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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680 vote 0 2018.04.15 (17:29:10)

 

    구조론적 사유의 예


    왜 한국인들은 가로수로 벗나무를 많이 심을까? 1) 친일파들의 소행이다. 2) 한국이 벗나무의 자생지다. 3) 한국인들은 원래 벗나무를 사랑한다. 이런 식의 목적과 의도를 앞세우는 그림은 일단 구조론의 접근법이 아니다. 한국이 벗나무의 원산지라는 말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네팔이나 인도, 중국이 벗나무의 원산지다. 의도가 있는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대개 그렇지 않다.


    왜 한국인들은 벗나무를 가로수로 심는가? 간단하다. 벗나무를 심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플라타너스는 키가 너무 커서 전봇대를 건드린다. 누전사고를 일으킨다. 매년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어떤 가로수들은 밑둥이 너무 굵어져서 인도를 파괴하기도 한다. 메타 세콰이어가 그렇다. 메타 세콰이어가 많이 자라는 북미지역은 홍수가 잦은데 오랫동안 물에 잠겼을 때 호흡하기 위해 뿌리혹을 키우는가 하면 표면적을 늘리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밑둥만 유독 굵어져 있다.


    어떤 나무들은 겨울에 잔가지와 잎이 너무 많이 떨어진다. 낙엽 쓸기가 만만치 않다. 결정적으로 잘 죽는다. 필자가 어린시절 등교하면서 도로변에 가로수 심는 것을 유심히 봤는데 매년 다시 심더라. 처음에는 무슨 활엽수를 심었는데 백퍼센트 죽었다. 단, 한 그루도 살아나지 못했다. 조경업자들이 대충 심어놓고 물도 안 주더라. 뿌리가 다 잘려나간 것을 성의없이 그냥 심더라. 


   저렇게 심으면 죽을텐데 하고 걱정했더나 과연 다 죽었다. 나무가 죽어야 다음 해에 또 심을 수 있다. 조경업자는 또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그러는지 몰라도 거의 죽을 것 같은 나무를 심고 있는 것이었다. 히말라야시다는 네 그루인가 살아남았다. 은행나무는 서너 그루만 살아남았다. 다섯 번쯤 가로수를 다시 심었는데 마지막으로 벗나무를 심자 전부 살아남았다. 


    신기하게도 벗나무만 죽지 않더라. 많은 가로수가 키가 너무 커서 전봇대를 건드린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벗나무는 대충 심어놔도 죽지 않을 뿐 아니라 키가 크지 않아 관리하기가 편하다. 옛날에는 미류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버드나무의 일종이어서 쉽게 죽지 않는 나무다. 


    결국 인간은 단지 하기 쉬운 것을 하는 것이다. 에너지의 결을 따라간다. 왜 그걸 했지? 할 줄 아는게 그거니까 그렇지. 왜 도둑질을 하지? 할 줄 아는게 도둑질이니까 그렇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대략 맞다. 진중권이 저러는 것도 할 줄 아는게 그거라서 그런 것이고 이명박이 사기를 치는 것도 할 줄 아는게 그거라서 그러는 것이고 기생충 서민이 저러는 것도 할 줄 아는게 그것뿐이라서 그러는 거다. 


    인간은 대개 음모론적으로 가서 어떤 숨겨져 있는 대단한 목적과 의도를 따라간다고 믿기 쉬운데 사실 인간이란 것은 그냥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존재다. 인간은 별 수 없는 존재다. 대부분 인간이 어떤 의도를 숨기고 은밀히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비밀서약을 하고 무슨 음모를 꾸미고 무언가를 위하여 한다고 믿는데 틀렸다. 그게 소인배의 철부지 발상이다. 물정을 모르는 거다. 답은 의하여다. 위하여는 일단 틀렸다.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그런 수작은 실패한다. 뭐든 위하여 하면 잘 안 된다. 해봐라 되는가? 그게 된다고 믿는 사람은 사회경험이 없는 초딩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외부에서 봐서 한 단계가 있다고 보일 때 사실은 다섯 단계가 있다. 그래서 잘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이 수작을 꾸미면 거의 실패한다. 외부에서의 도움이 없이 인위적으로 되는 일은 없다. 자가발전은 안 된다. 


    우리편 중에도 선한 목적과 좋은 의도로 뭔가 해보려고 시도하는 자들이 많은데 보나마나 실패한다. 인간은 그저 할 줄 아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며 할 줄 모른다면 공부해야 하고 조직해야 하고 시스템을 건설해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부로 뻗어나가서 확률을 높여야 한다. 만날 사람을 만나야 한다. 천시와 지리와 인화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상부구조로 올라가서 사전에 환경을 장악하는 절차가 없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뭐든 잘 안 된다. 특히 선한 의도가 앞서면 백퍼센트 망한다고 보면 된다. 사회적 기업만 해도 선한 의도가 앞서면 잘 안 된다. 특별한 의도는 없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남들이 아무도 안 하길래 그냥 해봤는데 어쩌다가 운때가 맞아 잘 되는 수는 있다. 무심하게 해야 성공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들은 음모론에 약한가? 걸핏하면 음모요. 걸핏하면 비밀조직이요. 하는 소인배 헛소리들은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인간들은 원래 음모론 꾸며내기 잘한다. 잘하니까 하는 거다. 거짓말은 하기 쉽고 진실은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들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빨갱이가 음모를 꾸민다는둥 유태인이 음모를 꾸민다는둥 프리메이슨이 어떻다는둥 개소리 하는 자들 있다. 현혹되지 말자. 이석기들이 음모를 꾸민다 해도 생각대로 잘 안 된다. 그냥 음모놀이 하는 거다. 유태인은 똑똑해서 그런 머저리짓 안 한다. 음모론 놀음은 수준을 들키는 것이니 부끄려운줄 알아야 한다. 선비라면 그런 소리 하는 덜 떨어진 자와는 사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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