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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고뇌와 유교주의의 최종결론
이상적인 정치는 어떤 것일까? 플라톤은 『철인에 의한 독재』를 주장했다. 이 말을 오해해서 안된다.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아테네가 패배하게 된 원인으로 혼란스러웠던 아테네의 중우정치를 지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유교주의의 이상은 왕도정치다. 덕치(德治)라고도 한다. 이는 전형적인 인치(人治)다. 그렇다 해서 유교주의가 법치(法治)를 포기한 것은 물론 아니다. 조선왕조 500년의 최종결론은 『법치에 토대를 둔 인치』였다.

『부시도 방법당했다 하오! 간만에 들어보는 상쾌한 소식이오. ^ ^;』

인치와 법치 어느 쪽이 옳은가?
인치(人治)는 안된다. 일관성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인치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므로,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면 그것이 다른 사건의 불씨가 되어 겉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므로 일단은 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정치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것이다. 법치로의 도피 또한 온당치 못하다. 자칫하면 정치의 포기가 된다. 위기상황에서 법이나, 논리나, 이념이나, 교리나, 시스템으로 도피해서는 정치가 죽는다.

요는 강을 건너는 작은 나룻배인가 아니면 대양을 항해하는 큰 배인가이다. 큰 배라면 법치(法治)라는 자동항해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키를 잡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조종사이다.

법치만능적 발상은 위험하다. 자동항법장치는 보조수단일 뿐 조종사가 두 눈 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그 비행기는 결국 추락하고 만다.

결론적으로 각종 이익단체의 발호와 같이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작은 사건들은 법치로 풀되, 남북관계 같은 중요한 문제는 반드시 인치를 해야한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지금 지도자로서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인치(人治)다
가장 좋은 것은 저절로 돌아가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그러나 시스템 좋아하다 망한 경우가 공산주의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궁극적으로 플라톤의 생각과 유사하게 간다. 『현인에 의한 독재』다.

그 한 사람의 현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지극히 혼란스럽지만, 일단 지도자를 찾아낸 다음에는 일사불란하게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미덕이다.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전제하에서 최고의 정치는 인치(人治)다. 자동항법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서, 최고의 정치는 조종사 1인에 의한 독재다. 단 지도자가 유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결단할 때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다.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비워내고, 막힌 것은 뚫고 꼬인 것은 풀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단칼에 잘라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본질을 봐야 한다. 왜 특검인가? 노무현이 과반수를 득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통성 문제에 의문부호의 꼬리표가 붙은 것이다. 특검은 노무현의 정치적 독립선언이다. 목적이 달성되었으므로 특검을 지속할 이유는 없다.

특검을 받아들인 이유 중의 하나는 정균환, 방상천, 한화갑들이 멋대로 횡령한 것을 DJ에게 돌려주는 데 있다. 총선을 앞두고 DJ의 정치행보에 장애가 될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특검과정에서 한화갑들의 횡령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지금은 DJ의 것을 DJ에게 돌려줄 때다.

정치인 노무현은 정치를 해야한다
노무현은 대통령이기 이전에 정치인이다. 지금 행정부의 수장노릇이 바쁘다는 핑계로 정치는 의회에 미루어놓고 있다. 핑계가 되는 것이 당정분리다. 타당한가?

당정분리는 본질에서 잘못된 것이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을 탈당하든가, 민주당의 총재를 맡든가, 신당을 주도하든가 노무현은 조만간 이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특검은 본질에서 정치행위다. 특검을 받아들이므로서 태상왕 DJ가 아닌 노무현이 키를 잡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여기서 특검을 자르므로서 법치로 도피하지 않고, 또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논리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노무현이 조종간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강금원의 희생번트에 이은 이익치의 1타점 희생타
송두환특검이 이익치를 발굴한 것은 지난번에 강금원씨가 기이한 언동으로 노건평을 구한 것과 같다. 겉으로는 측근들간의 암투처럼 보였지만 실은 여론의 관심을 산으로 끌고가서 소각해버리는 희생타였다.

그날 이후 노건평씨와 관련한 논란은 사라졌다. 조선일보가 뒤늦게 깨닫고 다시 불씨를 지펴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헛일이다.

특검은 호남을 들끓게 해서 DJ에게 정치재개의 발판을 제공해주는 대신, 이익치 발굴이라는 망외의 소득을 올렸다. 이익치는 특검을 산으로 끌고가서 소각시키는 역할이다.

특검을 설치한 본래의 목적과 합치되는 부분에서는 이미 수사가 끝났다. 150억은 검찰로 이관해서 수사를 계속하면 된다.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조선일보들의 목소리는 논리와 법치 속으로 도피하라는 주문이다.

노무현은 인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조종사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는 순간 비행기는 위험해진다. 이런때 누가 대한민국호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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