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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충격 - 이것이 노무현식 정치다

[압도적인 정치인 노무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안 수용' 발표를 듣고 충격 먹었습니다. 날자가 촉박한 만큼 현실적 한계를 감안하여 여론조사안을 수용하더라도,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발표하는 것이 정석인데 공개장소에서 덜컥 발표해버려서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것이 노무현식 정치란 말인가?"

두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단일화의지가 있는 경우와 단일화의지가 없으면서 정치공세를 취하는 경우입니다.

상식대로 말하면 단일화의지가 있는 경우 과거 YS가 그러했듯 밀실에서 합의한 후에 발표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뒷말이 나와서 반드시 실패합니다.

반면 단일화의지가 없으면서 일종의 정치공세를 하는 경우인데 현재의 정몽준이 그러합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안되면 책임을 상대방에게 미루겠다는 거지요.

노후보의 결단이 의미하는 것은 첫째 진정으로 단일화의지가 있다는 것이며 둘째 그러면서도 밀실에서 야합하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건 우리가 아는 상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사에 이런 식으로 정치해 온 인물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상식대로 말하면 대개 단일화 하자고 큰소리 치는 집단이야 말로 단일화 최대의 적입니다. 후단협이 그렇지요. 단일화되는 순간 후단협의 정치생명은 끝입니다. 그들은 단일화를 깨기 위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구태정치 말입니다. 진정 단일화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3김식 밀실야합 아닙니까? 정치는 룸살롱이나 골프장에서 하는 것이며, 언론은 여론떠보기용으로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며, 국민에게는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말라면 말라는 식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노무현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항복입니다. 인간 노무현에게 완전 항복입니다. 압도적인 정치인! 이 한마디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맞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노무현식 정치다."

솔직히 저는 단일화를 바랬습니다. 다만 그 방법으로 이런 공개적인 방식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단호히 단일화를 거부하고 정몽준을 압박하여 궁지에 몰아넣은 다음, 투표 열흘 쯤 남겨놓고 밀사를 보내 총리자리 정도로 회유하여 노무현지지선언후 사퇴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이런 말은 원래 해서는 안되는 건데 양해 바랍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몽준을 정상배로 보기 때문입니다. 장사꾼이 노리는 것은 이문 밖에 없습니다. 정몽준은 대선에 출마하고 선거운동 하는데 드는 비용만 회수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입니다. 정몽준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 중에 정치인의 행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몽준의 행태는 전형적인 브로커입니다. 공연히 중간에 끼어들어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폭리를 취하는 수법입니다. 장사꾼을 다스리는 데는 장사꾼의 방법이 유일합니다. 옳지는 않지만 한자리 주어 입 틀어막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정몽준후보라도 지금의 노무현이 보여주는 모습에는 감동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몽준의 책략과 노무현의 한방]
선거브로커로 나선 정몽준에게는 현재 두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첫째 지지율이 앞설 경우 - 단일화의지가 없으면서 정략적으로 단일화를 주장한다. 노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엉터리단일화안을 주장해서 지지율을 견인한다. 트집을 잡아 단일화를 무산시키고 단일화무산의 책임은 노후보에게 떠넘긴다.

둘째 지지율이 뒤질 경우 - 트집을 잡아 단일화안을 무산시키고 후보자리를 유지하다가 막판 밀실에서 협상해서 후보를 사퇴하는 대신으로 총리 자리를 요구한다.

뻔하지 않습니까? 김정일이 잘하는 수법 말입니다. 대화하자고 해놓고 딴소리해서 무산시키고, 또 대화하자 그러고 또 무산시키고. 앞으로는 대화공세 뒷구멍으로는 핵만들기. 저가 먼저 주장한 단일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트집잡기에 여념이 없는 정몽준의 모습에 김정일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사실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게는 이것이 당연한 방식입니다. 진정성이 없는 거지요. 가식적인 수사. 입에 발린 소리. 진실이야 어떻든 말싸움에서만은 이기겠다는 발상. 김근태가 지금 하고 있는 비열한 방식 말입니다.

노무현은 그 모든 것을 한 방에 깨부수었습니다. 그결과 얻게 되는 것은 다음 세가지입니다.

첫째 노후보는 속이 좁다는 이미지를 불식하여 지지율을 견인한다. - 조,중,동의 덧칠하기 수법에 의한 것이지만 노후보에게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이미지도 있지요. 한 방에 날아갔습니다.

둘째 TV토론으로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는다. - 여론조사든 국민경선이든 노후보 입장에서는 다자간 TV토론을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이회창이 두려워하고 있는 다자간 TV토론이야 말로 지지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셋째 민주당의 분란을 수습하여 정치력을 과시한다. - 후단협탈당의 책임은 물론 그 배신자들에게 있지만 정치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든 분당을 막고 당을 수습해서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책임질 능력이 있음을 과시해야 합니다.




덧글 ... 나의 진심.

[나는 단일화에 반대한다]
저는 원칙적으로는 단일화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단일화찬성은 정몽준으로 단일화될 경우 정몽준을 지지해야 한다는 뜻인데, 개혁당 당원인 저의 입장에서 개혁당이 정몽준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없거니와, 설사 개혁당이 정몽준지지를 선언해도 저는 정몽준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으로 안되면 이회창대통령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반정부투쟁에 나서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몽준은 이회창보다 더 나쁩니다. 적에게 패배하면 다시 싸워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브로커에게 사기당하면 창피만 당하고 끝나는 것입니다.

단일화가 되든 안되든 그것이 노무현식 정치이고 그 결과가 노무현의 정치력입니다. 잘되면 노무현식 정치가 잘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노무현의 정치력이 형편없는 것입니다.

만의 하나 정몽준으로 단일화된다면? 우리가 패한 것입니다. 패자가 무슨 말이 있겠습니까?

정치력이 딸리면 정치를 못하는 것이며 정치력이란 적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단일화는 어떤 경우에도 노무현으로의 단일화를 의미하며 실패할 경우 우리는 또한번 실패한 것입니다.


[중요한건 정치력이다]
저는 원칙적으로 단일화에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보의 단일화수용을 받아들입니다. 말싸움으로 가자면 이건 제가 지는 경우입니다. 저는 옳지 못합니다.

300명의 야차같고 악귀같은 여야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정치인 비난할 필요 없습니다. 김민석도 김근태도 정균환도 비난할 필요 없습니다. 그들을 아우르지 못하는 무능력한 자가 어찌 김정일을 구슬리고 부시를 다스릴 것이며 강택민과 고이즈미를 다루어낼 것입니까?

지금 노무현이 든 시험은 옳은가 그른가가 아니라 유능한가 무능한가의 시험입니다. 이기면 유능해서 이긴 것이고 지면 무능해서 진 것입니다. 무능해서는 하느님 할애비라도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무능하지만 그래도 노선은 우리가 옳다는 민노당식 주장은 자위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원칙적으로 단일화에 반대하지만 노후보가 단일화를 수용하면 행동통일 합니다.

그리하여 정몽준으로 단일화 된다면? 우리가 패배한 것입니다. 무능한 노무현을 비판하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몽준지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있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렇게 거짓말쟁이가 되었습니다. 논쟁에서 지고 도덕에서 지고 정치력에서 이기는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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