러한 언어의 혼란을 배척하고 건조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해석하여야 한다. 고참은 권력이 있지만 그 권력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권력의 주인은 시스템이다. 게임의 참여자 모두에게 권력의 소유권이 있다. 공적인 목적 이외에 권력을 사용한다면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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