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우선, 저는 정치인 누구에게도 어떤 자리든 요구한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DJ에게도 그랬었고 노무현에게도 그랬으며, 앞으로 누구에게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게는 경제학 연구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지난해 8월 노무현과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제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저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다음에 어떤 임무(자리)도 맡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제가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부르기만 하면 무조건 달려와서 돕겠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국민경선이 끝나고 노무현 후보팀이 새로 구성될 때에도 나는 어떤 자리도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공연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국민경선이 끝나자 마자, 노무현 면담을 신청했었지요. 노무현 바람이 꺼져가는 것이 눈에 보였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하나 작성하여 이미 송부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애만 타더군요.

나는 아무 자리도 바라지 않으니, 제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었지요.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는 하루이틀 내에 면담이 이루어지곤 했었는데, 이 때는 달랐습니다. 아무리 애걸을 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내가 무엇 때문에 노무현을 만나려고 하는지 분명히 밝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뒤에 듣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를 듣고 말았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별을 선언했지요. 내 러브콜 유효기간은 이미 끝났다고 밝히면서 말입니다.

국민경선이 시작될 때 노무현이 이기리라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노무현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한 사람도 없었고, 이인제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은 100명 내외에 이르렀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절묘하게 역전시켰던 것이 두 개의 뛰어난 프로파겐다였다는 것이 제 진단입니다.

그 하나는 '이인제는 민주당의 적자가 아니다'는 프로파겐다로서, 이인제에게 경사되었던 표를 이탈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만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프로파겐다로서, 이탈된 표들을 노무현에게 끌어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프로파겐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나 먹힐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프로파겐다를 새롭게 창출하는 일이 어떤 무엇보다 시급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프로파겐다 두 개를 만들어서, 노무현을 만나고자 했었습니다. 그러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나와 노무현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거듭 당부 드리거니와, 공연한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의 마타도어가 사람을 더 멀리 쫓아버린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끝으로,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지지율이 20%에 미치지 못하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노무현캠프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거들먹거리다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혼란에 빠져서 어쩔줄을 모르는 것 같더군요.

지금도 민주당 국회의원 중 1/3도 안되는 사람만이 노무현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요? 8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전부 나쁜 놈들일까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노무현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무조건 충성을 맹세해야 할까요, 아니면 노무현이 이들을 포섭하고 포용해야 할까요? 어느 것이 순리입니까? 새로운 인물들은 끌어오지 못하더라도, 민주당이라는 울 안에 있는 인물들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진정한 리더쉽이 아닐까요?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노무현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던 호남지역의 지지율이 정몽준에게도 떨어지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사태를 유발한 노무현 캠프의 몇몇 사람은 책임을 절감하고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 저녁에는 노무현 캠프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노무현 캠프의 핵심인사 중 한 사람에게 메일을 하나 보냈었지요. 정치의 가장 기본인 군중심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나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그러나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는 제가 너무 과대평가를 하고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더군요.

그럼...


***

최용식 선생님 말씀으로는 민주당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요...
무엇이 진실인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저런 아무개들이 한 말이면 모르지만,
평소에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이런 말을 하시니.... ;;

노무현 참모진이 오만하고, 의견수렴을 잘 안하는 것은 아닌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07 최종이론은 가능한가? 김동렬 2007-01-14 10085
1706 지갑줏은 민노당 그 지갑 어쨌나? 김동렬 2007-01-12 10717
1705 이명박, 부자 몸조심인가? 김동렬 2007-01-10 13053
1704 이문열은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김동렬 2007-01-10 10470
1703 김근태 갈짓자 행보 김동렬 2007-01-08 14144
1702 자유가 인간을 진리케 하리라 김동렬 2007-01-06 12041
1701 정동영, 김근태 위화도 회군하나? 김동렬 2007-01-06 11595
1700 손병관 마광수 이찬 김동렬 2007-01-05 11392
1699 국민배우 몰락의 법칙 김동렬 2007-01-04 11108
1698 조정래 황석영 박경리(수정판) 김동렬 2007-01-03 10631
1697 황진이 대 미녀는 괴로워 김동렬 2006-12-31 11549
1696 DJ, 노무현 그리고 서프라이즈 김동렬 2006-12-28 10703
1695 고건씨 반노짓 해서 재미 좀 보셨습니까? 김동렬 2006-12-27 11656
1694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6-12-27 10689
1693 단상 - 징병제가 낫다 김동렬 2006-12-26 11948
1692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김동렬 2006-12-19 9539
1691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김동렬 2006-12-13 11192
1690 귀염둥이 임종인류 김동렬 2006-12-09 10789
1689 미학의 역사 김동렬 2006-12-08 10514
1688 [단상] 자투리 이야기들 김동렬 2006-12-07 12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