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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68 vote 0 2019.02.28 (11:28:06)

      
    초원사람과 숲사람


    http://bitly.kr/gR4N2


    구조론으로 보면 이거 아니면 저거지 중간이 없다. 인간은 700만 년 전 나무에서 내려와서 지상에 발을 디뎠던 시점부터 직립했다. 더 이른 시점일 수도 있다. 잃어버린 고리는 원리적으로 없어야 한다. 물론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생각보다 숫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해도 의미가 다르다. 예컨대 코끼리의 코는 조금씩 길어진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길었다. 


    헷갈리는 게 중간쯤 되는 길이의 코도 처음부터 있었다. 상아의 형태도 다양했다. 다양한 길이의 코와 다양한 형태의 상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한 종류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고리가 있기는 있는데 의미가 다르다. 단계적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A에서 B를 거쳐 C로 가는 게 아니고 ABC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C만 살아남았다. 


    다윈의 자연선택과 다르다. 다윈은 목이 긴 기린과 목이 짧은 기린이 공존하다가 목이 긴 기린만 살아남았다는 주장인데 허튼소리다. 다양한 형태의 상아와 다양한 길이의 코를 가진 코끼리는 다양한 환경과 연결된다. 습지에서 식물의 뿌리를 캐 먹는 코끼리는 코의 길이가 짧다. 상아로 물풀의 뿌리를 캐는데 코가 방해되기 때문이다. 환경이 결정하는 거다.


    하마 - 육지하마
    중간고리 - 천해하마
    고래 – 심해하마


    하마가 변해서 고래가 된 것인데 하마와 고래의 중간 존재도 있긴 있다. 그런데 중간이 있다 해도 고래가 되는 과정은 워낙 변화가 커서 별 의미가 없다. 천해는 얕은 바닷가를 말하는데 원시고래는 물개처럼 육지 주변을 왔다갔다 하다가 멸종한 거다. 새끼는 육지에서 기르고 사냥은 바다에서 하는 식이다. 육지의 새끼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멸종했을 거다.


    유인원 - 나무사람
    네안데르탈인 - 숲사람
    사피엔스 - 초원사람


    종은 조금씩 진화해 온 것이 아니라 환경의 종류에 따라 환경의 숫자만큼 다양한 디자인이 있다. 나무사람이 숲사람을 거쳐 초원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원숭이가 나무에서 내려오자마자 직립하여 줄기차게 달려야 했는데 숲사람보다 초원사람이 달리기를 잘해서 살아남은 것이다. 초원의 사자와 숲의 호랑이를 경쟁시키면 결국은 사자가 이기게 되어 있다.


    일대일로 맞장을 뜨면 당연히 호랑이가 이기는데 사자는 집단으로 다구리를 놓기 때문에 동물원이나 사파리에서는 사자가 이긴다. 숲사람은 호랑이와 같아서 부족의 숫자가 많아야 십여 명이지만 초원사람은 사자와 같아서 수백 명이 떼로 몰려다니므로 초원에서 사자가 호랑이를 밀어냈듯이 초원사람 사피엔스가 숲사람 네안데르탈인을 밀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고리가 없으며 있다 해도 중간단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에 각자 적응한 것이다. 중간적 존재도 있지만 중간고리는 아니다. 하마와 고래의 중간 고리가 있다면 육지의 하마가 곧바로 심해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새끼만 육지에서 기르며 천해생활을 하다가 그중 일부가 심해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이 경우도 역시 잃어버린 고리는 아니다.


    잃어버린 환경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잃어버린 고리라는 말을 쓸 수는 있지만 잃어버린 고리가 본래 의미하는 바와 다르다. 진화에 필요한 중간고리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필요한 중간고리다. 얕은 바다에 살던 물고기가 심해로 들어갔다면 중간바다를 당연히 거치기 마련이다. 진화의 고리가 아니라 환경의 연결고리다. 정글과 사막 사이에 사바나가 있다.


    정글종에서 사막종으로 진화했다면 그 중간에 사바나종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잃어버린 고리가 아니라 중간 환경이다. 진화는 환경변화에 의해 일어난다. 갑자기 빙하가 사라지면 살만한 땅이 등장한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인구밀도가 낮아 환경이 좋으므로 적응력이 떨어지는 개체도 생존하니 갑자기 변이가 크게 일어나서 급격한 진화가 일어난다.


    잃어버린 고리의 원래 의미 - 진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며 같은 환경에서 우월한 종이 열등한 종을 물리치고 살아남는다.


    구조론의 해석 - 진화는 환경이 변하는 특정 시기에 변화된 환경의 종류만큼 급격하게 일어나며 환경변화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


    같은 사바나에 목이 짧은 기린과 목이 긴 기린이 공존했던 적은 절대로 없다. 목이 짧은 기린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그게 바로 북아메리카의 가지뿔영양이다. 적응을 못 하면 도태되는 게 아니라 각자 맞는 환경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며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에 쫓겨 스페인 이베리아반도 끝 지역에서 궁지에 몰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환경에 맞는 디자인이 있는 것이며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 멸종한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초원사람은 숲사람보다 환경이 좋지 않았고 살아남으려면 대집단을 이루어야 했고 갑자기 환경이 변해 초원사람이 일제히 숲으로 진출했으며 소집단을 이룬 네안데르탈인이 초원사람의 침입이라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01 (02:59:16)

"진화는 환경이 변하는 특정 시기에 변화된 환경의 종류만큼 급격하게 일어나며 환경변화에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

http://gujoron.com/xe/1067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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