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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총리감이라고 칩시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그자리에서 총리를 수락할까요? 안합니다. 반드시 뭐라고 조건을 달아 협상을 하려들죠. 그걸 알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홍길동에게는 전화를 안합니다.

홍길동이 정말로 총리를 할만한 인재라면 절대로 청와대의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에요. 만약 청와대에서 홍길동에게 전화를 했다고 칩시다.

홍길동 왈!

"야야 다들 모여봐라. 좋은 소식있어. 나 말야! 오늘 아침에 청와대에서 전화받았다구!! 며칠 있으면 나 총리될거야. 뭣들 하구있어. 후딱 내밑으로 줄서야쥐. 두당 천만원씩만 받을께! 야 김개똥 니 모레부터 총리실로 출근해라. 내 전에 니한테 신세 많이 졌잖냐! 신세 갚아야쥐! 비서실에 한 자리 마련할께. 룰루랄라!"

이렇게 됩니다. 그럼 청와대에서 과연 홍길동에게 총리 자리를 줄까요?

인사가 왜 실패하는가? 보안 때문에 실패합니다. 인사를 하려면 반드시 검증을 해야하는데 그 검증과정에서 보안이 새나갑니다. 이 때문에 인사는 100프로 실패합니다.

과거 노태우정권 때의 일 기억하십니까? 인사를 앞두고 보통 4, 5명 정도가 언론의 하마평에 오르곤 했습니다. 이 경우 한명은 총리가 되고 나머지 3, 4명은 완전히 망가집니다. 인간이 망가져요.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집니다. 그 양반 과거에 비리를 저지른 인물이라고 투서가 무더기로 쏟아집니다.

그 투서들 중 일부는 총리후보가 경쟁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고의로 조작한 투서입니다.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는 총리도 못되고 언론을 타서 욕만 잔뜩 먹습니다.

김영삼정권은 어땠습니까? 깜짝인사를 했죠. 보안은 성공했지만 검증이 안되어 그 결과는 늘 최악이었죠.

역대 정권의 인사는 늘 실패합니다. 왜? 구조적으로 인사는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전화받으면 난리 납니다. 보통 5배수로 압축되는 단계에서 벌써 뒤집어져요. 인물을 고를 수가 없는 겁니다. 겨우 골랐다는게 장상이고 장대환이에요. 실패지요.

이런 문제 때문에 진짜 인물은 청와대에서 온 전화를 단박에 거절합니다. 그 사람이 참신한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썩은 것들이라면 얼씨구나 하고 좋아하겠지만요.

그러므로 공개적인 검증장치가 있어야 하며 공론에 부쳐지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청와대측과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과정에서 생겨나는 오해와 불명예가 없으니깐요.

청와대 비서관 박촉새 왈
"야 그 새끼 말야. 총리 시켜준다니깐 장관 다섯명 임명권을 달래! 자식 미친놈 아냐! 지가 이회창인줄 아나벼"

이런 뒷말 나오면 어떻게 되죠? 망가집니다. 진짜 인물은 절대 총리를 수락 안하게 되어 있으며 이런 진짜 인물들에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공개적인 검증입니다.

공개적인 검증에 부쳐지면 헛소문나서 불명예 생길 일 없고, 뒤로 물먹을 일 없고, 대통령과의 협상과정에서 청와대 비서관의 농락에 희생될 이유가 없으므로 총리자리를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총리후보의 인터넷 공개검증은 절대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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