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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94 vote 0 2020.12.24 (12:02:26)

    권력과 의리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진리다. 에너지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다. 에너지에 대해서는 다들 감정이 없다. 에너지는 사건 내부에 감추어져 있으므로 미워하거나 좋아할 수 없다. 에너지가 모습을 드러내면 힘이다. 힘은 호불호가 갈린다.


    긍정적인 사랑의 힘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폭력의 힘이 될 수도 있다. 힘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있다. 에너지나 힘이나 같은데 말이다. 멀리 있으면 에너지고 가까이 있으면 힘이다. 과학가는 감정적인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권력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감추어져 있다. 권력은 감추어져 있다. 부족민은 권력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대개 권위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두고 권력개념을 대체한다.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항아리나 거울 따위를 권력이라고 치는 거다. '누가 항아리를 가지고 있나?'


    누가 권력을 가졌느냐는 뜻이다. 임금이 쥐는 왕홀이나 파시즘의 어원이 된 로마황제의 상징물 파스케스가 그러하다. 대표적인 예는 돈이다. 권력을 숫자로 표시하면 돈이다. 돈을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밉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돈에 의해 사회가 굴러간다.


    돈을 미워하면 안된다. 경제학자라면 말이다. 세상은 51 대 49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되 긍정이 51이고 부정이 49면 된다. 인간에게 좋은 것은 대개 해로운 것이다. 칼은 이롭지만 다친다. 사랑은 이롭지만 다친다. 이로움이 해로움보다 크면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단어에 감정을 품으면 안 된다. 의사는 병을 치료하고, 경제학자는 돈을 치료하고, 정치가는 권력을 치료하고, 운전기사는 자동차를 다스린다. 의사가 병자를 미워하고, 경제학자가 자본을 미워하고, 정치인이 권력을 미워하고, 운전기사가 자동차를 미워하면 곤란해진다.


    권력과 인간은 상호작용 속에서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권력은 자연법칙이다. 구조론에 편견을 가진 사람이 정치권력으로 좁게 해석할 우려가 있지만 달리 대체할 단어가 없기 때문에 권력이라고 하는 거다. 구조론 용어는 구조론으로 이해해야 한다. 권력은 수학이다.


    에너지의 효율성이다. 맹지에 집을 지으려면 자비를 들여서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길을 닦으면 거기에 집을 짓는 사람은 비용을 절감한다. 먼저 와서 길을 내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아무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하면 아무도 길을 만들지 않아서 결국 망한다.


    먼저 와서 길을 내고 우물을 판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일종의 권리금이다. 보통은 먼저 온 사람이 다음에 오는 사람을 지정할 수 있게 한다. 그게 권리다. 먼저 와서 터를 닦은 사람은 외지인에게 텃세를 부려 귀농도 못 하게 한다. 합격자만 선별하여 받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것이 자연법칙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사건은 무조건 구조손실을 일으킨다. 뭐든 의사결정을 하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 구조손실을 기피하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 그래서 망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다들 이익을 본다. 스케이팅은 맨 앞에 가는 사람이 손해다. 사이클 경주도 마찬가지다. 마라톤은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발을 내밀면 된다. 이러면 경기가 망한다. 누군가 희생해서 나서야 한다. 


    구조손실에 대한 보상이 권력이다. 사람들이 권력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정치인들이 과도한 보상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고참이 신참을 착취하는 것이다. 어쨌든 고참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자. 고생해서 배운 지식을 공짜로 알려줄 순 없잖아.


    구조론의 권력은 정치권력이 아니라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른 구조손실을 보상하는 자연법칙이다. 사건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으로 연결되며 앞단계에 개입한 사람은 손해를 보는 대신 뒤에 오는 사람을 제한하는 권리가 있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많은 손해를 본다.


    손실은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모의 권리다. 다들 손해를 안 보려고 하면 아무도 아기를 낳지 않아서 인류는 멸망하고 만다. 권력은 유가증권, 주식, 계약금, 인권, 권한, 소유권, 선점권, 특허권, 저작권, 권리금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권리를 명확히 밝혀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손해를 안 보려고 시스템을 만든 것이고 권력은 원래 무형의 것이다. 본래의 권력이 의리다. 굳이 문서를 만들고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도 각자 권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의리다. 자연이 에너지에 의해 작동한다면 사회는 의리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다.


    결혼하면 아저씨가 되고 아줌마가 된다. 아줌마나 아저씨라고 부르면 화를 낸다. 그들은 결혼하며 손해를 봤다고 여긴다. 그런데 무엇을 손해 봤지? 역으로 미혼은 뭔가 이득 보고 있다. 미혼은 무슨 이득을 보고 있지? 당사자에게 마이크를 넘겨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미혼인데 주변으로부터 선망의 눈길을 받고 존중과 배려를 받아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이득에 대해서는 다들 모르쇠고 손실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명히 이득이 있다. 차를 사면 감가상각이 일어난다. 신차가 하루 만에 중고차가 된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의사결정은 무조건 구조손실을 일으키므로 의사결정이 일어나기 전에는 상응하는 권력이 있다. 어린이에게 권력이 있다. 어린이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파트너를 결정하면 손해다. 선망의 눈길을 거둬들인다. 선택하면 선택권을 뺏긴다.


    권력이 있기 전에 의리가 있다. 권력이라는 용어가 불편하면 의리라고 해도 된다. 에너지보다 힘이 더 명확하고 의리보다 권력이 더 명확하다. 힘을 사용하면 안 된다. 칼은 얌전히 칼집에 들어있는 것이 쓸모를 다하는 것이다. 의리가 권력으로 구체화되면 좋지 않다. 


    권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알아서 배려하는게 의리다. 낯선 사람에게 의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권력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족 간에 친구 간에 의리가 있어야지 권력이 있으면 안 된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권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 에너지는 물질에 변화까지 포함시켜서 계산한다.

    2) 세상은 물질로 되어 있는게 아니라 물질 + 변화로 되어 있다.

    3) 사건은 변화를 수반하며 변화량만큼 구조손실이 일어난다. 

    4) 변화량에 따른 구조손실 증가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5) 의사결정이 일어나면 변화량만큼 구조손실이 일어나서 약해진다.

    6) 손실분을 누가 보상해야 의사결정이 일어나서 시스템이 작동한다.

    7) 자연에서는 앞단계가 뒷단계를 제한하여 손실을 만회한다. 

    8) 이득 보는 뒷단계가 손해 보는 앞단계에 보상하는 것이 로열티다.

    9) 인간은 손해를 안 보려고 다양한 형태의 증권을 만들어 보장한다.

    10) 아는 사람끼리 얼굴 붉힐 일 없이 알아서 권리를 챙겨주는게 의리다.

    11) 모르는 사람에게는 권리를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권력의 표지를 만든다. 

    

    인간의 관계는 이익과 손해로 연결된다. 이득도 없고 손해도 없다면 서로 상종하지 않는다. 그 경우 사회는 망한다. 먼저 손해를 보고 나중에 이득을 보는게 철학이다. 먼저 보는 손해는 확실하지만 나중에 돌아오는 이득은 불확실하므로 인간은 의사결정을 망설인다. 


    불확실한 나중의 이득을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은 주체의 성장이다. 나중에 내가 더 커지고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은 친구와 동료를 얻게 되면 불확실한 나중의 이득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려면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많은 친구를 사귀어 두어야 한다.


    더 많은 공부와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동료에 의해 나중을 보장받는 방법을 진보라 하고 나중은 믿을 수 없으니 당장 현찰을 내놔라 하는 것을 보수라고 한다. 노인은 나중이 없으므로 보수하고 젊은이는 나중이 있으므로 진보한다. 수명이 늘어나고 있는게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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