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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42 vote 1 2020.09.07 (19:26:24)

    수학자의 세계관


    수학에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파이값은 나누어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수학자를 곤란하게 한다. 세계관의 충돌 때문이다. 신은 완전한 존재다. 신은 그 완전성으로 세상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신의 작품인 세상은 완전해야 한다. 나누어떨어져야 완전하다.


    무리수 같은 곤란한 것은 없어야 한다. √2가 그렇다. 제곱근 2다. 모든 수는 비례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면 치명적이다. 밥이 넘어가는가? 당황스럽다. 신의 약점을 엿본 셈이니 이거 신성모독이다. 약점 들킨 신이 분노하여 수학자를 때려죽이지 않을까? 


    괘씸죄로 벼락을 맞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세계관이다. 세계를 벽돌 쌓듯이 알갱이 입자를 모아서 만들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유리수니, 무리수니 하는 말이 나왔다. 그냥 세계관을 바꾸면 되잖아. 그런데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모든 사유가 귀납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연역으로 보자. 작은 것을 모아서 큰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큰 것이 나눠어서 작은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딱 자를 수는 없다. 원래 하나였기 때문이다. 세포분열을 떠올리면 된다. 칸이 나눠어도 사실은 붙어 있다. 완전한 독립은 있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인류가 아직도 세계관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학이 바뀌었을 뿐 맞는 세계관은 제안되지 않았다. 2500년 전 그리스 수학자들이 고민하던 문제를 인류는 여전히 안고 있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뿐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세상 모든 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얼마간 겹쳐 있다. 이것이 우주의 본질이다. 왜? 본래 하나인데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독립시켜도 완전히 헤어지지 않고 멀리서 지켜본다. 호주의 애보리진이 그렇다. 열 살만 되면 집에서 나가야 하지만 지켜보고 있다. 


    사실 문제는 많다. 지구가 돌아도 지구의 중심축은 돌지 않는다. 지구는 돈다는 말은 불성립이다. 지구의 중심점을 빼고 나머지만 돈다고 말해야 맞잖아. 행성은 반드시 타원궤도를 가져야 한다. 케플러의 법칙은 천문학자를 당황하게 했다. 정원이라야 이상적인데 곤란해.


    이런 식이면 플라톤 형님께 누를 끼치는 셈이다. 이데아는 아름답고 고결한 것인데 뭔가 뒤죽박죽이잖아. 항상 자투리가 남고 테두리가 있고 연결선이 있다. 항상 걸치적거리는게 있다. 깔끔하게 끝나지 않고 질척댄다. 고상하지 않고 근사하지도 않아. 구질구질하잖아. 


    사건의 출발점을 찍는 문제다. 순수한 물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도 건드리지 않으면 얼지 않는다. 영하 40도의 순수한 물을 만들 수 있다. 과냉각이다. 냉장고에서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언다.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와 줘야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마중물의 문제다.


    자동차도 배터리로 스타터모터를 돌려야 작동한다. 옛날에는 스타팅이라고 손잡이를 가지고 손으로 돌렸다. 자전거 페달이 정점에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페달을 앞으로 약간 밀어놓고 밟아야 한다. 그런데 얼마나 밀어둬야 하지? 합당한 각도는 없다. 45도 정도가 좋다.


    그런데 약하다. 80도 각도에 두고 페달을 밟으면 치고 나가는 힘이 좋은데 발목을 살짝 꺾어야 한다. 뭔가 깔끔하지 않다. 정답은 없는 것이다. 엔트로피 개념은 자체의 질서를 추적한다. 그런데 자체의 질서가 작동하지 않고 외부에서 살짝 개입해줘야 작동한다. 그게 이상한가? 


    세상은 원래 그렇다. 우주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러므로 세상에는 테두리가 있고 유도리가 있고 유격이 있고 간격이 있고 과도기가 있고 중간지대가 있고 완충지가 있고 예비병력이 있다. 그 예비비는 만일에 대비하는 것인데 만일이 없으면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손해다. 완벽하지 않다. 세상은 두루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의 간격은 일방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쌍방이 결정하므로 그 값은 어중간하다. 예비비는 얼마로 책정하는게 좋을까? 어중간하다. 이론과 실기는 어떤 비율로 정할까? 어중간하다. 의사결정 비용의 문제다. 


    의사결정은 반드시 비용이 들지만 우리는 정교한 디자인으로 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영구운동은 가능하다. 단, 그 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상태를 변경시켜야 하는데 변경하려면 중심점을 지정해야 하고 중심점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 축이 회전하지 않아야 바퀴가 돈다.


    축을 만드는 데 비용이 든다. 외부에서 축을 심어주면 쉽지만 그건 엔트로피의 원리를 위배한다. 스스로 축을 만들지 못한다. 만들기도 하는데 잘 안 된다. 왜 모든 집단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가? 왜 의사든 검사든 목사든 외부에서 개입해야 변하는가? 구조가 원인이다.


    만원 버스에서 자리를 바꾸려면 한 사람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 퍼즐조각을 움직이려면 빈칸이 최소 하나는 있어야 한다. 움직일 통로가 있어야 한다. 빼꼭히 들어차 있으면 움직일 수 없다. 대칭을 만들려면 축이 있어야 한다. 축은 대칭된 이쪽이나 저쪽에 속하지 않는다.


    우리는 막연히 모든 숫자는 나누어 깔끔하게 떨어져야 하고 축은 원래 빼고 논하는 것이며 최초의 스타팅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묵살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연극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부모나 선배가 혹은 시스템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의사파업 같은 돌발상황이 일어난다.


    도와주지 않으면 본실력이 드러난다. 안철수가 어버버하는 상황이다. 의사들이 수준을 들키는 상황이다. 엔트로피는 어려운게 아니다. 우리가 보통 이런 곤란한 문제들을 회피해 왔다는게 중요하다. 첫 출발, 첫 만남, 첫 시험, 첫 등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엄마가 도와준다.


    첫날 밤은 엄마가 도와주지 않는다. 당황하게 된다. 우리는 원래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이루어진게 아니라 큰 것이 쪼개져서 작은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알갱이의 집합이 아니다. 어떤 둘의 만남이다. 세상은 관계다.


    그것은 어색하고 불안하고 겸연쩍고 창피하고 민망하고 부조리하다. 당연하다. 깔끔하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세팅해두면 길이 나서 두 번째부터는 쉽다. 그리고 우리는 그게 원래부터 쉬웠던 것으로 착각하고 나도 할 수 있어 하고 건방지게 덤비다가 안철수 꼴 나는 거다.


    정리하자. 세상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큰 것이 쪼개져서 작은 것이 되었다. 쪼개는 과정에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이 탄생할 때는 한동안 부모와 연결되어 있다. 완전한 독립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독립한 자식이 적어도 1사이클을 경험해야 부모가 손을 뗄 수 있다. 인수인계를 해도 그렇다. 인계받는 쪽이 전체과정을 경험해봐야 한다. 즉 부모와 자식, 주는 쪽과 받는 쪽, 작용과 수용, 원인과 결과, 머리와 꼬리는 얼마간 겹쳐야 하는 것이며 1사이클 후에 독립이 된다.


    이런 연결문제 때문에 엔트로피가 작동한다. 닫힌계는 인간이 임의로 정한 것이고 자연은 살짝 열려 있다.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전체과정을 한번 겪어본 다음에 완전히 독립한다. 자동차는 시운전해 보고 독립한다. 제품은 테스트해 보고 독립한다. 그 부분이 엔트로피다.


    연결의 세계관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5]김미욱

2020.09.08 (08:32:06)

10연 1행. 돌려져야~ 돌려야.
12연 2행. 유드리~ 유도리.

구조론이 새 패러다임의 마중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연과 수학 사이에는 구조론이 있다. 수학은 분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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